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월요일에는 내 자신의 케이스 때문에 법원엘 가지 않을 수 없었다. 6월 어느 날 고객의 랜드로드·세입자 사건 재판이 있어서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 지방법원에 갔다가 파킹 티켓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법원 청사 지하실에 차를 세우고 올라가면 파킹미터가 있는바 차를 세운 자리의 번호를 집어넣고 동전을 넣거나 크레딧 카드로 지불하면 되는데 마침 수중에는 동전 한 닢도 없었다. 그래서 파킹미터에 크레딧 카드를 집어넣었지만 만기일이 2016년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가 퇴짜를 맞았다. 디스커버 카드를 대신 넣었지만 역시 같은 결과였으며 세 번째로 비자카드마저 거절당했다. 맨 오른쪽 기계가 고장 나서 그런 것이려니 하고 중간에 있는 파킹미터에서도 역시 몇 차례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가는 데는 안에서 기다릴 고객 생각에 법정 개정 시각 오후 1시15분이 겹쳐져 안달복달할 지경이었다.
맨 왼쪽에 있는 세 번 째의 파킹미터에서도 같은 경험을 하고는 파킹 티켓을 받을 각오를 하고 법원 출입문으로 향할 수밖에. 월세를 안낸 세입자에 대한 랜드로드의 고소 사건은 드문 예외를 빼고는 항상 이기게 마련이라 흡족한 마음으로 차에 돌아와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파킹 티켓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파킹미터에 돈을 안 넣었다는 벌금이 15불인 것까지는 마지못해 낼 용의가 있었지만 그럴 경우 나의 운전 기록에 벌점이 1점 기재된다는 데야 기분이 언짢아져 재판을 청구하게 되었다. 그리고 카운티 정부에 위의 사실들을 열거하면서 취소해주면 감사하겠다는 편지를 보냈지만 무시당하고 재판 날짜에 대한 통고서를 받게 되었던 것이다.
교통법규 위반 중에서도 음주운전, 무면허 운전 등 유죄 판결을 받으면 감옥에 갈 수도 있는 사건들이 아니라 비교적 경미한 사건들만 다루는 법정에는 적어도 30내지 40여명이 앉아있었다. 법원 직원이 내가 변호사인 것을 알았던지 판사 앞에서 유죄냐 무죄냐를 발언하는 호명에는 내가 제일 먼저 불려나갔는데 물론 ‘무죄(not guilty)’라 했더니 다른 사람들의 차례를 다 거쳐 재판할 때까지 기다리란다. 약 3분지 2가량은 유죄지만 할 말이 있다는 처리 방법을 선택해서 판사가 벌금 27불50전에 법원 비용 22불 50전의 선고를 하게 되었다. 무죄를 항변한 사람들 중 역시 내가 처음 불릴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몇 사람 먼저 불려서 군청 직원의 증언에다가 피고의 증언을 들은 판사는 더러는 유죄 판결을 내려 마음이 조마조마해졌었다. 그러나 내가 불리기 직전의 내 또래 나이의 여인이 남편을 증인으로 내세워 판사 앞에서 개진하는 내용이 나의 경험과 비슷해서 특히 군청 직원이 파킹미터가 고장 나기도 한다는 증언이 있어서 안심했더니 역시 판사가 나의 설명을 듣고는 ‘not guilty’라고 선고하고는 승리의 희열을 만끽했다. 하다못해 15불짜리 승소도 기분이 좋은 반면 패소는 특히 형사 사건의 패소는 당사자만이 아니라 변호사들에게도 엄청난 실망과 당혹감을 주기 마련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법원 문전에 갈 일이 한 번도 없는 사람은 참으로 복이 많고 양심이 떳떳한 사람이라는 게 나의 지론이다. 실정법을 어겨 손에는 수갑을, 발에는 족쇄를 달고 감옥으로 끌려갈 때의 참담함은 인생 실패의 극치 중 하나일 것이다. 추잡한 사생활이 다 폭로되는 이혼 사건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로버트 맥도넬 전 버지니아 주지사의 재판 결과가 상기된다. 널리 보도된 것처럼 2012년 대선 때에는 공화당 부통령 후보 중 하나로 물망에 오르던 맥도넬과 그의 부인은 건강식품회사 사장으로부터 17만7,000불에 달하는 여러 가지 선물을 받았고 직접적인 반대급부는 없었다지만 그 식품회사의 상품 소개식에 주지사 공관을 빌려주는 등의 편의를 보아준 것이 버지니아 시민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져야 할 서비스를 횡령한 것이라는 연방 법규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만약 그들의 상고가 실패하면 감옥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맥도넬은 기소당하기 전 연방 검찰 측으로부터 정치적으로 부패라는 한 죄목에만 유죄를 자인하면 부인은 기소되지 않고 재판도 간단히 끝날 수 있다는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하고 무죄를 항변했을 뿐 아니라 자기 부인을 원망하는 증언으로 신사도를 어겼다는 중평을 받아 재기불능 한 곤경에 빠졌다. 그런 사람이 우선 나 같은 쫄대기 변호사에게 올 일도 없지만 만약 나한테 왔더라면 유죄 자인 협상으로 엄청난 변호사비를 지불 받았을 변호인단 보다 훨씬 월등한 결과를 도출했을 터인데...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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