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에 터키주민친선협회에서 초청한 ‘iftar’ 저녁식사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이 식사는 회교도들이 금식하는 라마단 기간 중의 저녁식사를 가리킨다. 이런 저녁식사에는 전에도 회교사원의 초대로 몇 번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이 단체에서의 초청은 처음이었다.
나는 기독교인이다. 그러나 교육위원으로서 지역사회의 다양한 주민들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의 종교를 뛰어 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기에 나와 종교, 철학,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주민들과의 만남을 주저할 수 없다. 때로는 그들을 설득도 해야하지만 그들을 바로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그들의 행사 초청에 기꺼이 응한다. 그리고 나에게 종교와 사상의 자유가 중요하듯이 다른 사람들도 같은 자유를 누릴 권한이 있다고 믿는다.
이번 저녁식사 참석도 나에게 귀한 배움을 가져다 주었다. 회교도들에게는 라마단이 가장 성스러운 절기라고 한다. 라마단은 회교도 음력의 9번째 달이다. 회교도들의 음력도 우리가 사용하는 음력과 같다. 그러나 양력과 1년에 10~11일간의 차이가 나는 부분을 우리는 몇 년에 한 번씩 윤달을 넣음으로 그 차이를 없애는 데 반해 회교도들은 그냥 놔 둔다. 그래서 라마단 기간이 양력을 기준으로 볼 때 매년 10~11일 씩 앞당겨지고 결국 여러 다른 계절에 있게 되기도 한다.
올해의 라마단 기간은 6월 28일부터 7월 27일이다. 이번 주 일요일로 끝난다. 이 기간 동안의 금식은 매일 일출부터 일몰까지이다. 금식 중에는 물 한모금 입에 대지 않는다. 그러기에 일조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여름의 라마단은 금식시간이 더 길기에 그 만큼 더 힘들 수가 있다. 이번 금요일 저녁식사도 8시 40분이나 되어서야 시작되었다. 그 날 일출이 오전 6시 전이었으니 거의 15시간 정도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날 식사 전에 회교 성직자가 나와서 기도를 했다. 물론 회교식 기도였는데 이에 익숙치 않은 초대 손님들을 위해 기도문을 자막에 보여주었다. 그 내용에는 모하멧과 신의 관계가 묘사되어 있었다. 나야 그 식사기도 후 따로 내 나름대로의 기도를 드렸지만 이런 기도문을 접하면서 비기독교인들이 한인사회 행사에서 종종 접할 수 있는 기독교식 기도 내용에 대해 속으로 어떻게 느낄까 하는 의문이 찾아왔다. 아마 그들도 내가 회교식 기도에 대해 느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날 회교 성직자의 설명을 통해 라마단 기간 동안 행해지는 금식의 의미에 대해 기독교인인 나도 분명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금식은 육체적 훈련 뿐만이 아니라 정신적 훈련을 동반한다는 것이었다. 우선 육체적으로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음식 섭취를 자제하는 훈련인데, 특히 이러한 훈련을 통해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처지에 있는 가난한 이웃들을 생각하라고 한다. 그래서 라마단 기간 동안에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자선 행위가 특히 강조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선 행위는 금식과 더불어 회교도들이 중요시 여기는 다섯 가지의 기본 실천 원칙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정신적 훈련은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 모두 우리의 소유가 아니라 신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기에 신이 정해준 시간 전에 우리가 입을 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날 저녁 음식도 사실 8시 조금 넘어서부터 모든 테이블 위에 놓여졌는데 바로 우리 눈앞에 놓여 있지만 정해진 일몰시간까지 먹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모든 음식들이 신으로부터 오고 신이 관장하기에 신이 정해준 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는 기독교인인 나도 동의할 수 있었고 좋은 가르침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다.
이날 저녁식사와 회교도들과의 만남은, 나 자신의 종교와 전혀 다르고 어쩌면 서로 적대시 하기를 서슴치 않는 다른 종교라도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있을 수 있으며, 나와 다르다는 것에 마음의 문을 열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기회가 되었다. 물론 저녁 음식 맛도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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