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바군단, 전차군단의 십자포화에 걸려‘괴멸’
▶ 브라질, 독일에 1-7 충격 참패로 결승행 무산
독일의 7번째 골이 터진 뒤 브라질의 골키퍼 훌리오 세자르(오른쪽 아래)가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다.
경기 시작 불과 11분 만에 독일의 선제골이 터지자 순간 구장엔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그래도 남은 시간이 많은 만큼 희망이 있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23분 독일의 추가골이 나오자 스테디엄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후 다음 6분간 독일의 슈팅 4개가 꼬리를 물고 하나씩 하나씩 날카로운 비수처럼 브라질의 골네트에 박히자 충격은 경악으로 변해갔고 귀청을 찢을 듯 요란하던 함성이 사라진 구장에는 흐느끼는 울음소리만이 들렸다.
딱 29분이 지난 뒤 스코어는 5-0이었고 브라질은 그 누구도 상상치 못했던 참담한 재앙에 망연자실 넋을 잃었다. 브라질 뿐 아니라 지구촌 전체도 월드컵 사상 최다우승국인 삼바군단의 믿을 수 없는 몰락에 충격에 빠졌다.
‘삼바축구’가 안방에서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사상 최악의 참사를 당했다. 2014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의 개최국으로 ‘우승 못하면 실패’라는 비장한 출사표를 들고 나선 브라질이 4강전에서 ‘전차군단’ 독일의 무시무시한 십자포화를 맞고 무참하게 괴멸 당했다.
최종 스코어는 1-7. 독일이 후반 ‘개스 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았더라면 두 자리 수 차 패배도 가능했던 경기였다. 말 그대로 ‘미네이랑의 참사’였다.
8일 브라질 벨루 오리존치의 미네이랑 스테디엄에서 펼쳐진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 첫 경기는 월드컵 5회 우승국이자 남미축구를 대표하는 브라질과 3회 우승국으로 유럽축구를 대표하는 독일의 ‘용호상박’ 접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자 모든 사람들이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공수의 핵인 네이마르와 캡틴 티아구 실바가 각각 부상과 경고 누적으로 빠져 차-포를 떼고 나선 브라질은 레이저빔처럼 예리한 전차군단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독일은 전반 11분 만에 오른쪽 코너킥에서 넘어온 볼을 골 정면에서 토마스 뮐러가 오른발로 바로 때려 선취골을 뽑아내며 포문을 열었다. 코너킥에서 볼이 골문 바로 앞으로 넘어왔는데 뮐러 앞에 수비수가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부터 수비의 핵인 실바가 빠진 공백이 얼마나 클 지를 짐작하게 했다.
더구나 네이마르라는 걸출한 플레이메이커도 없는 브라질은 선제골을 내준 뒤 롱볼을 앞세워 공격을 서두르기만 했을 뿐 독일의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역습에 대한 대비가 전무했다. 팀 전체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독일은 이런 브라질을 너무도 냉철하게 요리해 나갔다. 전반 23분부터 29분까지 단 6분 동안 4개의 슈팅으로 4골을 보태는 가공할 십자포화 포격으로 어떠한 반전의 여지조차 남겨놓지 않은 채 승부를 끝냈다.
이날 두 번째 골을 터뜨린 독일의 폭격기 미로슬라브 클로세는 월드컵 사상 최다득점 기록을 홀로 보유하게 됐다. 전반 23분 브라질 진영 중앙에서 토니 크루스가 페널티박스 안으로 찔러넣은 스루패스를 뮐러가 바로 앞의 클로세에게 살짝 내줬고 클로세는 첫 슈팅이 골키퍼에 막혔으나 리바운드를 다시 차 넣어 2-0을 만들었다.
이 골로 클로세는 월드컵 역사상 자신의 16번째 골을 기록하며 브라질의 호나우두를 제치고 월드컵 사상 최고 골잡이로 우뚝 섰다.
독일은 불과 1분 뒤 3번째 골을 터뜨렸다, 오른쪽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뒤쪽에서 쇄도하던 크루스가 논스탑 왼발슛으로 연결, 3-0을 만들었다. 크루스는 2분 뒤인 26분엔 새미 카데이라의 패스를 받아 또 한 골을 추가했고 3분 뒤인 29분엔 카데이라도 골 퍼레이드에 가세하며 점수차는 5-0으로 벌어졌다. 이미 전의를 상실한 브라질 선수들은 엄청난 충격으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 복싱이었다면 타월을 던져야 했고, 야구였다면 골드게임이 선언됐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축구라서 90분을 다 채워야 한다는 것이 오히려 브라질에게 ‘고문’이었고 고통의 시간만 연장된 것이었다. 전반 5-0이던 스코어는 후반 교체멤버 안드레 쉬를레가 두 골을 보태며 종료직전 7-0까지 벌어졌다. 메수트 오질이 후반 90분 완벽한 1대1 찬스를 살렸다면 8-0으로 끝날 뻔 했다.
하지만 오질의 슈팅은 골대를 벗어났고 브라질은 바로 이어진 반격에서 오스카르가 한 골을 만회, 영패를 면했다. 하지만 영패를 면했다고 치욕과 충격의 정도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한편 독일은 이날 엄청난 대승으로 12년전 한일월드컵 결승에서 브라질에 당한 0-2 패배의 빚을 화끈하게 갚으며 통산 8번째 월드컵 결승에 진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 이어 24년만에 처음이자 통산 4번째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김동우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