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선(보스턴 한미노인회 전 회장)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고 하던가 하는가? 세월이 흘러 어느새 7월 하순이 되었다. 이 달이 다 가기 전에 7월에 대한 시들을 읽어 본다. 새 생명과 꽃을 예찬하는 5월도 아니고, 단풍과 수확의 계절 가을도 아닌 찌는 듯한 무더위와 장마가 지루한 7월을 노래한 시인이 많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7월에 대한 시를 읽으며 모든 계절과 사물에는 그 나름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세상의 섭리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그리고 문학이나 미술 음악 등으로 그 의미와 가치를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예술가들은 또 얼마나 귀한 존재인가? 그들에게 감사한다.
“하얀 치자 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 향기로운 나날을 이루십시오.” 이해인 수녀 시인께서 쓰신 “7월의 편지”는 우리의 삶을 치자 꽃향기로 가득 채워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침 바다엔 / 물새가 그려 놓고 간 발자국이 / 바다 이슬에 젖어 있다. / 그 발자국 밟으며 주워 온 소라 껍질 하나 / 소리의 천년 / 바다의 꿈이 밀물처럼 들려온다.“ “만선의 꿈이 떠 있는 바다에는 / 두어 척 돛단배가 아침을 열고 있다. / 나비 되어 바다 위를 날고 있는 돛 단 배 / 푸른 잔디 마구 달려 나비를 쫓아가는 나는 / 어느새 물새가 되었다.” 자연과 혼연일체가 되는 작가의 순수함이 부럽다.
-황금찬 시인의 ‘7월의 바다’.“7월 아침 밥상에 열무김치가 올랐다. / 텃밭에서 내가 가꾼 나의 언어들 / 하늘이여 땅이여 정말 고맙다.” 농사꾼 김해일 님의 시는 우리의 지친 감성을, 잃어버린 우리의 입맛을 돋우지 않는가?
박두진 선생님의 시심은 또 어떠한가? “ 7월의 넓은 들판에서 / 태양보다 더 뜨거운 농부들의 숨결을 듣는다. / 폭염 속에 피어나는 무성한 잎새 / 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 / 폭우 속으로 쓸려 간다.” 그것이 비록 폭염과 폭우라 할지라도 삶의 근심 걱정 모두 보내는 마음으로 견디는 노시인의 7월에는 농부들의 진정한 철학이 담겨 있음을 본다.
김경주 시인의 “7월의 고백”도 들어 보자. “뿌리는 힘차게 물을 빨아올리고 / 잎들은 왕성하게 화학 작용을 하며 / 대지는 신선한 공기로 가득합니다.” 사물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시인은 아름답다
이름 모를 어느 시인의 음성에 귀 기우려 보면 “수확의 기쁨이 잉태 되는 7월 / 묵묵히 견뎌내는 당신의 땀방울을 사랑 합니다 / 열매들 크는 소리 가득한 7월 / 숲에서 싱싱한 나팔 소리가 들립니다..”라고 노래한다.
그러나 2014년 7월에는 세월호 참사, 말레이시아 민간 비행기 실종과 피격. 중동 전쟁, 열차 추돌. 화재 등 갖가지 사건 사고들의 굉음이 지축을 흔든다. “7월의 바람 / 먼 바다를 건너오는 화약 냄새 / 수천 년 묵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흙먼지 / 러시아 우크라이나 활주로 바람 / 그들의 고통이 그들의 비극이 유난히 가까이 들리는 것은 우리가 선량해서일까? 아니면 매스컴의 잔인성 때문일까?
날로 잔혹해지는 인간관계, 날로 복잡해지는 외교 분쟁, 날로 오염되는 지구촌, 날로 변화하는 과학 기술의 소용돌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올 해의 7월은 이육사님의 “청포도’ 로 마음을 다스리고 위로를 받고 싶다.
이육사 시인은 퇴계 이황선생님의 14대 손으로 본명은 이원록, “이육사”는 독립 운동으로 대구 교도소에서 받은 수감 번호 264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의 대표적 시 “내 고장 7월은 청포도 익어 가는 시절’에서 “청포도”는 고향 고국을 상징하는 어휘로서 풍요롭고 평화로운 삶에의 소망 즉 고국의 광복의 실현을 기다리는 애국시라는 평가가 있다.
“내 고장 7월은 청포도 익어가는 시절 /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 하늘 빛 바다가 가슴을 열고 /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오면 /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 했으니 /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 두 손을 함빡 적셔도 좋으리 / 아이야 우리 식탁엔 / 은쟁반에 하얀 모시수건을 마련해 두렴.”
“고단한 몸으로 청포를 입고 오는 손님”은 해외에서 고생한 독립투사를 의미하고,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 쟁반에 하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이라는 끝 구절은 깨끗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독립투사들을 그리고 고국의 광복을 기다린다는 미래지향적 해석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무려니 “청포도”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애송하는 명시가 아닌가! 나도 7월에는 친구가, 친척이, 이웃이 찾아오면 은쟁반에 하얀 모시수건을 마련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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