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로 워싱턴 인근의 모든 학교들이 개학했다. 나도 8월 한 달간의 페어팩스카운티 교육위원회 방학을 마치고, 어제 벌써 내가 새로 위원장을 맡고 있는 감사위원회의 첫 회의와 교육위원회 정기회의도 가졌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하루 종일 교육위원회 실무회의가 열리는데 가장 중요한 의제는 초중고 등교시간 조정 문제다.
이미 오랫동안 연구해 온 이 사안은 이 날 회의 후 약 한 달 정도 주민들로부터 추가의견을 수렴해 10월 말까지는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지난 며칠은 더웠지만 이번 여름은 대체적으로 선선했다. 덕분에 더위를 많이 타는 내가 에어콘 신세도 별로 안지고 지냈다. 그런데 약 한 달 전 워싱턴 포스트 지의 교육칼럼니스트인 제이매튜 씨가 ‘Summer Melt’에 관해 쓴 글이 생각난다. Summer Melt라는 표현은 대학입학 예정자가 여름 동안 입학하고자 하는 대학을 변경하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합격한 대학에 입학하겠다고 정식으로 통고하고 디파짓까지 보낸 후 마음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매튜 씨는 이 칼럼에서 약간 다른 차원의 Summer Melt에 대해 언급했다. 저소득 가정 출신의 똑똑한 고교 졸업생 가운데 아예 대학 입학을 하지 않는 비율이 제법 높다는 것이다. 그런 비율이 심한 경우 거의 40% 가량이나 되는 학군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통계는 학생들이 고등학교 졸업 전 학교 카운슬러에게 대학 입학 계획을 보고한 것과 대학생 등록 통계를 다루는 기관인 ‘National Student Clearinghouse(NSC)’의 자료들을 조사 비교해 보면 나온다고 했다.
제이매튜 씨는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다음과 같은 것을 이러한 현상의 이유로 들고 있다. 우선, 학교 입학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여러가지 서류를 이러한 학생들이 여름동안에 제대로 챙기지 못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 입학을 위해 5월1일까지 디파짓을 보내면 해당대학으로부터 작성해 제출해야 할 각종 서류들이 쇄도한다.
그런데 졸업 전에는 학교의 카운슬러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일단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결국 부모나 가족들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저소득 가정일수록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감일까지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대학에 입학하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학생들의 대학입학을 여름 동안에도 계속 격려하고 이끌어 주지 않을 경우 포기하게 만드는 유혹도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여자 친구나 남자 친구가 그 경우가 될 수 있다.
또한 여름이나 평소에 일하던 곳에서 당장 벌 수 있는 ‘돈’에 대한 유혹도 떨치기가 싶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이 대학에 가게 되면 가족에 경제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한 학기나 한 해 정도 대학입학을 연기하겠다고 하다가 아예 못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페어팩스 카운티의 경우에도 카운슬러 대입현황 보고 결과와 NCS 통계에 약 20%의 차이가 나타난다. 4년제 대학의 경우에는 10% 정도 그리고 2년제 대학의 경우에는 40% 가량이 카운슬러에 보고된 것과 다른 것으로 나와 있다.
교육청 담당직원의 분석에 의하면 우선 모든 대학이 NSC에 자료를 제공하지는 않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리고 2년제 대학의 경우 바로 입학하지 않고 한 학기 정도 일해 학비를 마련한 후 등록하는 학생들이 제법 많다고 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가난한 가정의 학생일수록 집에서 여름에 제대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들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졸업 후이지만 여름동안에 이들을 지속적으로 도와주고 계속 대학 진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학에 가서도 성공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세대를 거듭하며 지속되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대학교육이다. 새 학년에 들어가서는 이러한 부분에도 교육위원회와 지역사회가 함께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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