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러다트(Leon P. Baradat)가 쓴 ‘정치이념(Political Ideologies’이란 책을 보면, 이념이란 현재의 견해나 미래의 비전을 나타내는 정치적 용어로서 대중에게 행동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독립선언이나 공산당선언 같은 것은 이념적 선언일 뿐만 아니라 일반대중에게 행동의 방향을 제시하는 정치적 모멘트였다고 보았다. 정치적 이념이나 정책의 변화는 그 방향, 심도, 속도, 그리고 방법에 따라 그 형태가 다양하다.
우선 변화의 방향이 우로부터 좌로 향하는 진보적 변화인가, 좌로부터 우로 향하는 후퇴적 변화인가 하는 점이다. 이를테면 프랑스혁명은 자유와 평등을 향한 진보적 변화였으나, 나폴레옹의 등장이나 왕정의 강화는 후퇴적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정치적 변화의 깊이를 살펴보면, 구 소련연방의 붕괴는 체제의 변화였으나, 중국의 개방은 체제를 유지하면서 정책을 수정하는 정도였다. 다음은 변화속도의 완급이다. 영국은 명예혁명 이후 의회가 견제력을 가짐으로써 점진적이며 지속적으로 정치발전을 도모해온 반면, 프랑스는 절대왕정의 억압에서 급진적으로 대중동원에 의한 혁명을 체험 하였다. 끝으로 변화의 방법이 공식적, 비공식적, 합법적, 불법적, 또는 평화적, 폭력적이라고 하는 점이다. 정치적 수단으로서 전쟁은 일반적으로 공식적, 합법적, 폭력적이나, 러시아 혁명은 그 반대라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극좌로부터 급진-자유-중용-보수-반동 순으로 극우를 향해 구분하고 있으며, 보수와 반동의 경계지점이 현상유지 상태라 볼 수 있다. (1) 우선 급진이란 현 체제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근본적인 체제의 변화를 급진적이며 즉각적으로 가져올 것을 갈망하기 때문에 혁명적 방법을 선호한다. 그러나 급진주의자라고 해서 꼭 폭력적이라고 볼 수 없으며, 킹 목사와 같은 평화주의자도 있다. 18세기 루쏘 같은 사상가는 대표적 급진파와 볼 수 있으며, 그의 사상이 프랑스혁명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2) 자유주의자는 현 사회의 기본 골격은 인정하지만 현 체제의 취약점은 신속히 개선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급진과 자유의 큰 차이는 급진주의자는 현 체제가 기득권층의 이익을 위해 통제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혁명으로 붕괴 시키고 새로운 체제를 창출한다고 믿는 반면, 자유주의자는 현 체제의 근본을 인정하고 체제유지를 위한 방법을 존중하기 때문에, 혁명을 반대하고 합법적인 절차에 의하여 제도권 내에서의 개혁을 선호한다. 이는 이성에 기초한 인간의 문제해결 능력을 낙관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현대 자유주의는 벤담을 그 원조로 보고 있다.
(3) 중용이란 현 체제에 대하여 다소 개선의 여지는 인정 하지만, 원칙적으로 만족하고 있는 경우이다. 따라서 체제의 변화는 점진적 이어야 하며, 급진적 또는 극단적 변화는 사회안정과 번영을 해친다고 믿는다. 어떤 이슈에 대하여 중용을 취하는 일은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도 매우 어렵다. 이를테면 낙태금지법, 소수계좌 보호법, 사형선고 법, 그리고 동성연애자에 관련된 법의 집행은,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면서 생산적인 사회체제를 유지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정치인들의 행동반경을 압박하고 있다. 동양에서도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하였고,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도 도덕적 가치에서 중용을 말했지만, 실제로 중용을 취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하였다.
(4) 보수란 현 체제나 이념이 최선이라고 믿기 때문에 현상유지를 지원하고, 어떠한 변화도 현재보다 더 개선될 수 없다고 믿는다. 소위 말하는 수구세력이란 보수주의자들이며, 자신들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현 체제의 유지에 묶어두고 있는 사람들이다. 보수주의자들은 인간의 이성을 믿지 않고 있으며, 합리적인 문제해결보다 시간의 경과나 권위 정부 전통 등에 의존하고 있다. 그들은 인간의 불평등이란 항상 존재해 왔기 때문에, 평등에 기초한 사회를 건설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본다. 이러한 견해는 자유주의자들과 서로 상반되는 것이다.
(5) 반동은 현 체제 보다는 과거 체제나 정책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것으로 후퇴적 변화다. 따라서 반동주의자의 좌측은 현상유지이고 우측은 극우주의에 접하고 있다. 그들은 과거에 가지고 있던 가치를 지상으로 간직하고 있으며, 사회의 발전이나 변화를 반대하고 복고주의에 머물고 있다. 그들은 인간이 평등하고, 인종, 지식, 또는 사회계급에 상관이 없는 균등한 분배를 반대 한다. 6.25 전쟁 당시 공산주의자들이 남한에 와서 "동무는 반동이고" 하며 우익을 처형 하였다. 이는 남한에 사회주의 혁명이 전개되고 있는데, 아직도 자유민주주의 및 자본주의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혁명에 동조하지 않고, 과거체제로 돌아가려 한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반도는 아직도 사회주의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추구해온 남한이 통일을 달성할 때까지 공동 이익을 추구하면서, 정치이념이나 체제의 변화를 다각도로 체험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남한이나 북한의 국방분야 종사자들은 보수주의적 강경파의 입장에 서게 된다는 것은 이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러한 보수세력은 급진적인 사회체제 변화에 제동을 걸고 정치 경제적 안정을 유지하는데 긍정적으로 기여해 왔다. 그러나 그것이 개인의 정치적 야심이나 기회주의적인 발상에 의해 역사의 흐름을 방해하게 된다면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이제 정치군사적 냉전의 시대는 지나 갔으며 무역과 투자 그리고 사회문화적 교류를 통한 협력의 시대가 도래 하였다. 북한이 핵무기를 붙잡고 구 소련연방의 전철을 밟아 패망의 길로 치닫고 있다. 현 시점에서 북한 주민에 대해서는 인도주의, 북한의 정권에 대하여는 상호주의,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서는 억제전략을 추구할 것을 본인은 주장해 왔다. 그러나 아직도 경직된 냉전의 대결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보수강경주의노선에 서 있게 된다면, 후퇴적 변화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