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부터 이라크의 북부 상당 부분과 시리아의 일부를 점령한 ISIS(이라크와 시리아의 이슬람 국가란 머리글자 모음: 이하 IS)란 테러 집단의 공개적인 만행은 끔찍하기 짝이 없다. 오합지졸이나 다름 없는 이라크 정부군들이 투항을 하더라도 긴 참호를 파게 만든 다음 기관총으로 몰살시키는 장면을 비디오로 만들어 자기들의 세 과시 선전용과 적군에 대한 위협용으로 페이스북 등 인터넷에 올리는 야만성이 일례이다. 또 다른 예는 두 명의 미국인 자유기고 기자들을 잔인하게 참수하는 장면을 자랑스럽게 공표한 것이다. 두어 주 전 검정 두건을 쓰고 눈만 내놓은 괴한이 무릎을 꿇은 제임스 폴리 기자 옆에서 칼을 휘두르면서 오바마 등 미국인들에 대한 위협을 퍼부은 다음의 장면은 너무나 끔찍스러워 거의 모든 매체에서 삭제 편집된 후에 방영되었지만 IS에 대한 전 세계적인 비난을 비등시키기에 족한 것이었다. 영국에서는 음성 분석을 통해 그 흉한의 정체를 발견코자 하는 한편 500여명의 영국계 모슬렘 교도 극단분자들이 시리아 내전에 참여하거나 IS에 속한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 영국 내의 테러 가능성을 최고 위험 바로 다음 단계로 올리는 조처를 취했다.
그런데 대조적으로 미국의 반응은 우왕좌왕 격이었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IS가 미국에 대한 ‘긴급한 위험’이라고 규정했고 합참의장은 IS의 핵심세력이 있는 시리아에서의 군사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자마자 백악관 쪽에서는 딴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압권은 지난 주 목요일 오바마 자신이 기자회견에서 (IS의 위협에 대해) “우리는 아직도 전략이 없다”고 고백한 것이다. 물론 이라크에서 철군을 했으며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얼마 후 그리할 상황에다 미국인들의 전쟁 피곤증을 더하면 시리아에 대한 공습이 확대될 가능성 때문에 오바마가 미군 개입을 꺼리는 이유는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오바마의 대학교수적인 언행이 현 행정부의 외교 노선 혼돈에 크게 기여한 측면을 무시할 수 없을 듯하다. 세미나를 주관하는 교수는 학생들에게 자유로이 발표할 기회를 줄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이편도 들고 저편도 드는 경우가 흔하다. 가정과 가설을 내세우고 갑론을박 하게 하는 교수의 세미나 방법을 오바마가 선호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시리아 하나만 생각해 보자. 영국에서 안과의사를 하다가 독재자 부친의 뒤를 이어 독재자로 악명을 떨치는 아사드 대통령에 대해 시리아에서 아사드의 설자리는 없다고 오바마가 공언한 것이 몇 번이었지만 IS에 관한한 협상 대상으로 인정되어 얼마 전 아사드는 재선되어 화려한 취임식을 가졌다. 시리아 반군에 대한 무기 지원 등에 대해 아사드의 화학 무기가 ‘한계선’이라고 천명하기를 몇 차례 했지만 화학 무기를 국제기구 감시하에 처리한다는 러시아 중재의 해결책을 구실로 유야무야되고 IS 같은 과격파의 세력 확장이 현실화되었다.
엊그제는 두 번 째 미국인 기자 ‘스티븐 소트로프(35)’까 IS의 같은 괴한에 의해 참수되었다. 카메론 영국 수상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종교국(Caliphate)이 만들어졌다는 사실과 그로 인한 테러리즘의 수출이 모든 유럽 국가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하원에서 연설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NATO 정상들과 회담하러 영국에 간 오바마도 IS는 쳐부숴야 될 상대라고 말했고 바이든 부통령은 IS를 지옥의 문전까지 뒤따라 가야하는 적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그런 묘사가 실천으로 옮겨지는 과정이 지난하다.
한편 Caliphate란 단어는 모하메드의 후계자라는 의미의 Caliph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슬람 사회의 종교 겸 정치의 통치체제를 의미한단다. 얼마 전 44세의 IS 두목이 자기가 Caliph이니까 전세계 모슬렘들이 자기에게 복종해야 한다고 강변하는 장면을 보았다. 문제는 대부분의 회교도들이 IS의 잔인성을 마음속으로는 규탄할망정 공개적으로는 대규모 데모나 반대운동으로 IS에 대한 저항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있다. 더 큰 문제는 상당수의 젊은 과격 분자들이 IS의 잔인한 영상에 도취되어 IS의 휘하로 몰려들 용의가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 학자들의 이론처럼 문명 전쟁이 발생할 것인가? 전율이 느껴지는 세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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