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범 스님 (미동부 승가회장, 문수사 회주)
백중 전날 밤 꿈에 신도님들이 많이 오셨기에 그 날 신도님들이 많이 오실 줄 알았는데 그 반대였습니다. 주중이라서 대부분 신도님들이 나오시지 못했으며 신도님이 아닌 영가(靈駕)들이 백중에 참여한 꿈으로 해몽되었습니다.
가끔씩 신도님들이 꿈 해몽을 해 달라고 하시지만 그때 마다 남의 꿈은 해몽할 줄 모른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러나 나의 꿈은 현실과 반대의 현상으로 잘 나타나며 그 이튿날 꿈과는 아무 상관없이 지나가는 날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꿈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으면 그 다음날 감기나 몸살을 앓게 됩니다. 꿈에서 꽃다발을 받으면 시끄러운 일들이 일어나며 아름다운 꽃밭에서 놀면 그 이튿날 다툴 일이 생깁니다. 전생이나 지나간 원한이 꿈 꽃으로 피어나는지 아니면 전도몽상(顚倒夢想)을 예견해 주는 건지 알 길이 없습니다. 미리 조심하면 조심한 것만큼 사건이 작아지지만 그래도 피하지는 못하고 겪는 예가 더러 있습니다.
내 몸 안에 꿈 따로 있고 마음 따로 있는 걸까요? 왜 꿈은 몸과 마음을 앞서 갈까요? 꿈은 다가오는 현실의 암시일까, 아니면 지나온 흔적의 혼란일까요? 과거는 추억 속에 저장되어 있을까요, 아니면 꿈속에 저장되어 있을까요? 현실과 미래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꿈은 무엇일까요? 몸과 마음이 지난밤의 꿈을 따라 가는지, 아침까지 꿈이 생생하게 기억될수록 그 다음날 꿈땜을 대부분 하며 암시도 하고 예방도 하게 합니다.
언젠가 꿈의 궁금증을 뉴욕 원각사 법안 큰스님께 여쭈어 보니 달을 봐야지 왜 손가락을 보느냐고 꾸짖었습니다. 지난 정초에 큰스님이 많이 편찮으시다고 하여 세배 겸 뉴욕까지 병문안 가서 “왜 이렇게 누워계십니까?”하고 여쭈어 보았습니다. “몽일장(夢一場: 한판 꿈이로다)이야”하셨으며 3월 말에 동남쪽으로 머리를 두고 열반하셨습니다.
그 해 서북쪽에 폭설이 내렸는데 동남쪽에서는 해일이 덮쳤으며 서북쪽 보다 동남쪽에 인명피해가 더 컸습니다. 창 너머 전깃줄에 두 마리의 새가 가까이 앉아 있다가 갑자기 한마리가 날아가니 다른 새도 날아갔습니다. 그러나 날아가는 방향은 정반대였습니다. 한 줄에 앉아 있어도 서로 반대방향으로 앉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정신은 어느 쪽을 지향하고 있으며 몸은 어느 쪽으로 끌려가는지! 알면서도 알 수 없는 방향입니다. 이 몸도 이렇게 살다가 언젠가는 비워주어야 할 내 영혼의 셋집이며, 남은 나이 사글세로 까먹고 사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2개월 전부터 문수사는 법당을 조금 더 넓히기 위해 공사를 하고 있으며 망치로 집을 짓듯이 행복도 망치로 지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돌담을 쌓는데도 딱딱한 돌들끼리 서로 껴안지 못하고 부딪혀야 하는 아픔과 아귀가 맞지 않아 망치로 살점을 떼어 내며 억지로 끼워 맞춰 쌓아 올립니다.
무너져 내릴 것 같은 하중을 견디는 버팀과 계속해서 기우는 각도에 의해 서로가 서로를 받쳐주는 튼튼한 돌담이 쌓아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사도 끊임없이 연결하고, 받들고, 맞추어 가면서 조금씩 꿈을 이루어가고 있습니다.
색깔 중에서 가장 기본 되는 색깔이 흰색과 검정색이라고 하며 이 두 가지 정반대의 색 속에 온갖 색이 숨어있다고 합니다. 그것을 실험해 보기 위해, 흰색과 검정색을 원판에 절반씩 칠하고 팽이처럼 빠르게 돌리면 무지개 색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개똥 속에 뿌리박고 노란 참외 꽃이 피듯이 어려움 속에서 행복이 싹트고 희망이 꽃피며 꿈이 익어갑니다.
삶이 꿈이요, 꿈이 곧 삶이며 역시 꿈은 꿈이듯이 현실과 꿈은 함께하면서도 꿈은 언제나 한발 앞서가며 따라오게 합니다.스스로 알고 행하는 것은 자기에게 이익 됨이라 하여 자리행이라 하고 다른 이를 위해서 진리를 행하면 이타행이라고 하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나이가 되어도 이타행은 고사하고 자리행도 못하고 사는 자신이 한심하게 생각 될 때가 많답니다.
종교적 체험은 스스로에게 스스로를 아는 것이요, 자기 독자적으로 절대적인 경지를 얻는 것입니다. 밖으로 헤매는 산란심이 꺼진 다음에야 내부의 빛이 밝혀지며 의지하는 대상을 초월한 후에야 자기의 잠재 능력이 발휘 된다고 합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