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불가(理解不可) 혹은 소통불가(疏通不可)라는 신조어를 인터넷 상에서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서로의 주장이나 삶의 방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경우 혹은 아예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경우에 쓰는 말이다. 동성애(同性愛, homosexuality)자와 이성애(異性愛, heterosexuality)자 사이의 관계도 아마 이런 시각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경우가 적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까지 서로 그러한 관계로 바라볼 수만은 없게 되어 가고 있다.
이미 동성결혼이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동성결혼 합법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작년 영화제작자 커플이 공개적으로 동성결혼을 하였다. 또 지난 6월 미국장로교회(PCUSA)는 총회에서 동성결혼 합법화와 목사들의 동성결혼 집전을 허용하였고, 반기문 UN총장은 7월 7일 유엔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에게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발표를 했다.
그러나 아직도 동성결혼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팽팽한 간극이 존재한다. 동성애 차별이나 혐오(homophobia)의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아마도 동성애 금지를 규정한 자신의 종교적 입장 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기존의 이성애에 근거한 가정이나 결혼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신념일 수도 있고, 또는 이성애자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동성결혼 문화가 가져올지도 모를 사회적 혼란이나 인류의 장래에 대한 우려와 공포감도 있을 것이다.
동성결혼 자체가 마뜩하지 않고 심지어 불편한 마음이 들지라도 늘 여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비록 자신이 동성결혼을 반대할지라도 동성애자 이해를 위한 열린 자세, 소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은 있어야 할 것이다.
먼저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대한 합리적이며 종합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비록 자신이 믿는 종교에서 동성애를 금지하는 규정이 있을 지라도 이 규정만이 동성애 반대의 유일한 근거가 되서는 안 될 것이다. 올바른 진리 판단에는 종교 경전의 권위와 인간의 이성(理性)에 근거한 합리성 등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종교적 신념과 함께 과학의 도움 그리고 사랑, 자유, 평등, 인간의 존엄성 등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고려하는 가운데 겸손한 기도와 함께 종합적인 자세로 동성애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가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성별 정체성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성적 지향에 대한 존중이 이루어져야 한다. 만일 성적 지향성이 선천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바뀌어야 마땅할 것이며, 반대로 후천적 요인에 기인한다면 제대로 된 성 정체성을 지니도록 가정과 종교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다수나 관습에서 오는 성적 지향에 대한 억압이나 내적 혼란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성 정체성을 존중해 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끝으로 전통적 결혼관의 재정립을 위한 신중한 논의도 요청된다. 대가족, 핵가족, 한부모가족, 조손(祖孫)가족, 독신가족, 독거노인가족, 소년소녀가장 가족 등등 현대 사회에서 이미 가정과 가족의 유형은 매우 다양해 졌다. 동성애자 역시 인생을 함께 살아갈 반려자나 가정에 대한 욕구가 있을 것이며, 이에 대하여 합법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 이미 미 연방대법원은 2013년 결혼을 이성간의 결합으로만 규정한 결혼보호법(DOMA)이 위헌이라 규정한 바 있다. 이성(異性) 곧 남녀의 결합에 근거한 전통적 결혼관에 대한 재정립이 요청되고 있다. 이성애자의 입장에서 동성결혼을 바라볼 때 곧 자녀출산 불가능을 비롯하여 부자연하고 염려되는 점들이 있다. 그렇다고 어쩌면 선천적일 수도 있는 자신의 성적 지향에 따라 가정을 이루며 살려는 욕구를 죄인 시 하거나 사회악으로 돌리는 것 역시 성숙하지 못하다.
동성애를 죄로 보는 전통적 입장 보다는 세상을 함께 살아갈 성 소수자로 보고 이해와 소통의 대상으로 대하며, 그들 역시 진지하고 책임감 있게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살아가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배척이나 정죄가 아니라 서로 평화를 도모하고 서로 도우며 사는(로마서 4;19) 삶의 방식과 사랑과 자비의 가치를 믿는 종교인일수록 더 그래야 하지 않을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