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달 전 70세된 남자분이 가족들의 손에 이끌려 나를 찾아오셨다. 얼굴이 약간 화난 듯이 굳어 있었고 걸을 때 어깨가 굳어서 팔을 늘어뜨리고 종종걸음으로 넘어질 듯이 위태롭게 걸었다. 양 손을 달달 떨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이 환자는 전형적인 파킨슨병 환자였다.
언제부터 이런 증세가 시작되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약 3년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전혀 진단과 치료를 안 해서 점차 증세가 악화된 것이었다. 즉시 ‘레보도파’(시네멧) 치료를 하였더니 한 달 후에는 훨씬 증세가 나아졌고, 얼굴 표정도 돌아와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걸음걸이도 자연스러워 졌고, 손 떨림도 거의 다 나았다. 이 파킨슨병은 과거 영국의 ‘제임스 파킨슨’이라는 의사가 처음으로 기술하여 그의 이름을 따서 부르는 신경계통 병이다.
이 파킨슨병의 원인은 무엇인가?뇌 속에는 흑질(substancia nigra)이라고 부르는 부위가 있는데, 여기서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dopamine)을 만든다. 이 도파민이 부족하게 되면 스무드한 운동이 되지 않고, 몸이 굳어지고 손을 덜덜 떨고, 걸음이 종종걸음이 된다. 얼굴은 마스크 얼굴(masked face)처럼 무표정하게, 또는 성난 것처럼 보인다.
왜 이러한 변화가 생기는가?사실 아직도 확실한 이유는 잘 모르는데, 뇌의 노화의 한 질환으로 생각된다. 유전인 경우도 5~15% 정도 있고, 중풍 후에 생길 수도 있다. 무하마드 알리처럼 뇌에 외상을 당한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환자가 50세 이후에 생기는데, 영화배우 Micheal J. Fox처럼 50세 이전에 생기는 경우도 5~10%정도 있다.
파킨슨 환자에게서 보이는 특징적인 손을 떠는 진전(tremor)은 ‘정지진전’(resting tremor)이라고 부른다. 즉, 환자가 가만히 있을 때 손은 더 떨고, 무엇을 잡으려고 할 때나 글을 쓸 때는 덜 떠는 경향이 있다.
파킨슨병의 진단은 어떻게 내리는가?이 병의 진단은 피 검사나 뇌의 MRI나 CT로 내릴 수 없다. 뇌의 흑질을 MRI로 본다고 해도 특별히 나타나는 특징이 없고, 피검사로 하는 검사도 전혀 없다. 그래서 임상적으로 환자의 증상을 잘 관찰하여 파킨슨병의 진단을 내린다.
의사들이 파킨슨병 환자에게 뇌의 MRI를 오더 하는 것은 뇌 속에 다른 질환, 특히 뇌수종(hydrocephalus) 등의 병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이 뇌수종이 있을 때, 파킨슨병과 비슷한 걸음걸이를 보이게 되므로(종종걸음: shuffled gait) 확인이 필요하다. 이 환자들에게는 뇌에 가느다란 관을 집어넣어서 복부로 연결한다. 그렇게 뇌척수 액을 빼서 뇌수종의 압력을 떨어뜨리면, 걸음걸이가 거의 정상적으로 돌아올 확률이 높다.
마지막으로 파킨슨병의 치료는 어떻게 하는지 알아보자.
이 병의 원인이 뇌 속의 도파민이 부족해지는 것이므로, 도파민을 공급하면 치료가 된다. 그런데 도파민을 먹으면 이것이 피 속에서 뇌로 전달이 안 된다. 도파민은 blood brain barrier라는 뇌와 혈관 사이의 벽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보도파(levodopa)라고 하는 전구물질을 먹이는데, 이것은 그 벽을 통과하여 뇌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레보도파는 뇌에서 도파민으로 바뀌게 된다.
이 레보도파(상품명: Sinemet) 치료법으로 처음에는 파킨슨병 환자는 대단히 병 호전을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약효가 점차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또 약 말고도 물리치료가 도움이 된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관절이 굳고, 근육이 약화되어 움직임이 힘들고, 관절도 굳은 상태로 진행되므로 물리치료를 통해 굳어진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또 운동을 꾸준히 해야 병이 진행되는 속도를 줄일 수 있다. 걷기 운동, 체조 및 수영 등을 매일 30분~1시간씩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약물요법은 7~8년 이상 오래하여, 약효가 떨어지게 되면 ‘뇌심부자극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 미세전극을 뇌심부 흑질 부위에 삽입하여 외부 박동기를 통하여 전류를 흐르게 하여 방해 전파로 이상회로를 차단시키는 방법이다. 그밖에 우울증에 빠지지 않도록 가족들이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다.
하여간 여러분이나 가족, 친구가 손을 계속 떤다든가, 걸음걸이가 종종걸음으로 불안하게 걷는다든가 하는 경우, 또는 이유 없이 여러 부위의 심한 근육통, 몸이 뻣뻣하게 굳는 경우 등에는 내과의사를 찾아가서 파킨슨병이 아닌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문의 (213)480-7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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