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선출을 둘러싼 LA한인회관 관리재단(구 한인동포재단)의 내분이 결국 법정에서 판가름 나게 될 분위기다.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너무나 얽히고설켜 일반인들은 이해하기조차 힘들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재정의혹을 둘러싸고 5년여를 끌어오던 관리재단 사태가 마무리 된다 싶더니 이제는 이사장 자리를 놓고 두쪽으로 나뉘어 이전투구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재정 비리 싸움은 끝이 났고 누가 정관에 따라 선출된 적법한 이사장이냐가 2라운드 싸움의 핵심이다.
재정 의혹의 당사자로 거론 됐던 이사장이 물러난 후 우여곡절 끝에 뽑은 새 이사장이 그만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후임을 놓고 또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2명의 이사장이 서로 자신이 정관에 따른 적법한 인물이라고 우기는데 양쪽 모두 일리가 있어 누구에게 손가락질 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확실한 것은 한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결국 법정에서 정관에 따라 증거 자료를 근거로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는 것이 최상의 방법인 듯 싶다.
그런데 이번 이사장 싸움에 개입한 총영사관의 행보는 오히려 사태만 악화 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 같아 실망스럽다.
새로 부임한 김현명 총영사와 새로 취임한 제임스 안 LA 한인회장이 뜻을 모아 지난 7월초 당연직 이사인 자신들을 제외한 모든 이사가 동반 사퇴하기로 했다며 덜컥 기자회견을 해 버린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체 이사들과는 사전 합의도 없는 일방적인 공표였음이 드러났다. 결국 양쪽의 기자회견이 두달을 넘기면서도 이사들의 동반 사퇴 조짐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이사들 간의 반목만 더 심해지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총영사관의 이번 기자회견은 지나치게 성급한 조치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체 이사들의 사임을 조건으로 사퇴서를 제출한 윤성훈 이사장은 지난 수요일 기자회견에서 사태가 심각해진 책임은 “총영사에 절반이 있다. 온지 얼마 안돼서 한인회장만 믿고 했는 것 같은데 2년 임기 내내 이런 식으로 한다면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다”는 공격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물론 총영사관측의 말을 들어 보면 윤 이사장에 대한 총영사관측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져 있고 양측 간의 불만수위가 높아진 상태에서 나온 거친 말로 이해하겠지만 총영사관이 한인회의 말만 믿고 신중하지 못한 판단을 내렸던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한인회 측의 동반 사퇴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안 회장은 한인회장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선거관리위원회가 급조된 규정으로 상대 후보의 자격 박탈을 결정해 버리자 규정대로 한다면서 많은 한인들의 경선 조언을 일축해버렸다. 정관대로 하겠다며 취임식을 밀어 붙여 한인회장에 오른 안 회장이 관리재단에 대해서는 정관에도 없는 이사 전원 사퇴만을 해결책이라고 들고 나왔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인회관 관리재단의 해법대로라면 한인회장 선거 당시 안 후보는 규정 보다는 한인사회 화합을 위해 스스로 경선을 주도해 당당하게 선거를 치렀어야 마땅했다. 한인회관 관리재단의 정관을 뒤집고 전원사퇴로 새판을 짠다고 나선 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 될 수밖에 없다.
한인회관 관리재단의 정상화는 모든 한인들의 간절한 바램이다. 문제가 해결 될 수 있다면 정관을 무시하고서라도 이사들의 전원사퇴가 옳은 수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에는 절차가 있고 순서가 있기 마련이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결과까지 도달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과정이 무시된 결과는 환영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 총영사관과 한인회장도 전원 사퇴해야 한다. 이들이 먼저 사퇴서를 낸다면 사퇴에 반대하는 이사들을 설득할 명분이 생길 것이다. 정관에 없는 일괄 사퇴를 주장하면서 본인들만은 정관에 보장된 종신 상임이사이므로 사퇴할 수 없다는 논리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둘째, “동참하지 않는다면 이사에서 쫓아내겠다. 두고 보자”는 협박에 가까운 밀어붙이기 식 으로는 사퇴 설득이 불가능할 것이다. 또 다른 소송의 빌미를 제공하는 행위다. 모든 일이 의욕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는 소통이 우선돼야 원만한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 법적 해결은 멀고도 험한 길이다. 총영사관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대화와 ‘소통’, 인내를 앞세운다면 중재자로서의 충분한 역할이 아직도 가능 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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