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올린 글에(7월29일자, 워싱턴 한국일보) 대하여 깊은 신학적 견해를 담아 귀한 답글을(7월31일) 보내 주신 한태일 목사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
한 목사는 작금의 동성결혼 세태에 대한 우려와 성경해석에 대하여 몇 가지 언급을 한 후에 본인의 글을 ‘동성결혼은 분명히 혐오해야 할 죄이지만, 사랑의 하나님을 본받아 동성애자들을 불쌍히 여기고 그들의 영혼을 사랑하자’로 이해하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말미에 동성애자들이 동성애를 버리고 본래 모습대로 돌아오게 구원의 복음을 하자는 언급도 했다.
한 목사의 견해에 동감한다. 그 동안 기독교 안에서 동성애 대한 여러 주장들이 논의 되었다. 대체적으로 가장 공감을 얻는 견해는 ‘동성애는 죄이지만, 그들 역시 하느님의 자녀이니, 동성애자를 혐오하거나 차별하기 말고 사랑과 자비의 대상으로 대해야 한다’ 는 내용이다. 여기까지는 한 목사나 나나 혹은 로마가톨릭(천주교)이나 거의 견해가 같다고 본다.
그러나 성경에서 동성애를 죄로 규정하고 있는 바, 동성애를 죄로 규정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서로간에 의견 차이가 난다. 나는 오늘날 교회가 동성애를 정죄하는 데 있어서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이를 위하여 문자적 해석을 넘어 성서해석을 더 깊이 해야 한다는 점은 이미 말씀드렸다. 예를 들면 “여성은 교회에서 말할 권리가 없으니 말을 하지 마십시오.”(고린도전서 14;34)라는 말씀을 문자적으로 해석하여, 아직도 여성 성직(聖職)이 제한되고 있는 교회들이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경우로써 성서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본다.
성경에 언급된 동성애 모습이 성적 호기심이나, 성 도덕의 문란과 타락의 결과로 생긴 것이라면 이러한 동성애는 명백히 죄악이며 근절해야 한다. 바울로 사도께서 동성애에 대하여 언급한 내용은 대체로 당시 로마 시대에 퍼진 성적 타락의 문화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만약 성적 타락이 아닌 인간 본성과 깊은 관련이 있는 성 정체성과 관련하여 나타난 동성애라면 이는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정체성은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나는 동성애 문제에 대하여 기독교가 과학 곧 이성(理性)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이성은 창조주 하느님으로부터 온 하느님의 선물이며, 인간 본성의 일부분이다.
물론 이성이 진리를 위한 유일한 기준이 될 수 없으며, 모든 것을 이성의 잣대로 판단하는 이성주의 역시 옳지 않지만, 그러나 세상은 물론 신앙의 삶에서 이성은 필요하다. 이성은 신앙에 의하여 조명되어야 하고, 신앙 역시 이성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만일 인간 이성의 종합인 과학을 외면하고 성경의 문자적 해석에만 붙잡혀 있다면 우리는 아직도 과학을 통하여 발견한 지동설(地動說)을 불경(不敬) 혹은 불신앙이라 핍박하며 외면하고, 신앙의 이름으로 천동설(天動說)을 고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주에 대하여 인간이 아는 것은 극히 미미하다. 인간의 본성(本性)에 대하여도 아는 게 많지 않다. 성경은 물론이거니와 동양의 경전이 ‘중용’에도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이라 하여 인간의 본성은 하늘 곧 하느님으로부터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왜 누구는 남자의 본성을 지니고 태어나고, 누구는 왜 여성의 본성을 지니고 태어나는지 알지 못한다.
언제 우리의 몸에서 남성과 여성의 성적 정체성이 결정 되는지 모른다.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선택하거나 인위적으로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인지 조차 알지 못한다. 아직 과학도 동성애의 원인에 대하여 시원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모름이다.
인간은 ‘모름’ 위에서 산다. 사실 이 우주에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다. 모름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 자신의 확신이나 주장이 틀릴 수 있음을 알고 열려 있어야 하며, 신중해야 하고, 기도 가운데 기다림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아직 정확한 원인을 모르면서 혹시 본성과 관련하여 나타나는 것일지도 모르는 동성애를 죄라고 정죄(定罪) 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물론 성 도덕 문란이나 타락으로 나타나는 동성애 문화는 반드시 없어져야 할 죄이며, 이를 위하여 교회의 도덕성 회복을 위한 경건 운동이 더 없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견해를 통하여 동성애에 대하여 깊은 생각을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한 목사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