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Pope; 敎皇)의 한국 방문은 닷새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종교지도자가 보여준 겸손과 따뜻함의 여운이 아직도 길게 남아있다. 방한 기간 내내 교황(敎皇)은 낮은 곳을 찾아가 상처로 얼룩진 한국 사회를 위로하였고, 사랑과 겸손과 검소의 삶을 몸으로 보여주었고, 남과 북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먼저 ‘Pope’에 대하여 요즘 시대에 맞는 적절한 한국어 호칭을 언급한 후 이야기를 이어갔으면 한다. 교황(敎皇)이라는 호칭은 천주교(Roman Catholic Church) 신자에게는 자연스러운 극존칭의 호칭일 것이다.
그러나 비록 같은 기독교(Christianity)이지만 정교회(正敎會), 성공회(聖公會), 루터교, 그 이외의 다른 개신교의 신자들이 기독교 가운데 한 교단인 천주교의 수장(首長)을 교황(敎皇)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리 자연스럽지 않은 면이 있다.
그러던 참에 천주교의 교황방한 준비위원회에서 보수적인 천주교 신자들의 따가운 눈총이 예상 됨에도 교황을 교종(敎宗)으로 불러 줄 것을 요청한 것은 지혜로운 결정이라고 본다.
사실 오늘날 종교지도자에게 아직도 중세시대 최고의 권력형 용어인 ‘황제’의 호칭을 부여한다는 것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 이는 겸손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과도 도무지 맞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천주교에서 제안한 교종(敎宗) 곧 천주교의 ‘으뜸 사제’ 혹은 ‘으뜸 주교’라는 의미를 담은 호칭은 기독교 내 다른 교단이나 타종교 혹은 일반인의 입장에서 볼 때 누구나 존경의 마음을 담아 부를 수 있는 적절한 존칭(尊稱)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종의 방문은 종교인은 물론 일반인들에게 엄청난 감동과 깨달음을 주었고, 언론과 시민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무엇이 그토록 열광하게 하였을까?
먼저 세계적 종교지도자가 보여준 외형적 권위에 얽매이지 않은 소탈(疎脫, informality), 검소(儉素; frugality), 그리고 겸손(謙遜; humility)의 삶일지 싶다. 바티칸의 중심인 그가 한국을 방문하여 가장 작은 차를 이용하고, 크고 화려한 고급 의전용(儀典用) 의자를 마다하고, 복잡한 형식이나 절차 없이 소탈하게 여러 사람을 대하는 모습은 일부 지도자들의 왜곡된 외형적 권위를 보는데 익숙했던 한국인들에게 실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물질주의와 소비주의, 왜곡된 권위주의와 허세적 체면이 만연한 사회에서 따듯한 인간애와 종교적 신심에서 우러나오는 소탈과 검소와 겸손은 이 시대 종교인은 물론 일반인 모두가 다시 찾아야 할 소중한 가치다. 교종의 방한을 계기로 이러한 가치들이 우리의 삶 속에서 다시금 되살아나 개인은 물론 사회적 가치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다음으로 행동으로 보여준 종교지도자의 진실성 있는 모습이다. 그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 강정마을 해군기지와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 용산참사 유족들, 한센씨병 환자 공동체,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을 방문하였다. 아픔과 상처 속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 손을 맞잡고, 고통과 눈물의 하소연을 들어주었다. 이 시대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몸으로 보여 준 것이다.
그는 바로 이런 자리가 교회와 종교인들이 있어야 할 자리임을 분명히 했다. "거리로 나가십시오, 교회가 있을 자리는 그곳입니다." "불평등과 맞서 싸우십시오. 교회가 불평등에 무감각하면 빈부격차를 키우게 됩니다." 그는 힘없고 가난한 이에게는 자상하며 천사처럼 환하고 선한 얼굴이지만, 불의를 질타하는 데는 단호했다.
교종의 방한을 통하여 오늘날 한국 교회와 종교 안에 종교의 본질과 신앙적 실천에 대한 깊은 울림이 일어났으면 한다.
이번 교종의 방문은 종교인들은 물론 우리 사회에 많은 감동과 깨우침을 주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 천주교와 개신교를 포함하여 기독교인들이 더욱 철저히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회복했으면 한다.
그런 점에서 교종 방한 반대를 외치거나 맞불집회를 연 일부 개신교 지도자와 신자들의 무례와 편협은 옥의 티다. 한국 사회가 더욱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며 정의와 평화가 넘치는 아름답고 따듯한 세상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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