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See a World in a Grain of Sand And a Heaven in a Wild Flower, Hold Infinity in the Palm of Your Hand And Eternity in an Hour.
한 알 모래 속에 세상을 보고 한 송이 들꽃 속에 천국을 보면, 그대 손 안에 무한[無限]을 쥐고 한 시간 속에서 영원을 쥐리라.
맑고 청명한 북 캘리포니아의 가을하늘이 어디 따로 응시할 곳도 없게 그저 파랗기만 합니다.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노라니 초점잃은 인식이 파랗디파란 하늘 속에 풍덩 빠집니다. 구름 한 점 없이 높은 하늘 속에 머물다 보니 어느덧 해가 중천에 걸립니다. 가을 낙엽이 띄엄띄엄 날리는 주말 오후, 오솔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 오는 길, 들꽃 사이로 벌들이 드나듭니다.
가을 냄새는 묘한 기억을 자극합니다. 아주 어릴 적 동네 어귀에서 늦게까지 놀다 집으로 돌아올 때 맡던 먹거리 냄새. 가을 바람 속에 짙은 후각 기억으로 되살아 납니다. 지금 어른의 몸으로 보고 냄새 맡는 세상과는 전혀 동떨어진 옛 기억의 인식이 이토록 진하게 재생되고 있음에 부르르 떨며 놀랍니다.
그리고, 아차 하는 아주 부지불식간 그 찰나에 바로 이 기억의 ‘주인공’과 힐끗 조우합니다. 무심코 채인 돌 뿌리에 ‘지금 여기’의 인식으로 회귀합니다. “Good Day!”하며 마주치는 중년 미국 신사의 미소에 담긴 친절함이 기분 좋게 다가옵니다. 다시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아까부터 그토록 파란 하늘이 지금도 변함없이 그저 파랗습니다. 인식의 주체를 알아채던 그 인식, 그마저 가을 하늘 속에 파랗게 파랄 뿐입니다.
To See a World in a Grain of Sand And a Heaven in a Wild Flower, Hold Infinity in the Palm of Your Hand And Eternity in an Hour.
한 알 모래 속에 세상을 보고 한 송이 들꽃 속에 천국을 보면, 그대 손 안에 무한[無限]을 쥐고 한 시간 속에서 영원을 쥐리라.
18세기 중엽 무렵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신비가 윌리엄 블레이크의 말씀입니다. 정규교육은 별로 받지 못하였고, 15세 때부터 어느 판각가(板刻家) 밑에서 일을 배웠던 William Blake는 1783년 친구의 도움으로 "습작 시집"을 출판하였으며, 1784년 부친 사망 후 판화(版畵) 가게를 열어 독특한 채색 인쇄법을 고안하기도 했습니다. Blake는 어릴 때부터 신비한 상상력을 지녀 창가에서 천사와 얘기하고 언덕 위에 올라 하늘을 만진 체험이 있다고 하며, 여러 신비 체험들을 깔끔한 시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모래 알갱이 하나 속에 세상 전체를 본다 합니다. 양자물리학을 들먹이고 ‘Holographic Universe’ 운운하며 최첨단 과학지식을 총동원한다 할지라도, 한 알 모래 알갱이 속에 들어 있는 신[神]의 정체를 감지하지 못한다면 삶의 의미가 뭐겠냐 묻습니다. 모래 알갱이 하나하나에 고루 들어있는 신의 편재를 모르고서 진정한 삶의 뜻을 어찌 알겠느냐 묻습니다.
무심코 피어있는 들꽃 한 송이 안에서 천국을 보라 합니다. 고요히 피어있는 꽃 한 송이가 침묵으로 전하는 신의 속삭임을 잘 새겨 들으라 권합니다. 모든 새의 울음이 바로 내 귀를 위한 것이듯, 해의 뜨고 짐도 바로 내 실존의 그림자에 다름 아니듯, 들꽃 한 송이 안에 함의된 하늘의 뜻을 제대로 알아채라 합니다. 그러려면, 손바닥 안에 무한을 간직해야 한다 전합니다. 그러려면, 한 시간이란 유한 속에 영원을 간직해야 한다 전합니다. 그렇게 초월적 인식이 가능한 경우에만, 그렇게 범상한 인식의 경계를 초탈해야만, 비로소 모래 알갱이 하나가 바로 이 세상 전체요, 들꽃 한 송이가 바로 하늘나라임을 알아채게 된다 합니다.
눈귀코혀몸뜻 이런 몸뚱이 감각기관을 통한 인식으론 어림없다 합니다. 내 눈을 통해 우주를 보는 바로 그 우주 자체가 되어야 비로소 모래 알갱이 하나 속에 온통 들어 있는 세상을 보게 된다 합니다. 이렇게 아찔한 메시지를 전하는 Blake는 어디선가 또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If the doors of perception were cleansed, everything would appear to man as it is.
Infinite!”인식의 문(門)이 깨끗이 닦여지면, 사람 눈에 보이는 건 오직 있는 그대로의 모습, 바로 무한일 뿐!
Sha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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