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뉴저지에 세워진 위안부 소녀상을 신문에서 보았다. 첫 소감은 실망자체였다. 그러나 그 위안부상 건립에 관련하지 않았고 또한 앞뒤 사정을 모르는 이로서 우리 정서를 건드리는 말을 함부로 낼 수도 없는 터라 위안부 동상이 세워진 의미에 무게를 두었었다. 그런데 위안부 동상이 이제 여러 곳에 생긴다 하니 더 이상 이러한 모습의 위안부 동상은 세우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나으리라 생각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동상의 의미란 비싼 돈을 들여 정부허가를 받아 세우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의미를 전달할 수 있어야만 한다. 상징 의미를 전달 못하는 동상은 무의미하다. 위안부(comfort woman) 이란 표현은 크게 잘못되었다 성노예 (sex slave) 란 표현이 적절하다. 위안부가 아니다, 무슨 간호사인가? 왜 우리는 미국인들이 이해하기도 힘든 표현을 스스로 자처하여 쓰는지 모르겠다. 성노예로 끌려갔던 분들의 인격존중을 지켜드려야 되며, 위안부란 표현을 일본 군부가 사용했던가? 그럼 아직도 우리는 끌려 다닌단 말인가? 이런 식으로는 세계인들에게서 인권 박탈의 공감을 얻어내기 힘들다. 있는 그대로, 사실 그대로 표현하자. 그 길만이 인권을 지키고 사과를 받아내는 길이다. 이제부터 나는 성노예라 표현 하겠다.
둘째, 동상의 여인은 성노예로 끌려가 온갖 만행을 겪은 동상의 얼굴로서 너무 반듯하며, 단발머리는 가지런하다, 얼굴에 상처와 분노가 없다, 단정히 차려입은 옷은 마치 집안 잔치에 참석한 옷차림이다. 그리고 양손과 다리는 아무런 저항의 몸부림이 아니며 몸은 의자에 반듯이 앉아있다. 내가 일본군부의 천인공노할 한인 성노예 만행에 관하여 무지한 외국인이라면, 그냥 지나치기에 너무나 안성맞춤이다. 아니 내가 일본정부 관계자인데 부득이 성노예 동상 설립을 받아들여야만 할 상황이라면 나는 이 현재 동상을 달갑게 받아들일 것이다. 이 동상에는 불행하게도 도저히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나 피하기 힘든 수치, 식히지 않는 분노와 아물지 않는 상처, 그 어느 하나 전달하는 메시지가 없다. 그러나 그 어느 하나 나서서 분노하는 이가 없다. 프랑스 파리의 로댕 미술관에 가면 정원에 “버지스 오브 카리드" (칼레의 시민)란 동상들이 정원에 서있다. 칼레가 어딘지, 그 시민들이 그당시 어떠한 처지에 놓였었는지, 아무것 모르는 문외한 이라 할지라도 그 동상들 앞에서는 모든 이들이 발걸음을 멈춘다. 노인들의 처절한 동상들은 보는 이들에게 묻는다, 넝마처럼 찢어지고 헤어진 옷들, 발과 손에 묶인 쇠사슬, 고개를 떨구고 갈 곳을 잃은 양 서성이는 발길, 초점, 아니 희망을 포기한 눈길, 당신들은 우리를 기억하느냐고? 우리를 모른다면, 우리가 누구였으며, 왜 이 지경에 다다르게 되었는지, 알아보라고 재촉한다. 이것은 시민정신과 노블리스 오블리제, 인간애를 말하고 있음을 한순간 느끼고 배울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동상을 세워야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노예 동상은 일본 군인들의 군화와 총칼, 일장기, 즉 가해자의 모습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처참히 찢겨진 휴머니즘에 여인은 손으로, 발길로 절규하며 아픔을 호소하여야 된다. 그렇지 않고, 어떻게 관심을 유발시키려 하는가? 어떻게 미국인들에게 과거 만행을 알린단 말인가? 유관순, 안중근 의사들이 보여준 의연하면서도 확고한 의사표현을 제대로 해야 한다.
물에 물탄 듯한 표현은 안 먹힌다. 알렉산드리아 올드타운의 워싱턴 스트릿 차도 위에는 남군 동상 하나가 서있다. 당시 남북전쟁에 참전한 주민 사망자비다. 남군은 전쟁에서 졌다. 주민들은 그래도 먼 전쟁터에서 죽어 돌아온 자식들을 기억하고 싶었다. 5피트 정도의 치장 없는 대리석 위에 역시 거의 같은 높이의 단신 남군 군인 동상이 서있는데 머리는 숙이고, 가슴에는 아무런 훈장이 없다. 왼손에 쥐어있어야할 총은 온데간데없고, 오른손에는 모자가 쥐어져 있고 긴 전쟁을 말해주듯 물통과 배낭이 어깨에 걸쳐져있고, 먼 곳에서의 전쟁을 말하듯 긴 장화가 신겨져있다. 나는 단 한번도 비문을 잃어 본적이 없다. 그러나 차를 운전하며 수없이 지나치면서 그 동상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확실한 의사전달, 그리고 영구적이고도 쉽게 공감 할 수 있는 앞으로의 소녀 동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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