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목사>
월드컵 축구 열기가 뜨거웠다.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브라질은 말할 것도 없고 월드컵 경기에 참가한 나라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자기 팀을 응원했다. 한국 축구팀은 1무 2패로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여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 팀이 귀국하자 어떤 사람은 선수들에게 엿을 던져 자신들의 분노를 드러냈다. 홍명보 축구 대표 팀 감독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경기에서 패배하면 이렇게 해야 하나? 어떤 경기에서든지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라면 패배도 받아드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 축구경기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나라는 개최국인 브라질이다. 브라질 국민들은 브라질 팀이 이번에 우승하기를 기대했다. 월드컵 축구경기를 개최했으니 브라질이 승리했다면 얼마나 기뻤을까? 그러나 결과는 반대로 브라질 팀이 독일 팀에게 1-7로 참패했다. 그것도 준결승전 경기에서 말이다. 브라질은 전반 16분에 첫 골을 내준 뒤 경기가 시작된 지 30분도 되기 전에 스코어가 0-5가 되었다. 비록 두 명의 주전 선수가 빠진 경기라고 하지만 이런 결과가 나오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브라질 팀이 독일 팀에 큰 점수 차이로 패하자 브라질 언론은 ‘역사에 남을 최대의 치욕’이라고 표현했다. 상상할 수 없는 참배를 당한 후 축구팬들은 분노했다. 브라질 국기를 태우고 약탈, 폭력 등 전국 각지에서는 크고 작은 소요 사태가 벌어졌다. 브라질 대통령은 “모든 브라질 국민처럼 나도 이번 패배가 매우 슬프고 안타깝다” 며 “그러나 우리는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브라질이여, 박차고 일어나 전진하자” 고 말했다. 축구황제 펠레 전 국가대표선수는 2018년에는 반드시 이기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월드컵 축구경기에서 한국과 브라질이 패배한 후 일어난 일들을 보면서 월드컵 경기의 목적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축구경기에서 우승하는 것이 경기에 참가하는 목적일까? 아닐 것이다. 브라질 월드컵 경기는 예선전에 참가한 나라까지 포함하면 총 204개국이 참여했고 그 중 32개국 팀이 본선 경기에 참가했다. 그렇다면 본선에 참가한 것만 해도 대단한데 16강, 8강, 4강 그리고 우승을 하고 싶은 것이 모든 팀과 참가국 국민들의 공통적인 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경기에는 승자보다 패자가 훨씬 더 많다.
운동경기에서 패배를 받아드릴 수 없다면 경기에 참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운동경기 이외에도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학교에 입학할 때, 취업할 때, 비즈니스를 할 때, 선거할 때, 심지어 결혼할 때도 경쟁자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이기려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은 그를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강한 승부욕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성공할 때보다 실패할 때가 많으니 실패도 담담하게 받아드릴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어릴 때 나는 무슨 일에서든지 지는 것을 싫어했다. 딱지치기를 하다가 잃으면 가지고 있는 딱지를 다 잃을 때까지 딱지치기를 포기하지 못했다. 탁구를 치다가 지면 이길 때까지 계속 탁구를 치자고 요구했다. 학교에서도 다른 친구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공부했다. 밤늦게까지 자지 않는 나에게 어머니는 “이제 그만 자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으나 이기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다른 사람과 경쟁하게 되면 지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여유가 생겼다.
지난 주 뉴잉글랜드 지역 교역자 가족 수양회가 열렸다. 수양회 기간 동안 배구 경기가 있었다. 우리 팀이 질 때도 있었고 이길 때도 있었다. 감사한 것은 우리 팀이 지고 있을 때 상대팀을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운동 자체가 재미있었고 긴장도 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다른 사람과 경쟁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내가 하는 일은 전보다 더 잘하고 싶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는 해방되지만 글 쓰는 일을 비롯해서 무슨 일이든 더욱 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구약 사무엘상 24장을 보면 사울왕은 그의 사위 다윗을 시기하여 기회만 되면 죽이려고 애쓴다. 다윗은 도망을 다니다가 굴속에 숨어있었는데 자기를 찾아온 사울 왕 일행을 만난다. 다윗의 부하는 다윗에게 사울을 죽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하지만 다윗은 사울을 죽이지 않는다. 자신이 사울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줄 알면서도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죽이지 않는다. 다윗은 자신의 생명의 주인인 절대자가 그를 지켜 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이 내가 승리에 집착하지 않는 이유이면 좋겠다.
이 세상에는 승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많다. 상대방을 이길 수 있다면 속이고 어떤 수단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 사업, 자녀 교육, 정치는 물론이고 사소한 친선경기에서조차 이기는데 집착한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잘못될 가능성이 많다. 이기는 것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만 승리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한 후 실패를 받아 드리고 다음을 준비할 때 다른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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