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은 눈앞에 보이는데 굳게 약속한 그에게선 아직 소식이 없다.
상원의 포괄적 이민개혁안 통과 1주년을 막 넘긴 6월30일, 오바마 대통령의 로즈가든 연설은 기다림에 지쳐있던 이민사회를 향한 약속이었다. 온갖 트집과 변명으로 이민개혁안을 사실상 죽여 버린 공화당 주도 하원의 무책임을 공격하며 그는 독자적 행동을 선언했다.
그날 국토안보부와 법무부 장관들에게 이민개혁을 위해 대통령이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행정명령 관련 건의서 작성을 지시했다고 밝힌 오바마는 “건의서가 ‘여름의 끝’이 되기 전에 제출될 것”이라면서 “더 이상 지체 없이 그 건의서를 채택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이 지금 흔들리고 있다.
지난 몇 주 이민운동가들의 무드는 조울증에 걸린 듯 희비가 교차했다. 8월에 접어들면서 백악관이 초조해지고 있다는 소식에 다운되었던 분위기는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대통령이 노동절 전후로 행정명령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에 잔뜩 부풀었다가 중간선거 악영향을 겁내는 민주당 내 반대로 선거이후 11월로의 연기설이 유력해지자 다시 곤두박질치며 가라앉고 있다…건의서는 아직 대통령에게 제출되지않았다. 행정명령 플랜의 정확한 내용도나오지 않았지만 수백만명 서류미비 이민자의 추방유예와 노동허가 등 ‘준 신분 합법화’ 조치가 담길 것으로 대부분 추정한다. 공화당에선 ‘위법 사면’이라며 강경대응을 위협하지만 지금 백악관이 내분까지 겪으며 고심하는 쟁점은 행정명령의 내용이 아니다. 언제 발동할 것인가, ‘타이밍’이다.
이민 행정명령에 따른 정치적 손익계산의 정답이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중남미 아동들의 나홀로 밀입국사태로 국경의 위기가 부각되고 이민에 대한 여론이 냉각되면서 당장 11월 중간선거에 미칠 영향이 심상치 않아졌고 거기에 더해 2016년 대선, 역사에 기록될 오바마 대통령의 유산 평가까지를 전망하고 분석하자니 당연히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민행정명령이 끼칠 정치적 영향은 세 가지 측면에서 예상할 수 있다.
우선 공화당의 과잉반응과 함께 과잉대처가 이어질 것이다. 이미 행정명령을 발동할 경우 9월말까지 처리해야 할 잠정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또 한 번의 정부폐쇄를 초래할 것이라는 루머가 흘러나오고 있다. 오바마의 ‘월권’을 빌미삼은 탄핵도 추진될 것이다. 공화당 지도부는 정치적 역풍의 소지가 다분한 극단적 대응은 자제할 테지만 어쨌든 대치정국은 더 한층 경색될 것이다.
그보다 민주당이 겁내는 것은 11월 중간선거에 미칠 영향이다. 자칫 공화당에 빼앗길 수 있는 상원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꼭 이겨야 하는 주 - 아칸소, 루이지애나, 알래스카,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재선에 나선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이민개혁은 의회의 영역”이라며 행정명령 자체에 대해 공개반대를 표명하고 있다. 보수지역에서 힘겹게 접전을 치르고 있는 이들에겐 ‘불법이민’ 문제의 이슈화 자체가 두려운 것이다.
같은 접전지역이라도 히스패닉 인구가 급증하는 콜로라도는 다르다. 이곳에서 역시 고전 중인 민주당 상원의원은 오바마의 조속한 행정명령을 오히려 기다리는 입장이다.
셋째는 장기적 영향이다. 2016년 대선을 생각하면 수백만명을 추방에서 구제하는 담대한 조치는 급성장하는 이민표밭과 민주당의 유대를 완전히 굳혀놓는 확실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공화당은 라티노와 아시안 등 이민을 적대시하는 편협한 정당으로 채색되면서 백악관 탈환기회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해가 될지는 확실치 않지만 2016년을 비롯해 장기적으로는 큰 득이 될 것이라는분석은 금년 민주당의 상원주도권 방어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주장에 밀리고있는 듯하다. 2일 백악관 대변인은 “행정명령의 내용이 타이밍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며 정치매체들은 “대통령 자신이 정해놓은 데드라인을 넘길 수 있음을 백악관이 인정했다”고 해석했다.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기능이 마비된 이민제도 개혁의 진정한 해결책은 아니다.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통과시키는 포괄적 이민개혁안의 입법화가 물론 최선이다. 그러나 수없이 많이 주어진 기회를 의회는 정당한 이유 없이 외면했고 입법화는 앞으로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이런 상황에처한 지금으로선 빠를수록 좋은 최선의대안이다.
그동안 이민사회는 참을성 있게 기다려왔다. 반복되는 희망과 절망, 기대와 좌절 속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의 공약을 믿으며 민주당 표밭을 충실하게 지켜왔다. 그러나 인내심은 바닥나고 있다. 이제는 너무 오랫동안 미루어온 약속이 지켜져야 할 ‘타이밍’이다.
더 논의하고 더 계산해 봐도 중간선거 손익계산의 정확한 해답은 지금 나오기 힘들다. 어느 쪽을 택하든 위험부담은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왜 시간이 더 필요한가.
수백만 이민가족들이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올바른 정책의 시행이다. 필요한 것은 정치적용기일 것이다.
공식적으로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된다는 9월22일까지는 그의 약속이 지켜지기를 이민사회는 다시 한 번 기다리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