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일요일 오후 어린 한국선수들의 리틀 리그 세계야구대회 제패 소식은 아직도 나의 가슴에 흥분으로 남아있다. 정말 잘 했고 자랑스러웠다. 선수들과 그들을 가르치고 뒷바라지 한 모든 분들께 축하드린다. 리틀리그 야구팀이 각각 2만여개 팀이 있는 미국, 7백여개 팀이 있는 일본에 비해, 겨우 160개 정도의 팀과 전용구장도 전국에 겨우 7개 밖에 없는 척박한 조건에서도 세계 챔피언이 되었다는 것, 말 그대로 쾌거다. 이번이 1984, 1985년에 이어 3번째 우승이라고 하는데 앞으로도 계속 잘하고 한국에서 리틀리그가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사실 그 전 수요일 국제조 준결승 게임에서 한국에게 졌던 일본이 멕시코를 패자부활전에서 대파하고 올라와 토요일의 국제조 결승에서 한국과 재대결을 벌인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다. 일본 선수들이 복수를 벼르고 있을 것이고 양국의 리틀야구 활성도를 비교할 때 한국이 훨씬 낮기 때문이었다. 또한 같은 팀을 두 번 연달아 이긴다는 것도 쉽지 않고 일본 팀이 같은 팀에게 두 번씩 져 본적도 드물다는 것이 나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그런데 그러한 우려는 2회 초에 일거 7점을 득점함으로 단번에 사라졌다.
이번 리틀리그 야구가 나에게 가져다 준 또 다른 쾌거는 미국 시카고 팀의 활약이다. 이 팀은 저소득층 지역의 흑인 선수들로만 구성되었는데 선수도 겨우 13명에 불과했다. 코칭스태프도 모두 흑인이었다. 국제조 결승전에 이어 열린 미국조 결승에서 시카고는 라스베가스와 대전했는데 사실 한일전보다 더 흥미진진했다. 전승으로 결승에 오른 라스베가스팀의 전력은 시카고보다 한 수 위로 알려졌다. 이미 시카고를 한 주 전에 13-2로 대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시카고팀을 응원했다. 좀 더 어려운 환경 가운데 운동하는 선수들에게 마음이 쓰이는 것은 결코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 게임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끝에 시카고가 7대5로 승리했다. 1회 초 라스베가스가 먼저 3점을 득점했다. 그러자 시카고도 1회 말에 3점 그리고 2회에 1점을 추가해 역전했다. 그 후 4회말까지 4대3으로 이기고 있었다. 그런데 5회초 투아웃 후 2점 홈런을 맞아 다시 역전을 허용했다. 그 때 땅을 치며 울던 시카고팀의 투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감독이 투수 마운드까지 찾아와 도닥거려 주면서 ‘이제 한 타자만 잡자. 그리고 우리도 공격할 기회가 2회나 남아 있다.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찬찬히 게임을 풀어나가자’고 했을 때 TV 화면에 비친 그 어린 흑인 선수의 양뺨에는 흘러 내렸던 눈물자국이 너무나도 선명했다. 결국 5회말에 이 투수 선수가 동점 안타를 쳤다. 그리고 또 2점을 추가하면서 게임을 다시 역전 시켜 미국조 챔피온이 되며 리틀리그 역사를 다시 썼다.
시카고와 라스베가스 사이의 게임은 정말 극적, 아니 한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신데렐라 팀의 등장 같아 다음 날 엄밀히 말해서 서울팀인 한국팀과 맞 붙었을 때, 한국팀을 응원하면서도 시카고팀도 잘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한국이 8대1로 압도적으로 앞서 나갔을 때 시카고도 좀 득점을 하기를 내심 바랬다. 결국 6회 초에 시카고가 반격을 벌여 3점을 만회 해 8대4로 게임을 마쳤을 때 마음이 더 편해짐을 느꼈다. 시카고팀 선수들에게도 큰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도 큰 꿈을 계속 갖기를 바란다.
그런데 이 결승전을 보면서 나에게 또 하나의 쾌거로 찾아왔던 것은 한국팀을 응원하는 관중들 가운데 내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팬들을 보게 된 것이다. 그들은 다름 아닌 바로 전날 한국 팀에게 패한 일본 동경팀 선수들이었다. 이들은 모자는 자신의 팀 모자를 썼지만 입고 있는 상의는 분명 태극기가 선명하게 박혀있는 한국팀의 유니폼이었다. 나중에 들은 바에 의하면 두 팀 사이에 진 팀이 이긴 팀을 결승전에서 응원해 주기로 약속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평소 일본팀이 잘해 주기를 바래본 적이 기억에 거의 없는 나에게는 어린 일본 선수들이 그 날 그 게임에서 보여준 한국팀에 대한 응원은 놀랍고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필경 이 느낌을 가진 것은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일본이라는 나라와 일본 사람에 대한 나의 시각이 너무 편협하지 않은지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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