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케어에겐 도무지 바람 잘 날이 없다. 공화당 하원에서 수십 차례 폐지표결로 공격당하고 극우보수 수퍼팩의 수만 차례 TV광고에 얻어맞은 것도 모자라 수시로 빈틈 찾아 찔러대는 법정소송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틀 전에도 또 한 차례 도전을 물리치고 살아남았다. 29일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은 보수그룹이 제기한 오바마케어 위헌소송을 만장일치로 기각시켰다. 오바마케어는 “개인가입 의무조항을 어길 경우 세금(벌금)을 부과하는 증세법안”인데 증세법안은 “상원 아닌 하원에서 첫 작성되어야 한다”는 헌법의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 원고 측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3명의 재판부는 오바마케어가 증세보다는 “보험가입을 늘리고 의료비를 줄이기 위한” 목적의 법안이므로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백악관의 간담을 서늘케 한 것은 지난주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이었다. 최종판결이 아니어서 다행이었지 오바마케어의 근간을 뒤흔들 내용이었다.
오바마케어로 통칭되는 헬스케어 개혁법 ‘감당 가능한 의료법(Affordable Care Act)’이 순조롭게 정착하기 위해선 세 가지 요소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UCLA법대 질 호로위치 교수는 지적한다 :첫째 기존 병력을 이유로 보험가입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차별금지, 둘째 보험료 급등을 막기 위해 늙고 병든 사람 못지않게 젊고 건강한 가입자를 늘리는 개인 가입 의무화, 셋째 저소득 및 중간소득층의 보험료 부담을 지원하는 연방보조금이다. 그리고 지난주 워싱턴 항소법원의 판결은 바로 이 보조금을 겨냥한 것이었다.
오바마케어 하에서 소비자들은 각 주정부가 설립해 운영하는 온라인 건강보험 거래소를 통해 보험가입을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 14개주를 제외한 36개 주정부는 거래소 설립을 거부, 연방정부가 대신 설립과 운영을 맡았다. 자원과 인력이 부족해 연방에 일임한 주도 있지만 상당수는 오바마케어를 반대하는 공화당 주정부들이다. 36개주에는 미 인구의 3분의 2가 거주하며 540만명이 연방거래소를 통해 보험에 새로 가입했고 이중 연방보조금을 받는 사람은 450만이나 된다.
2,400페이지에 달하는 ACA 법규에 모호한 대목이 적지 않다는 것은 이미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해왔다. 6개주 11명의 소기업 업주와 업소들이 제기한 ‘핼빅 대 버웰’ 소송이 문제 삼은 1401조 연방보조금 관련조항도 그중 하나다. 보조금은 국세청을 통해 세금 크레딧 형태로 지급되는데 이슈가 된 부분은 “주에 의해 설립된 거래소를 통해 가입한” 소비자에게 지급된다는 구절이다.
이 문구를 글자그대로 적용해 연방거래소 통한 가입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위법이라는 것이 22일 워싱턴 항소법원의 판결이었다. 같은 날, 두 시간도 채 안되어 같은 규정에 대해 이번엔 버지니아주 제4 연방순회 항소법원에서 정반대의 판결이 나왔다. 법조문이 모호하긴 하지만 입법시 보조금을 전국적으로 가능케 하려는 것이 의회의 의도였다고 해석하며 36개주 연방거래소 통한 보험가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합법이라고 판결했다.
당시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가 일부주민들에겐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려는 의도를 가졌다는 해석은 상식적으로도 터무니없다. 그러나 오바마케어 폐기에 목숨 건 보수진영은 버지니아 판결에 불복하여 연방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다. 450만명을 다시 무보험자로 전락시키며 오바마케어가 위험에 빠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는 연방정부도 워싱턴 판결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연방대법원이 양쪽의 상고를 다 받아들인다면 두 케이스를 통합해 심의할 수도 있다. 복스닷컴의 편집자 에즈라 클라인은 연방대법의 판결에 상당히 낙관적이다. “사법부의 입법행위를 강력히 비난해온 5명 보수 대법관들이 의회의 명백한 의도를 무효화시키면서까지 수백만명에게서 건강보험 보조금을 빼앗겠는가”
그래도 대법원에 다시 서는 게 달갑지 않을 백악관은 3명 재판부가 2대1로 판결한 ‘핼빅…’ 케이스에 대해 워싱턴 항소법원 11명 판사 전원재판부에게 재심을 요청할 수 있다. 11명 중 7명이 민주당 대통령 시절 지명한 법관이니 22일 판결의 번복 가능성은 충분하다. 워싱턴과 버지니아 항소심에서 모두 ‘합법’ 판결이 나온다면 연방대법원이 심의자체를 안할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사실 보조금의 합법논쟁은 이처럼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불안에 빠지게 하며 몇 년에 걸쳐 끌고 갈 소송의 대상이 아니다. 36개주 주민들에게 보조금을 금지하려는 의도가 애초부터 전혀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문구가 애매모호했을 뿐이다. 당장이라도 의회가 수정하면 간단히 해결될 사안이다. 주요법안들은 그렇게 수정작업을 거쳐 보완해 간다.
이 정도의 정상적 절차도 불가능한 것이 지금의 연방의회다.
사족 한 가지 : ‘핼빅…’ 소송의 원고 중 한명으로 웨스트버지니아 주 카펫스토어 업주인 데이빗 클레멘식은 건강보험료를 내야할 경우 자신의 연수입 2만 달러 비즈니스는 망하게 될 것이라고 소송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연방거래소를 통해 보조금을 받아 보험에 가입할 경우 그가 내야할 보험료는 얼마나 될까. 1년에 21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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