“50년 전 저는 이곳 알라바마주 셀마 시에서 투표 권리를 외쳤다는 이유만으로 구타당하고 거의 죽을 뻔 했습니다. 그 당시 제 친구 몇 명은 살해 당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여러분이 갖고 있는 투표 권리의 소중한 의미를 상기하며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번 선거에 투표 해야 합니다.” 이 말은 최근 민권운동가이자 현 조지아주 연방하원 잔 루이스 의원이 흑인들이 투표권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다 봉변을 당한 ‘1965년 피의 일요일’을 회상하며 한 연설이다.
4일은 중요한 중간 선거가 있고, 올해의 투표는 그 어느 해 보다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바로 50년 전 흑인 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 당하고, 투표권을 갖지 못했던 흑인 형제, 자매들이 투표권 쟁취를 위해 남부지역에서 대대적으로 전개 했던 ‘Freedom Summer’ 50주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이다. 1964년에 시작된 ‘Freedom Summer’는 당시 흑인 투표권을 반대하고 폭력으로 위협했던 남부의 차별 정책에 맞서 펼친 대대적인 유권자 등록 운동이었다. 지금이야 상상 할 수도 없지만 바로 50년 전 만 해도 흑인들은 남부의 차별 정책으로 공립 교육, 공공장소의 사용에 있어 백인들과 격리된 이등 시민으로 살아야 했고, 유권자 등록을 하고 투표를 한다는 것은 욕설, 구타 심지어 살해까지 위협 받는 현실 이었다. 이를 바꾸어 내기 위해 수많은 청년들이 버스를 타고 남부 미시시피 주로 내려가 지역 흑인들에게 용기와 힘을 북돋아 주며 민권과 투표 권리권을 보장 받기 위해 운동을 펼치며 당시 큰 호응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 당시 암울했던 사건 중 하나는 흑인들의 유권자 등록을 독려하기 위해 내려갔던 두 명의 백인과 한 명의 흑인 청년이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에 의해 살해 되고 그들의 시신은 댐의 저수지에서 발견 된 것이었다. 오늘날 우리 한인들과 여러 유색인 이민자들이 동등하게 백인과 함께 학교를 다니고, 식당 옆 자리 앉아 식사를 하고, 시민권을 따고 유권자 등록을 하여 투표권을 행사 할 수 있는 것은 흑인들의 피와 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이 소중한 투표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고 있는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버지니아주에서 아시안 및 한인들의 인구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한인들의 총 인구 수는 9만 여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버지니아주 전체 유권자 중 한인 유권자 수는 대략 2만 5천여명으로 추정 되고 있는데, 한인 총 인구에 비교하면 전체 한인 중 유권자로 등록 된 비율은 27% 정도 이다. 또한 2013년 관심을 끌었던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때 한인 유권자의 투표 참여율은 27%로 평균 투표율 보다 아주 낮았다. 많은 한인들이 시민권을 딴 후에도 유권자 등록을 안 했고, 유권자 등록을 하였어도 투표에 참여하고 있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 주소 이다. 유권자는 선거를 통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교육, 복지, 지역 개발, 이민 이슈 등의 정책들이 올바로 펼쳐지고 예산이 편성 되도록 정치인들을 뽑는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매번 선거가 끝난 후 과연 누가 투표에 참여했고, 어느 소수민족이 높은 유권자 등록율을 보였고 투표에 참여 했는지 파악한다. 정치인들이 투표에 많이 참여하는 소수민족들에게 더 잘 보이고 싶고, 이들의 주장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은 당연한 현실이다. 전체 한인 유권자 중 27% 만이 투표하는 우리 동포사회의 목소리에 얼마만큼 정치인들이 관심을 갖고 우리 지역사회를 위해 일할까? 이번 중간 선거는 평균 투표율이 저조 할 것으로 예상 되고 있다. 이때 상대적으로 우리 한인 유권자들이 많이 투표에 참여 한다면 우리는 급성장하는 커뮤니티의 성숙된 시민 참여 정신을 보여주고, 또한 우리 지역사회의 단결된 정치적 힘을 정치인에게 제대로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우리의 한 표는 우리 후세들이 미국 땅에서 어깨 펴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정치적 힘과 기반을 만들어 주는 길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에 모든 한인 유권자들이 유색인종 투표권을 위해 몸을 바치며 희생한 흑인 민권운동에 감사하는 뜻에서, 또한 우리 지역 사회 및 후세들을 위해 꼭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길 기대한다.
김동윤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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