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휴가에서 돌아온 첫날, 오바마 대통령 앞에 놓인 첫 과제는 ‘시리아 공습’이었다. 극단주의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IS)’ 척결을 위해 제시된 최우선 옵션이다.
무고한 양민의 집단학살과 언론인 참수를 자행하며 가장 잔혹한 테러집단으로 그 정체를 드러낸 ISIS 소탕의 당위성엔 이미 문명세계가 합의한 상태다. 무서운 속도로 세력을 확대해가는 이 폭력적 지하디스트 집단이 칼리프제국의 부활을 꿈꾸며 ‘나라’를 세운다는 것은 서방뿐 아니라 중동국가들에게도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소탕을 위해 필요한 군사적·정치적 연합동맹은 미국이 앞장서지 않으면 구성조차 되기 힘들다. 아무리 국내여론이 중동분쟁 개입에 진저리를 쳐도 그것이 현실이다.
8월초 시작한 이라크 공습에 이어 시리아 내 ISIS 공습이 임박했다는 신호가 점점 더 확실해지고 있다. 대통령의 재가로 시리아 정찰비행이 시작되었고, 공습에 동참하고 지원할 다국적 동맹 결성에도 착수했으며, 국방부의 전략플랜 작성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고 미 언론들은 연일 보도한다.
100회 가까이 단행한 북부 이라크 공습은 상당부분 성과를 거두었다. 파죽지세였던 ISIS의 진격을 차단시켰고 미국의 지원을 받은 쿠르드 민병대가 반군이 장악했던 지역을 되찾는데도 성공했으며 집단학살의 위험에 처했던 소수종파 야지드족도 무사히 구출되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이 우려했듯이 척결과는 거리가 멀다. 잠시 주춤했다 조직을 재정비하여 공격을 재개할 기미가 역력하다.
시리아의 아사드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반군으로 출발한 ISIS의 본거지는 시리아다. 시리아 북동부 락까 주를 점령한 후 ‘이슬람국가’의 수도로 선포한 락까 시에 지도부가 은신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내 ISIS조직을 공격하지 않으면 소탕이 힘들다는 진단은 이미 나와 있다. 마크 뎀프시 합참의장도 시리아 공습의 불가피성을 인정했고 아직 결정은 안했다고 하지만 오바마에게도 다른 옵션은 없어 보인다.
이라크 공습도 오바마에겐 정말 발 딛기 망설였던 늪이었겠지만 진짜 악몽의 위험을 품고 있는 것은 시리아 공습이다.
ISIS를 추격하는 시리아 내 군사작전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이라크에서건 시리아에서건 공습만으로 테러집단을 소탕하기는 힘들다. 미군의 지상군 투입은 절대불가로 못 박았으니 폭격으로 적을 파괴시킨 후 그들이 물러난 지역을 미국의 우방이 장악해 지상의 전투로 지켜내도록 해야 한다.
이라크의 지상 우방군에게도 문제는 많다. ISIS 반격에 대항할 쿠르드 민병대와 이라크 정부군의 전투능력은 뛰어나지는 않다 해도 어쨌든 지상에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가며 전쟁을 끌어가는 우방으로 신뢰는 할 수 있다.
시리아는 다르다. 미국이 믿고 지원할만한 대상조차 정하기 힘든 상태다. 정치분석가 피터 바이너트는 시리아 내 지상의 우방으로 가능한 대상은 둘이라고 꼽았다.
첫째는 시리아의 온건파 반군 자유시리아군(FSA)이다. ISIS와도 싸워왔고 아사드 독재에도 대항해 왔지만 문제는 군대로선 영 미비한데다 평판만큼 온건파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ISIS에서 “서방이 훈련시킨 FSA 상당수가 우리에게 합세했다”고 자랑할 정도다. “미국이 공중에서 ISIS를 폭격하고 지상에서 이들을 공격하도록 온건파 반군을 무장시키는 것은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ISIS와 온건파의 구별이 분명치 않다면?”이라고 바이너트는 묻고 있다.
두 번째 대상은 아사드 정부군이다. 시리아에서 ISIS에 대적할 전투력을 가진 것은 현실적으로 아사드의 군대뿐이다. 지난 몇 년 아사드 퇴진을 촉구해온 오바마는 당연히 “아사드 정권과의 협력은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일부에선 2차대전 당시 스탈린과 손잡은 후 “히틀러가 지옥을 침공하면 나는 악마의 군대에 입대할 것”이라던 처칠을 상기시키며 ISIS라는 절대악 척결을 위해 차악이라도 택해야한다는 의견도 대두되긴 하지만 오바마로선 도저히 손잡기 힘든 대상이다.
할까, 말까 결정부터 쉽지 않은 시리아 공습은 단행된다 해도 시원한 전망은 기대하기 힘들다. 어설픈 반군에게 지급되는 최신무기들은 ISIS 수중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고 아사드와의 연합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발 등 더 큰 후유증을 부를 수 있다.
오바마의 시리아 악몽은 꼭 1년 만에 되살아 난 셈이다. 작년 노동절 연휴를 전후해서도 오바마는 자국민을 화학무기로 살해한 독재자 아사드를 응징하기 위해 시리아 공습 직전까지 치달았다가 결국 러시아의 중재로 불발에 그쳤었다. 그때도 러시아 출장에서 시리아 악몽에 시달렸던 오바마는 금년에도 내주초 에스토니아를 거쳐 웨일즈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출장길에서 음습한 ‘시리아 늪’으로 한없이 빠져드는 악몽에 시달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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