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이 고국의 언론에 중점적으로 보도되었다. 그 가운데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어 실력도 포함되었다. 외국어 구사에 능하다고 알려진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국빈만찬, 경제통상협력포럼 연설에서 적재적소에 중국어를 섞어 쓰며 분위기를 주도했다고 한다. 중국어 사용으로 강력한 문화외교를 펼쳤으며 중국 언론의 찬사가 이어졌다고 한다.
이런 소식을 접하면서 중국어의 중요성이 새삼 느껴졌다. 나도 대학 시절 한 때 중국어를 배우려고 노력했다. 내가 중국어를 처음으로 배우던 1978년은 미국과 중국의 외교관계가 정상화 되기도 전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다니던 대학에서는 당시 중국 본토에서 발간된 교재를 사용했다. 그래서 한자도 중국식 약자로 배웠고 공산주의 사회와 사상이 묘사되어 있는 문구들을 접하게 되었다. 모택동의 유훈이 거론되고 북한에서나 사용될 것 같았던 “동지”라는 단어가 흔히 쓰이는 것을 보았다. 어린시절 한국에서 오랫동안 반공산주의 교육을 받았던 나에게는 일종의 문화충격이었다.
나는 중국어를 좀 더 공부하러 1979년 여름에 대만으로 갔다. 당시 중미 양국은 막 국교 정상화를 했지만 아직 미국의 학생들이 공부 차 중국으로 가기에는 준비가 덜 되어 있었다. 그래서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홍콩과 대만 중에서 선택해야 했다. 1년 동안 대학을 휴학하고 대만에서 중국어를 공부하던 그 때가 나에게는 가장 마음 편하고 좋았던 것 같다. 구운빵(燒餠), 밀가루튀김(油條) 그리고 두유(荳醬)의 아침메뉴, 우육면(牛肉麵) 점심, 또한 물만두(水餃) 저녁식사는 잊을 수 없다.
중국어를 배우는 것은 한국인에게 유리한 점, 불리한 점이 모두 있다. 한자는 어느 정도 익숙하고 발음도 어렵잖이 흉내 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익숙함이 4성(聲)을 배우는데에는 장애가 되었던 것 같다. 중국어를 말 할 때에 어느 聲이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그런데 한국인들에게는 읽어서 뜻을 파악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글자 하나하나 무조건 외우고 반복해 사용해 4성을 익히는 부분에는 오히려 게을러지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중국어 한자 뜻이 한국인이 아는 바와 전혀 다른 것도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중국어에서 소심 (小心)은 조심, 방심 (放心)은 안심이란 뜻이다. 그래서 중국어로 “小心” 또는 “放心 하세요” 라는 말에 적응되는 데 제법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어쨌든 거의 35년 전에 배워보려던 중국어를 계속 공부하지 않은 것이 자못 후회가 된다. 다른 나라 사람이나 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인데 지금 중국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다면 세계 인구의 20%가 되는 중국인들과 좀 더 친근하게 지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지금은 거의 다 잊어 버린 중국어지만 그래도 내가 중국 커뮤니티 행사에 초청되어 인사할 기회가 있을 때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중국어로 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내가 교육위원으로 있는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에서도 중국어 공부의 중요성은 잘 인식되어 있다. 물론 미국에서 히스패닉 주민들의 높은 비율을 볼 때 스페인어가 가장 중요한 외국어로 여겨진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점점 더 커져 가는 중국의 위상을 고려할 때 카운티 내에 거주하는 중국계 주민들이나 학생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어도 중국어를 배우려는 열기는 뜨겁다. 이는 한인 학생들 가운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기에 한국어 교과과정의 존재는 상대적으로 미약하고 자칫하면 존재 자체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실제로 작년에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에서 중국어를 공부한 학생은 거의 칠천명이나 되는 반면 한국어는 겨우 이백명 남짓에 불과 했다. 중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의 증가 속도는 갈수록 빨라질 것으로 보여 그 차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어와의 경쟁에서 위축된 입장에 처해져 있는 한국어가 계속 명맥을 이어갈 뿐 아니라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다각적 방책을 한인사회와 한국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해야 하지 않을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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