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국에서는 신앙인의 역사 인식 발언에 대하여 논란이 분분하다. 그 발단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 받았던 문창극 총리후보자가 “6.25와 남북분단 그리고 일제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어느 교회에서 행한 강연이 방송으로 보도되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자신의 발언에 대하여 일부 언론에 의하여 악의적으로 왜곡된 것이며 또한 "교회 안에서 한 것이어서 일반인의 정서와 다를 수 있다"며 유감을 표하였다. 그러나 결국 문후보자는 많은 논란을 가져오다가 후보지명 14일 만에 사퇴했다.
문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개인은 신앙의 자유를 누린다. 그것은 소중한 기본권이다. 제가 평범했던 개인시절 제 신앙에 따라 말씀드린 것이 무슨 잘못인가”라며 3년 전 교회 발언에 대한 비판을 반박했다.
남북분단이나 일제 강점기를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는 문후보자의 신앙 고백적 발언은 신학적으로 적절한 것인가? 문후보자의 발언을 통하여 교회에서는 정치와는 별도로 문 후보식 기독교적 역사관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신학적 논란이 일어났다. 이른바 신정론(神正論, theodicy-세상에서 신의 의로움과 선함을 주장하는 이론)에 대한 논쟁이 일어난 셈이다.
논란의 핵심은 문 후보식으로 6.25나 남북 분단, 일제 강점기를 하나님(하느님)의 뜻으로 바라보는게 신학적으로 올바른가 하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 교회의 적지 않은 신자와 목회자들이 ‘하나님 섭리 밖의 일은 없다’며 세월호 참사도, 일제 강점도, 한국전쟁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서울에 있는 명성교회의 김삼환 목사는 세월호 참사가 한국 전체를 살리기 위한 하나님의 뜻이라고 설교를 하여,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하였다. 과연 그런가? 이것이 바른 신학적 이해인가?
사실 한국 교회는 ‘하나님의 뜻’이란 말을 깊은 성찰 없이 너무 쉽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신앙인이 자기 개인의 인생사에 ‘하느님의 뜻’을 적용하는 것은 신앙인으로 당연한 일이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근현대사 같은 역사적 사건이나 인재(人災)나 자연재해에 이를 무분별하게 적용하는 것은 매우 신중히 해야 할 일이다. 하느님의 절대주권사상을 세계의 모든 역사적 사건이나 재난에 피상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조심해야 할 일이다.
만일 6.25나 2차 대전이 하느님의 뜻이었다면, 대규모 지진 같은 자연재해나 세월호 참사가 하느님의 뜻이라면, 하느님은 수많은 사람을 죽게 한 잔인한 하느님이 된다. 만일 남북분단이 하느님의 뜻이라면, 하느님은 동족을 서로 싸우게 하는 심술장이요 반세기 이상 겨레를 갈라놓고 불화를 조장하는 존재가 된다.
1차 세계대전이 하느님의 뜻이라면 하느님은 전쟁의 주범인 히틀러를 세상에 보낸 전쟁 동조자가 되거나, 히틀러 하나 미리 막아내지 못한 무능한 하느님이 된다. 일제 강점기가 하느님의 뜻이라면, 일제의 압제에 항거해서 삼일운동과 독립운동에 참여한 애국지사들이나 신앙의 이름으로 신사참배를 거부한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하느님의 뜻을 거스른 반역자들이 된다.
신앙의 영역을 넘어 일반역사 모두를 하느님의 뜻으로 돌리면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가 왜곡되고,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지고, 침략자나 독재가 하느님의 섭리에 참여한 동역자가(?) 되며, 정의와 평화를 위한 노력은 오히려 하느님의 섭리에 대항하는(?) 일이 되어 버린다. 아니다. 약소국을 억압하여 식민지로 삼고, 불의한 권력을 취하고, 부정과 부패를 일삼고, 폭력과 전쟁 행위는 결코 하느님의 뜻이 아니다. 이것들은 모두 인간의 부주의와 탐욕과 어리석은 이념 갈등에서 온 것들이다.
기독교는 역사를 주관하는 분이 하느님이라는 것을 고백하고, 인생의 모든 삶에 하느님의 뜻이 있다고 굳게 믿으며, 그 신앙 속에서 개인의 삶과 역사의 의미를 추구하는 종교이다. 올바른 기독교 신앙은 개인의 삶과 역사와 사회적 현상 모두를 무조건 하느님의 뜻이라고 돌리며 사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인생이나 역사에 닥친 고난 그리고 세월호 참사 같은 사회적 재난 속에서 그 의미를 깊이 묵상하고 성찰하면서 그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아가는 가운데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 가는 신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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