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대영제국의 뻔뻔스런 제국주의의 발로 중에서도 특히 가증스러운 것은 소위 아편전쟁이다. 아편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인 것을 잘 알았기에 영국 국내에서는 아편 사용을 범죄화 했던 한편 자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아편을 재배하고 청나라에 대량(1년에 약 1,400톤)으로 수출하여 영국 상인들이 큰돈을 버는 것은 통상의 자유라는 미명아래 정당화됐고 장려됐었다.
그래서 생긴 엄청난 수의 아편 중독자들 때문에 청국정부는 광둥시에 위치했던 영국 상인들의 창고에서 260만 파운드로 추산되는 아편을 압수하여 불태우는 조치를 취한 것이 1839년 이었다. 청국이 아편 상인들에게 보상을 하지 않고 아편을 압수 파기 한 것이 불법적인 동시에 청국 정부가 영국 상선들의 양자강 운행을 방해한 것이 항해의 자유를 침범한 것이라는 명목으로 영국은 군대를 보내 광둥과 인근 지역을 점령한다. 압도적 화력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던 청국은 1842년에 최초의 ‘굴욕조약’을 맺게 됐는데 그 조건중 하나가 홍콩섬을 영국에 귀속시킨 것이다.
그 후에도 제2차 아편전쟁을 거친 후 청조는 1898년 홍콩섬의 맞은편에 있는 구룡반도 등 일부 중국땅을 99년간 영국에 임대하는 수모를 겪게 된다. 1997년에 영국 총독통치 아래 있던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역사적 배경이다. 그런데 중국 공산당 정권과 영국은 홍콩 반환에 앞서 진행됐던 협상에서 “일국양제”(1국가 2제도) 원칙에 합의를 하게 된다. 홍콩이 중국의 일부가 되기는 하지만 경제면에서는 자본주의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공산독재가 아니라 민주주의 체제로 50년 동안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일국양제의 골자다. 골자는 그렇다 치지만 세부 점에 이르러서는 문제와 충돌의 여지가 적지 않다는 게 과장이 아니다.
홍콩정부의 구성을 잠깐 생각해보자. 입법부의 반은 북경 중앙정부와 가까울 수밖에 없는 각급 직능단체들이 뽑고 반은 민선으로 뽑는다. 행정부 수반은 처음에는 북경정부가 임명하게 됐었던 것이 여러 번의 민주화 요구를 거친 다음 2017년부터는 민선으로 고른다는 것 까지는 좋았지만 후보선발에 있어서 중국 공산당이 좌지우지하는 지명 위원회에서 뽑은 후보자들만이 행정장관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는 것이 영국식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홍콩시민들, 특히 젊은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얼마 전부터 홍콩의 상가 중심과 주요도로들을 마비시키다시피 만든 소위 ‘우산혁명’의 배경이다. 처음에는 지명위원회에서 후보를 뽑는 것을 없애고 행정장관을 2017년부터 직선으로 고를 수 있게 요구하던 데모대에게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는 등 과잉진압을 했었다.
하지만 우산으로 최루탄 연기를 막아보는 등 하면서도 경찰에 대한 과격한 반응은 자제하는 데모 대원들 때문에 정부의 태도도 달라지는 듯 하는 양상을 띄워 결국은 홍콩정부 아니 중공정부와 데모 대원들이 타협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중공 정권의 국경일인 10월1일 렁춘잉 행정장관이 귀빈들과 더불어 중국기 게양에 경의를 표하는 순간에도 10만 이상으로 추산되는 데모 대원들 중 상당수가 등을 돌리고 팔을 올려 X자가 되게 함으로써 중공 정권 독재의 입김이 서리는 통치체제는 배척한다는 것을 공표했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의 향배가 주요변수로 등장한 것 같다.
데모대들은 렁 행정장관이 10월2일까지 사직하지 않으면 정부청사를 점령하겠다고 위협했지만 렁 장관은 사직을 거절하는 한편 정부와 데모대 대표들과의 협상을 제의하기에 이른다. 홍콩의 현 사태에 있어서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중국 정부다. 그러나 중국 정부로서도 홍콩의 현 사태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영국과 미국이 홍콩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권과 평화로운 집회권을 지지한다면서 “홍콩 행정부의 정통성은 시민들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진정한 선택권이 부여 되었을 때 강화될 수 있다”는 담화를 발표한 것이 시진핑 휘하의 중국 관료들에게 내정간섭으로 들리기도 할 것이다.
중국 대변인이 홍콩에서의 법질서와 사회 안녕을 깨뜨리는 위법 행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그렇다고 강경 대응을 한다면 25년전 천안문 사태의 재판이 될 우려 때문에 그럴 수도 없어 우선 홍콩 사태를 보도하는 BBC와 CNN 등의 화면을 차단하고 인스타그램 등 SNS도 통제하여 홍콩의 반정부 운동이 중국의 민주화 운동으로 발전될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홍콩사태의 최선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놓고 시진핑 등 중국 고위층의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데모대의 주장을 수용하자니 티벳과 서장성 등에서의 소수 민족계의 비슷한 요구 가능성이 겁나고 강경진압하자니 그 후유증으로 중국 국위와 경제 상태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해야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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