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불법체류하는 학생들의 공교육 문제가 가끔 이슈로 등장한다. 불법체류란 비자가 만기된 경우도 있고, 비자의 목적과 부합되지 않거나 아예 비자 없이 미국에 체류하는 경우들이 포함된다. 이들의 교육이 이슈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재정 상태나 국가나 지역 경기의 어려움 때문이다. 즉,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 등장한다는 얘기이다.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의 교육예산 내역을 보면 한 학생당 평균 교육비가 1만4천불에 육박한다. 그리고 불법체류 학생들의 상당 부분이 영어교육(ESOL)을 추가로 받아야 하는 경우라 일반 학생들에 비해 교육비가 더 높다. 그러기에 지난 여러 해처럼 교육재정이 여의치 않아 교사와 교육청 직원 수 감축, 봉급 동결, 학급당 평균 학생 수 증가, 각종 교육 프로그램의 축소를 거칠 때 이 이슈가 더욱 민감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런데 불법체류 학생들의 공교육은 지난 1982년 ‘Plyler v. Doe’라는 케이스에서 연방 대법원이 내린 판결에 의해 보장되어 있다. 그렇기에 불법체류 학생들도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미국시민과 마찬가지로 공립학교 교육을 차별 없이 받을 수 있다.
또한 교육청이나 일선 학교들은 불법체류 학생들의 교육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행위를 할 수 없다.
그래서 페어팩스 카운티의 경우에도 카운티 내 거주가 확인되면 체류신분을 묻지 않고 입학시킨다. 이에 혹자는 통계 자료를 확보하는 차원에서라도 학생들의 체류신분을 확인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확인과정이 불체자 학생들이나 가정들에게 줄 수 있는 심리적 압박으로 학생들이 교육 받기를 포기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기에 그러한 확인 자체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보도에 의하면 버지니아 주 몇몇 카운티의 정치인들 가운데 보호자 없이 무단으로 국경을 넘어 오는 미성년자들의 공교육비를 연방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 보도에 의하면 연방 정부가 북버지니아의 주요 세 카운티(페어팩스, 라우든, 프린스윌리암)에 거주하도록 한 불법체류 미성년자들이 거의 1,800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 1,131명이 페어팩스 카운티에 보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숫자를 바탕으로 얼마 전 페어팩스 카운티의 한 수퍼바이저는 연방정부가 페어팩스 카운티에 이 학생들을 교육하기 위해 추가로 소요되는 교육비로 1400만불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들 가운데에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펼치는 교육위원들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주장은 앞으로 교육위원회가 연방의회와 주의회에 보낼 교육에 관련된 법 제정 입장(Legislative Package)을 논의할 때 정식으로 제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과 주장이 실제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주는 것보다는 결국 정치적 공세로 그칠 것으로 본다. 오히려 거시적으로 보아 이민자 커뮤니티 전체가 또 한번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되는 계기가 될 것 같아 우려한다.
한마디로 말해 현재 연방정부는 불체자 학생들 교육을 위해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교육비를 부담할 능력이 없다. 연방정부가 주정부나 지역정부에 추가로 지원할 수 있는 재정적 여유가 있었다면 불체자 학생들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이미 지원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연방정부는 오래 전에 신체적, 정신적 부자유 학생들을 위한 특수교육법을 제정하면서 일선 학군이 필요로 하는 추가 교육비의 40% 정도를 부담하기로 약속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국 대부분의 학군들이 추가로 받는 특수교육 관련 재정지원의 규모는 20%도 채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어떤 이유이든지간에 연방정부의 추가지원은 요원할 뿐이다.
반면에 불체자 학생들의 교육이 가져다주는 교육재정 압박에 관한 논란은, 이민자와 이민 그리고 현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대해 원래부터 곱지 않은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가적 무기로 사용될 소지가 많다. 그리고 결국 이러한 논란 자체가 이민 축소 주장으로 방향이 전환될 수 있으며 그러할 때 우리 한인 동포 사회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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