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갈수록 강하고, 빠르고, 높이 뛰고, 영리하며, 오래 살도록, 그리고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덕분에 지난 수십 년간 무수한 분야의 기록들이 경신됐다.이런 능력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아무리 각고의 노력을 거듭해도 물리학, 생체역학, 열역학적 한계는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파퓰러사이언스가 과학자들에게 지금껏 연구된 인간 능력의 한계치를 물어봤다. 덤으로 집에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능력 향상법까지 들었다.
-육체 능력
최대 웨이트 리프팅 중량 - 450kg
미국의 운동학자 토드 슈뢰더 박사는 세계 최강의 역도 선수라면 최대 450㎏까지 들어 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그 전에 겁을 먹고 포기할 것이라고 한다. 인간의 뇌는 부상방지를 위해 한 번에 활성화되는 근섬유의 수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안전장치를 끄면 훨씬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운동선수들은 정신력 강화 훈련만으로 20%는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달리기 최고 속도 - 초속 9.4m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사인 볼트가 100m 세계 신기록을 세우자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생물학자 마크 데니 박사는 그의 속도가 인간이 도달 가능한 최고 속도인지 의문을 품었다. 그래서 1920년대까지의 기록을 분석한 끝에 언젠가 100m를 9.48초에 주파하는 선수가 나올 거라고 예견했다. 이는 우사인 볼트의 현재 세계기록인 9.58초보다 0.1초 빠른 속도다. 100분의 1초에 승부가 갈리는 세계에서 0.1초의 단축은 엄청난 성과다.
체중 - 635㎏
비만이 사회문제로 부각될 만큼 인간의 허리둘레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역대 가장 뚱뚱한 사람으로 기록된 존 브라워 미노크 이상은 힘들다는 게 과학계의 중론이다. 1978년 그의 체중은 635㎏에 달했다. 스스로 저울에 올라갈 수 없었던 탓에 정확한 수치가 아닌 근사치지만 말이다. 미국 LA 소재 갈릴리 비만치료센터의 외과의사 그레그 카이 니시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보통 사람은 중력의 5배까지 의식을 잃지 않고 버틸 수 있어요. 체중으로 환산하면 340㎏쯤 되겠네요. 극소수를 제외하면 이 이상 살이 찔 경우 삶을 포기해야 합니다.”
최대 펀치력 - 4,741뉴튼(N)
2005년 미국 웨인주립대학 연구팀은 올림픽 권투선수 7명를 대상으로 펀치력 측정 센서가 내장된 더미를 가격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팀의 일원인 신시아 비르 박사에 따르면 선수들의 평균 펀치력은 3,427N, 최대 펀치력은 4,741N이었다. 4,741N은 체중 500㎏의 북극곰을 몸에 올려놓았을 때 받는 힘과 동일하다.
-감각능력
최대 지능지수 - IQ 198
2012년 성인용 IQ 테스트를 받은 아브데살람 젤로울의 198이 역대 최고 지능지수다. 다만 이는 극소수 영재의 얘기일 뿐 아인슈타인의 IQ 160 정도면 인류 최상위 지능이라 봐야한다. 이 점에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신경생물학자 사이먼 라플린 박사는 인간의 두뇌가 이미 처리능력의 한계에 근접해 있다고 본다.
최대 기억 용량 - 약 100만GB
만일 인간의 뇌에 10억개의 기억 저장 뉴런이 있고, 뉴런 하나가 1개의 기억을 저장한다고 가정해보자.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의 심리학자 폴 레버 교수는 이 경우 인간의 기억 저장용량은 USB드라이브 수준인 수GB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다행히 각 뉴런은 약 1,000개의 다른 뉴런과 연결돼 있어요. 때문에 저장용량이 대폭 늘어나죠. 단순 계산으로도 100만GB 정도입니다.” 물론 개인의 실제 기억력은 뇌의 기억용량이 아니라 기억을 기록하고 꺼내 쓰는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최다 색상 분별력 - 100만개
평범한 사람은 약 100만개의 색상 구분이 가능하다. 단지, 테트라크로맷(tetrachromat)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예외다. 1억개의 색상을 구분하기도 한다. 영국 뉴캐슬대학팀에 의해 2010년 처음 발견된 테크라크로맷들은 유전자 변이로 인해 4가지의 추상체를 갖고 태어나 훨씬 많은 색상을 인식할 수 있다. 참고로 일반인의 추상체는 적·녹·청(RGB) 3가지다. 인공적인 색 분별력 증진도 가능은 하다. 그러나 한 테트라크로맷은 그런 능력이 불편할 때가 많다고 말한다. “완벽히 ‘깔맞춤’한 옷을 입은 멋쟁이도 제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아요.”
-생존 능력
무산소 등반 최고 고도 - 8,848m
폐 전문의 존 웨스트 박사는 1981년 과학자 14명과 함께 에베레스트산 무산소 등반에 도전했다. 이때 일행 중 2명이 정상에 발을 디뎠다.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웨스트 박사는 에베레스트산 정상이 인간이 견딜 수 있는 한계고도에 가장 근접한 장소라고 결론지었다. 우리나라의 산악인 김창호 대장도 작년 5월 에베레스트산 무산도 등반에 성공한 바 있다.
금식 후 최장 생존기간 - 382일
1973년 영국 던디대학 팀의 금식실험에 참가했던 27세의 청년이 무려 382일간 음식을 먹지 않고 버텼다. 그렇게 그는 체중을 207㎏에서 82㎏으로 감량했다. 뚱뚱할수록 생존 가능 기간이 늘어나지만 정상 체형의 사람도 생각 이상으로 오랜 기간 음식 없이 살 수 있다. 일례로 한 수도사가 36일간의 금식에 성공한 적이 있다.
프리다이빙 잠수 심도 - 214m
2007년 그리스 스페체스섬에서 오스트리아의 다이버 허버트 니치가 세운 218m가 무호흡 잠수의 현존 세계 기록이다. 캐나다 댈하우지대학의 존 피츠 클라크 박사는 폐의 기체교환 모델을 이용한 연구 끝에 300m의 프리다이빙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지만 미국 듀크대학의 생리학자 닐 폴락 박사는 니치의 기록이 인간의 한계에 거의 근접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수심 300m에 인체가 노출되면 허파꽈리로 체액이 유입돼 피를 토할 수도, 자칫 폐가 찌그러질 수도 있습니다.”
최장 수명 - 122년
인간의 평균 수명은 늘고 있지만 과학자들은 최장수 기록 보유자인 프랑스의 잔느 칼망을 능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녀는 1875년에 태어나 122세까지 살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헤이플릭 한계(Hayflick limit)’, 즉 세포의 분열 한계 횟수를 늘리면 그녀보다 장수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생화학자 신시아 케니언 박사의 경우 유전자 요법을 통해 회충의 수명을 2배 늘리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현재 케니언 박사는 구글의 자회사인 캘리코의 노화방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최장 무수면 기간 - 11일
1963년 미국 샌디에이고에 거주하던 17세의 고교생 랜디 가드너는 아침 6시에 일어나 자신의 과학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프로젝트는 가장 오랫동안 자지 않고 버티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는 11일의 무수면에 성공했다. 당시 가드너의 생체징후를 점검했던 스탠퍼드 의대의 윌리엄 디멘트 박사는 가드너가 쉽게 짜증을 부렸지만 정신상태는 명료했다고 밝혔다. 참고로 이후 진행된 동물실험에선 쥐를 재우지 않으면 30일 내에 죽는다는 게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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