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 전에 하계 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 이 졸업식은 써머스쿨을 통해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마저 취득한 학생들을 위한 것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고등학교 4년 과정 중 졸업 학점 취득에 우여곡절을 겪은 학생들이다.
그러기에 그들에게는 이 졸업식이 남다른 의미가 있다. 페어팩스 카운티 내의 거의 모든 고등학교에 이런 학생들이 매년 적어도 몇 명씩은 있다.
이번 졸업식에서 축하 연설은 두 달 전까지 마샬 고등학교의 교장이었던 제이 피어슨 씨가 맡았다. 얼마 전 어느 특수학교 졸업식에서도 들은 적이 있는 그의 연설은 자신의 인생 여정을 소개한 훌륭한 내용이었다. 그래서 피어슨 씨의 허락을 받고 소개한다.
피어슨 씨는 최근에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 조직이 개편되면서 Executive Principal로 승진했다. 과거에 카운티 전체를 8개의 Cluster로 나누어 각 Cluster에 교육감보 (Assistant Superintendent)와 Director 한 명씩 두고 25개 정도의 학교를 지휘 감독하게끔 하던 것을 5개의 Region으로 재편성 해 각 Region에 1명의 교육감보와 1-2명의 Executive Principal을 두어 40개 정도의 학교들을 맡게 했다.
이전의 Director는 교육감보를 보좌하는 자리지만 직급은 교장 아래였다. 그래서 교장들 가운데 Director 지원자를 찾기 쉽지 않았고 지휘체계에 혼동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조직개편을 통해 Executive Principal을 신설하면서 직급을 교장보다 위로 했고 교육감보로 승진할 수 있는 중간 자리로 매김되게 하였다.
피어슨 씨는 9년간 교장으로 있었는데 작년에는 페어팩스 카운티 전체에서 ‘올해의 교장’으로 선정되기도 한 훌륭한 교육자이다. 그러나 그는 누가 자신을 보면 학교 다닐 때 공부도 잘 했고 모든 일이 순탄했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 A학점을 받은 과목들도 있었지만 B나 C도 많았다.
졸업 후 버몬트 주의 미들베리 칼리지에 가서 불어를 전공하거나 버지니아 주립대학에 진학해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려 했다고 한다. 불어와 컴퓨터 공학은 전혀 연관성이 없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려면 수학을 잘 했어야 하는데 자신은 Algebra 2를 낙제할 정도였다고 한다.
실제로 12학년 때 대학에 입학원서도 못 냈다. 그렇다고 졸업 후 일할 직장을 미리 구해 놓은 것도 아니었다. 졸업 후 내셔널 공항에서 렌트카 회사 셔틀버스 운전사로 취직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버스 운전을 하면서 매번 새롭게 만나는 승객들과의 대화가 재미있었다.
돈도 벌어 새 차를 샀고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부모님 집을 떠났다. 그런데 1년 쯤 그러다가 자신을 돌아보니 그렇게 평생을 살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그래서 우선 2년제인 노던 버지니아 커뮤니티 칼리지에 등록했다. 그리고 일년 후 4년제인 조지메이슨 대학으로 옮겨 국제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외교관이 되길 원했다.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부모님 집으로 다시 들어갔고, 파트타임으로 계속 일하며 4년 후에 결국 대학을 졸업했다.
그러나 대학은 졸업했지만 외교관이 되거나 바로 번듯한 다른 직장을 구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임시 대체교사로 일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5학년 담당 장기 대체교사가 되었다. 그 때에서야 비로서 교직에 눈을 뜨게 되었고 고등학교에서 정식 역사교사가 되었다.
그 후 24년간 열심히 가르치고 학생들과 동료 교육자들의 뒤를 챙겨 주면서 현재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순탄하지도 않고 어디에다 크게 자랑할 만하지도 않은 자신의 학창 시절과 사회생활 초반부였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 가장 잘 맞는 길을 찾아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오늘의 자신을 가져오게 했다고 했다.
우리 주위에도 학교에서 본인이 원하는 성적을 제대로 얻지 못하는 학생들을 본다. 그리고 학교를 마치고 직장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들도 제법 있다.
그들에게 피어슨 씨의 얘기를 나누고 희망을 놓지 말며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전해주고 싶다.
<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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