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요행은 없었다. 한국이 16 강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말이다. 러시아, 벨지움은 FIFA 랭킹이 십 몇 등이고 알제리가 21 등 ,그리고 한국이 59 등이다. 32 개 참가국 중 호주 다음으로 최하위이었다. 또 뛰는 선수 몸값을 보아도 다른 나라 팀과 비교가 안 되었다. 그러니 4 팀 중에 1 또는 2 등을 한다는 것은 사실 요행을 바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TV를 보면서 혼자 소리도 질러보고 흥분도 하면서 즐겼다. 또 하나가 있다. 한국 축구 말고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TV 중계를 본 나라가 있다. 일본이다. 그런데 나는 일본의 상대 팀을 응원 하면서 일본이 지기만 바랐다. 그리고 일본의 16 강 탈락에 행복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왜 일본이 지기를 바라고, 일본이 16강 탈락을 좋아하지? 하다가 혼자 실소를 한 것 같다. 나도 몸 속에 일본을 미워하는 마음이 잠재하여 있는 것 같다.
내가 새삼스럽게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얼마 전 내가 참가한 S 대학 전 미주 평의원 회의에서 일어난 에피소드 때문이다. 회의 도중 누군가가 평의원(評議員)이란 단어가 일본식 한자(漢字)이니 평의원 이란 이름 대신 대표자라든가, 대의원이라든가 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미국의 대학 교수까지 하시고 은퇴하신 점잖은 분까지 ‘일본식 한자라면 절 때 안 됩니다’라는 발언을 듣고 깜작 놀랐다. 최고의 지성인이 모인 대학 동창회에서 조차 일본 하면 그 어떤 것이 국가 이익인가 따지거나 주변 상황을 고려하여 무엇이 국가에 보탬이 되는지 주판알 튀기기전에 무조건 반대할 만큼 이성을 잃고 흥분들을 하는가, 그리고 글자 하나까지도 그런 시선으로 보는가 하면서 말이다.
내가 “일본식 한자 단어가 싫다면 이제 회사 사장은 중국식으로 총경리라고 부르고, 전무, 상무라는 직제도 없애자는 말입니까? 우선 평의원 이란 단어가 일본식 한자인지, 또 우리만 평의원이란 단어를 쓰고 있는지 좀 알아보고 다시 의논해 봅시다” 하고 발언을 하여 결정이 유보되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구글, 네이버 등 인터넷을 찾아보니 일제시대에 도평의회 이라는 모임이 있었다는 내용은 있었으나 그 사용이 일본으로부터인지는 찾을 수 없었다. 한편 서울대, 한양대 등 대학은 물론 한국 고대사학회, 내과 의사협회, 토목 학회 같은 연구기관과 허다 못해 해공 신익희 선생 기념 사업회까지도 평의원 제도가 있는 등 꽤나 광범하게 쓰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그 단어가 일본식 한자라고 백번 양보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회사 사장이니 전무니 하는 것이 이미 우리 것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평의원이란 단어는 우리의 단어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으니 구태여 바꿀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따지자면 철학 ,경제, 과학 이란 단어 역시 일본식 일본이 만든 한문이지만 중국인들 까지도 아무 저항감 없이 쓰고 있다.
한국인은 물론 이곳 미국의 동포까지도 좀 일본과의 국제관계에 있어 흥분하지 말고 성숙하고 냉철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좀 심하게 이야기 하자면 일본에서 태어난 ‘괴물 아베’라는 총리가 오늘의 이 지경을 만든 것은 틀림없겠으나 집단방위권을 반대하는 일본인들이 더 많고, 위안부 희생자분들에게 문제에 미안해하고,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고 들었다. 우리는 그러한 일본인들을 발판으로 이성적(LOGOS)인 태도로 관계개선을 이어가야 한다.
그런데 많은 한국인들이 인간인 이상 가슴 깊이 반일감정이 응어리져 있다. 하지만 이 감정(PATHOS)를 날려 보내야 한다. 방법은? 지금 브라질 월드컵을 TV로 보면서 아 참! 하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일 년에 봄가을 두 번 상호 방문으로 하니까 일 년에 4 번 아주 요란하게 전세기까지 대절하여 대규모 응원전을 펼치며 전쟁 기분으로 축구시합을 했으면 한다. 그래서 감성의 응어리를 날려 보내자 그리면서 괴물 아베에 묶여있지 말고 진정 한일 양국에 양식 있는 사람들과의 결집을 이루자. 우리는 중국, 일본 모두 중요한 이웃이고 같이 번영을 이루어야 한다. 일본 팀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축구시합! 생각만 해도 미소가 아니라 아주 행복해 질 것 같다. 한국 축구팀 ‘화이팅!’ 하고 소리 질러보고 싶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