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일요일 오후에 지역사회의 한 유명 정치인의 선거자금 모금행사에 참석했다. 이 행사의 초청장은 물론 그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보내졌으나 행사장소가 공개적인 야외이고 또한 참석대상에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참석할 수 있었다. 매년 이 맘 때마다 있어왔던 이 행사는 여러해 째 계속되어 오고 있는데 항상 많은 인파들이 모인다.
이런 행사에서는 보통 참석자들이 우선 음식도 먹으면서 서로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사회를 보는 사람이 참석자들 가운데 선출직 공직자 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몇몇 정치인의 지지 연설을 들은 후 행사에서 모금된 자금을 받아가는 호스트의 인사를 듣는다. 이런 인사에서 빠지지 않는게 본인 가족들 소개와 그들에 대한 감사 표시이다.
그러나 이 날 행사에서 이 정치인이 자신의 가족을 소개할 때 내가 미처 예기치 못한 부분이 있었다. 그 날 행사 진행 사회는 아들이 보았다. 그래서 가족 소개 때 우선 사회를 본 그 아들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바로 다음으로 소개된 사람을 가리켜 사회를 본 아들의 아버지이자 자신의 첫 남편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또 다른 사람을 소개하며 자신과 남은 생애를 같이 보낼 남편이라고 했다.
이렇게 전 남편과 현재의 남편이 함께 소개되는 것이 나에게는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물론 나는 전, 현 남편 두 사람 모두 오래 전부터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이다. 또한 전 남편이 그 행사 말고도 다른 행사에도 참석하는 것을 가끔 보아왔었다. 그러나 이 날 행사처럼 그렇게 공개적으로 둘이 같이 소개되는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 행사에 전 남편이 그렇게 참석해 주는 것 자체도 쉽지 않으리라 생각되지만 자신이 또한 그렇게 소개되었을 때 그가 어떻게 느꼈을까. 그리고 현재 남편은 전 남편과 같이 소개되는 것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또한 그 둘 모두를 그렇게 소개하는 그 정치인의 마음은 어땠을까 하는 물음들이 나의 머리 속에서 내내 맴돌던 행사였다.
그러면서 우리 집 둘째 애가 어렸을 때 활동했던 동네 축구팀의 팀메이트 하나가 생각났다. 그 팀메이트와 우리 집애는 학교에서 같은 반에 있으면서 친했고 축구도 같은 팀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여러해 동안 같이 했었다. 그런데 그 축구 팀의 코치와 보조코치가 그 팀메이트의 친부와 계부였던 것이다. 충분히 불편할 사이일 수도 있는 그 두 코치들은 나에게는 보기가 어색할 정도로 서로 친했다. 그것은 두 사람 모두 단순히 아들에게 최선을 다 하기 위해 아버지로서 노력하는 것 이상이었다.
한 여자를 가운데 두고 엮여 있는 관계에 대해 그 두 남자들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 듯 했다. 게다가 그 두 코치에서 그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부인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집 둘째 애의 친구에게는 친모와 계모가 되는 두 부인들도 그런 관계는 별로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단순히 아들 축구 시합에 나와 공동으로 응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말 친한 친구처럼 지내는 것이었다. 여자들 특유의 수다도 떨고 남편들 흉도 보았다. 아들 생일이면 축하 파티도 같이 하고 전부 모여 저녁식사나 피크닉도 같이 하는 것이었다. 절대로 과거에 집착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주말이면 두 쌍의 부모들이 교대로 아들을 돌보아 주고 시간을 보냈다. 학교 공부도 서로서로 챙기고 여름 휴가나 캠프에 가는 것도 의논하고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에 있어서는 협의해 결정하는 것을 보았다. 어른들 사이의 일로 아들에게 더 이상의 아픔이나 피해를 주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었다.
그런 모습이 나에게는 거의 충격적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문화적 차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그 두 쌍의 부부가 비슷한 입장에 있는 다른 부부들에 비해 훨씬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분명했다. 미국에서의 이혼률은 초혼의 경우 절반 정도, 그리고 재혼의 경우 3분의 2나 된다고 한다. 그러니 결국 이혼 후에도 좋든 싫든 자녀들 때문에라도 서로 만나야만 하는 헤어진 부부들이 많은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그 두 쌍의 부부들이 보여준 것은 거의 모범 답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