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은퇴연금인 IRA나 직장연금 플랜인 401(k)도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세법이다.

IRA와 같은 개인 은퇴연금을 자녀들에게 상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결론은 ‘할 수 있다’이다. 모든 재산은 상속이 가능하므로 우문우답 같이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연금계좌가 상속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한인들이 적지 않다. 연금 상속은 세금과 관련돼 어떻게 세금을 줄이면서 연금을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개인 은퇴연금 상속에 대해 정리했다.


은퇴연금 계좌를 자손들에게 상속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속에 대한 법규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59½세가 되지 않은 IRA 소유자가 계좌에서 돈을 꺼낸 후 60일 이내에 다시 입금시키면 벌금을 물지 않는다. 그런데 IRA를 상속할 때는 다르다. IRA에서 돈을 일출할 때나 상속할 때는 언제나 세금문제가 발생한다.

IRA 계좌에 적립된 돈은 찾을 때까지 세금을 내지 않는다. IRA는 세금을 내기 전 수입에서 적립하기 때문이다. 계좌에 예치된 적립금은 뮤추얼 펀드에 투자되고 여기에서 얻어지는 이자, 배당금, 자본이득 역시 찾아 쓸 때까지 세금이 연기된다. 이것이 IRA의 최대 장점이다.

전통 IRA를 자손에게 물려줬다면 자손 역시 돈을 찾을 때 소득세를 내게 된다. 로스 IRA는 세금을 낸 후의 수입에서 적립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적립할 때 이미 세금을 냈다는 말이다. 따라서 인출할 때 별도의 세금을 내지 않는다. IRA 계좌의 적립금은 이자와 수익까지 합쳐져 수년 동안 세금 없이 계속 불어난다.


▲배우자에게 상속

배우자가 남편 또는 부인으로부터 IRA를 상속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이럴 경우 가장 간단한 방법은 IRA 계좌를 자신의 이름으로 명칭을 바꾸는 것이다. 아니면 자신의 이름으로 된 새로운 IRA를 오픈해 배우자로부터 상속 받은 돈을 모두 이체시키면 된다. 역시 세금유예 혜택을 받는다.

어카운트가 ‘전통 IRA’라면 의무적으로 일정 금액을 배분 받기 시작해야 하는 나이 70½이 될 때까지 그대로 돈을 넣어 둬도 된다. 어카운트가 로스 IRA라면 어카운트에 적립된 돈을 한 푼도 찾지 않고 자녀들에게 상속할 수도 있다.

전통 IRA는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인출해 사용할 때 세금문제가 발생한다. 또 59½세가 되기 전에 인출을 하면 인출금의 10%를 조기 인출에 따른 벌금으로 내야 한다. 그런데 어카운트를 ‘상속 IRA’(inherited IRA)로 명칭을 바꾸면 벌금을 피할 수 있다.

명칭변경 규정은 매우 구체적이다.

예를 들어 철수씨가 사망하면서 그가 가지고 있는 IRA를 그의 젊은 아내 영희씨에게 물려줬다고 가정해 보자. 이럴 경우 어카운트는 ‘수혜자 영희를 위한 철수의 IRA(2014년 8월18일 사망)’(Chul Soo IRA (deceased Aug. 18, 2014) for the benefit of Young Hee, beneficiary.)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 이렇게 이름을 바꾼 후에는 미망인 영희씨가 59½세가 되기 전에 돈을 찾아 쓴다고 해도 조기 인출에 따른 벌금을 물지 않는다.

젊은 영희씨가 59½세가 되면 다시 한 번 이름을 바꿔야 한다. 이때는 자신의 이름만 사용해도 된다. 영희씨 혼자만의 이름으로 바꿔 놓으면 의무적으로 최소 배당금을 받기 시작해야 하는 나이인 70½세까지 돈을 찾지 않아도 된다. 만약 이름을 바꾸지 않으면 숨진 남편의 이름이 그대로 들어가 있으므로 남편의 나이가 70½세 될 때부터 법으로 정한 최소 분담금을 받기 시작해야 한다.


▲배우자가 아닐 때

상속을 받는 상속자가 배우자가 아닐 때는 조금 다르다.

아들 또는 딸이 IRA를 물려받았다고 가정하자. 상속 받은 자녀는 자신 이름의 IRA로 상속받은 IRA 돈을 이체시킬 수 없다. 자녀가 돈을 찾아 쓰게 되면 그동안 내지 않았던 소득세를 내야하고 이로 인해 세금 유예라는 물려받은 IRA의 장점을 날려버리게 된다.

따라서 자녀들 역시 배우자와 같이 어카운트를 ‘상속 받은 IRA’로 명칭을 바꿔야 한다.

수혜자가 배우자가 아니라 다른 상속자로 되어 있다면 수혜 상속자는 상속 받은 해 12월31일까지 IRA 계좌에서 매년 나오는 최소 배당금을 받기 시작해야 한다. 몰론 평생 조금씩 받을 수 있고 다음 자손에게 남은 돈을 물려줄 수도 있다. 한꺼번에 찾아 쓸 수도 있지만 그동안 상속인이 내지 않았던 소득세를 모두 내야 하기 때문에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철수씨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IRA를 딸 A에게 물려줬다고 가정하면 딸 A는 명칭을 ‘수혜자인 딸 A를 위한 철수 IRA(2014년 8월18일 사망)’(Chul Soon IRA (deceased Aug. 18, 2014) for the benefit of Joan Jones, beneficiary.)라고 명칭을 바꿔야 한다.

만약 그 돈이 여러 자손에게 물려 줬다면 각자의 배당 액수에 따라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명칭으로 상속 IRA를 바꾸면 된다.

이 경우 물려받은 자손의 나이에 따라 최소 배당금을 의무적으로 찾아야 하고 원한다면 돈을 더 많이 인출할 수도 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찾아 쓰는 돈에 대한 세금을 내야하며 찾지 않고 둔 나머지 돈은 계속 세금유예돼 불어난다.

만약 아버지에게서 IRA를 물려받은 딸 A가 다시 이 돈을 자신의 아들 B에게 남겨 줬다고 가정하면 B는 엄마 A의 IRA를 다시 상속 IRA로 명칭을 바꾸고 A가 받기 시작했던 것처럼 똑같은 방법으로 돈을 찾아 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할아버지로부터 받았던 IRA를 10여년 더 연장해 세금유예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 연금 플랜인 401(k) 역시 상속 IRA로 명칭을 바꿀 수 있다.

상속 자산 전문가로 ‘안전하게 은퇴, 세금을 나중에’를 쓴 제임스 랭은 정확한 명칭변경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명칭을 바꾸지 않으면 전체 금액에 대한 세금을 즉시 물어야 한다.

명칭변경은 유서를 작성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할 수 있고, 또는 IRA를 가지고 있는 뮤추얼 펀드 그룹에 서면으로 ‘수혜자 양식’(beneficiary form)을 작성해 요청하면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여러 명이 유산을 받았다면 각자의 이름을 유산 IRA의 명칭을 바꾸는 것이다.

수혜자가 2명 이상일 때는 각자 별도의 상속 IRA 계좌를 만들도록 하는 것이 나중에 투자나 인출문제로 서로 싸우지 않게 된다.

IRA를 물려준 고인이 70½세 이상이면 상속을 받는 상속인은 고인이 숨진 해 12월31일까지 매년 의무적으로 지불되는 최소 배당금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최소 배당금은 상속인 자신이 가지고 있는 IRA와는 다르게 계산된다는 점이다. 이때의 최소 배당금은 전년도 12월31일의 잔고를 IRA의 원 주인인 고인의 기대 수명치가 아니라 자산의 나이에 따른 기대 수명치로 나누어 계산된다. 따라서 고인이 살아 있을 때 받게 되는 배당금보다 훨씬 적어진다. 이는 더 오랜 기간 고인의 IRA를 가지고 있을 수 있고 세금유예 혜택을 더 오래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대 수명치는 매년 조금씩 줄어든다.


▲로스 IRA

로스 IRA 어카운트 소유주가 사망했을 때는 전통 IRA와 조금 다르다.

로스 IRA는 세금을 낸 후 수입에서 적립되므로 IRA와는 달리 세금을 물지 않는다. 하지만 5년 이내에 조기 인출할 경우에는 원금을 제외한 투자수입은 세금을 물어야 한다. 따라서 로스 IRA 원 소유주가 개설한지 5년 이내에 숨지면 수혜자는 이자나 투자수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금이라고는 하지만 단기간에 올릴 수 있는 수익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므로 실제 내야하는 세금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김정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