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EFA 챔피언스리그, 펄펄 난 손흥민‘Man of the Match’선정
▶ 레버쿠젠, 벤피카에 3-1… 조별리그 첫 승
유럽 챔피언스리그 본선 첫 골을 터뜨린 손흥민(오른쪽)이 활짝 웃으며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번 여름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는 바이에른 레버쿠젠(독일)에 수차례 손흥민(22) 차출을 허락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목표인 우승을 위해 손흥민이 꼭 필요하다고 사정했다. 사실 한국이 금메달을 딸 경우 손흥민이 병역면제 혜택을 받는다는 사실은 레버쿠젠에게도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하지만 레버쿠젠은 이를 끝내 거부했다. 손흥민이 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선수이기에 시즌 중간에 그를 장기간 내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그리고 레버쿠젠의 결정이 옳았음은 1일 벌어진 벤피카(포르투갈)와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여실히 입증됐다.
1일 독일 레버쿠젠의 바이아레나에서 벌어진 2014-1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C조 2차전 경기에서 손흥민은 한마디로 펄펄 날았다, 선발로 나서 풀타임을 뛰면서 팀의 선제골을 셋업하고 자신의 챔피언스리그 본선 첫 골을 터뜨리는 등 1골 1어시스트의 눈부신 활약으로 레버쿠젠의 3-1 승리를 견인했다. 경기 후 UEFA가 경기 최우수선수(Man of the Match)로 손흥민을 꼽은 것은 당연했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AS모나코에 패했던 레버쿠젠은 이날 귀중한 승리로 16강 도전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레버쿠젠으로선 손흥민이 이날 인천이 아닌 레버쿠젠에 있었다는 사실이 기쁘지 않을 수 없었던 경기였다. 한편 한국축구는 손흥민 없이 아시안게임 결승에 올라 2일 북한과 우승을 놓고 다투게 됐다.
이미 1패를 기록한 레버쿠젠은 16강 희망을 이어가려면 이날 포르투갈 리그 선두를 달리는 강호 벤피카를 상대로 홈에서 무조건 이겨야 했고 시작부터 공격적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 중심에 손흥민이 있었다. 왼쪽 윙포워드로 출격한 손흥민은 경기 시작 5분 만에 페널티박스 왼쪽 사각에서 카림 벨라라비의 패스를 받아 기습적인 왼발슛을 때려 벤피카 골키퍼 훌리오 세자르의 세이브를 이끌어냈고 2분 뒤엔 하칸 칼하노글루의 슈팅을 셋업했다.
전반 13분엔 상대 오른쪽 엔드라인 근처까지 치고 들어가 예리한 패스를 내줬고 벨라라비의 슈팅이 수비에 막힌 뒤 뒤따르던 라스 벤더가 루스볼을 슈팅으로 연결한 것이 왼쪽 골대에 맞고 튀어나와 벤피카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출발부터 벤피카를 정신없이 만든 손흥민은 결국 전반 25분 마침내 팀의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역습 상황에서 상대진영 왼쪽에서 볼을 잡은 손흥민은 볼을 한 두 차례 치고 들어간 뒤 중앙으로 꺾으며 오른발 중거리슛을 때렸고 볼이 벤피카 골키퍼 세자르의 손에 맞고 흐르자 슈테판 키슬링이 뛰어들며 밀어 넣어 선취골을 뽑아냈다.
이어 34분엔 손흥민의 예리한 골 결정력이 번뜩했다. 상대 오른쪽에서 절묘한 2대1 패스로 측면을 돌파한 벨라라비가 밀어준 크로스를 손흥민은 바로 오른발로 때려 깨끗하게 벤피카 골문 오른쪽 상단 그물을 출렁였다, 탄성이 절로 나오게 만든 ‘월드클래스’ 피니시였다.
이 골은 그가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터뜨린 첫 골로 기록됐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8경기에서 도움만 2개를 기록했던 손흥민은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2골을 터뜨렸지만 이는 본선 기록에 포함되지 않기에 이날 골이 꿈의 무대 데뷔골이 됐다. 올 시즌 모든 대회를 합치면 6호골이다.
하지만 손흥민은 전반 종료직전 이날 두 번째 골을 터뜨린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수비 뒷공간을 찌른 키슬링의 스루패스를 받아 왼쪽 해프라인부터 단독으로 치고 들어간 손흥민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을 시도했으나 볼이 살짝 빗맞으며 오른쪽 골대 밖으로 벗어나고 말았다.
총 반격에 나선 벤피카는 후반 17분 에두아르두 살비오가 한 골을 만회했으나 2분 뒤에 다소 석연치 않은 페널티킥 판정으로 칼하노글루에게 쐐기골을 내주고 주저앉았다. 손흥민은 후반 29분 코너킥을 그대로 발리슛으로 때리는 등 이날 벤피카 팀 전체의 슈팅수(6)보다 많은 7개의 슈팅을 때렸고 이중 5개가 유휴슈팅이었다. 벤피카로선 이날 손흥민을 막지 못해 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경기였다.
한편 같은 C조의 제니트와 모나코가 0-0으로 비겨 나란히 1승1무(승점 4)를 기록하면서 레버쿠젠(승점 3)는 여전히 조 3위를 유지했다. 2패를 기록한 벤피카는 16강 탈락 위기를 맞게 됐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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