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더도, 전술도, 플레이메이커도 없는 한국 축구
▶ 벨기에에 0-1…단 3게임 만에 월드컵 도전 끝나
경기 종료 후 기성용(왼쪽)과 김보경이 필드에서 허탈한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
필드엔 리더가 없었고 벤치엔 전술이 없었다. 수적 우위를 얻고도 그것을 살려낼 창의적 플레이 메이커도 없었다. 아무 것도 없었던 한국 축구의 브라질 월드컵은 ‘당연히’ 3게임 만에 끝났다.
26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벌어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 3차전에서 한국은 사실상 1.5진 라인업을 내세운 벨기에에 0-1로 패했다. 스티븐 드포가 전반 44분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한 덕에 후반 전체를 10명으로 뛴 벨기에를 상대로 한 골도 뽑지 못한 채 후반 32분 결승골을 내주고 무릎을 꿇었다.
1무2패를 기록하며 H조 최하위로 대회를 마감한 한국은 지난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1승도 건지지 못했다. 또 이날 한국의 패배로 아시아는 출전 4개국(한국, 일본, 이란, 호주)을 합쳐 0승3무9패라는 굴욕적인 성적표를 받아들고 말았다.
한편 동시에 벌어진 같은 조 알제리-러시아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나 1승1무1패(승점 3)를 기록한 알제리가 벨기에(3승)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올랐고 차기 월드컵 개최국인 러시아는 2무1패(승점 2), 조 3위로 탈락했다.
한국은 결과적으로 볼 때 이날 벨기에에 4골차 이상으로 대승을 거뒀어야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16강 여부와 관계없이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빈손으로 브라질을 떠나게 된 것에 대해선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날 홍명보 감독은 이날 스타팅 11에서 골키퍼를 정성룡에서 김승규로, 최전방 원톱은 박주영 대신 장신의 김신욱을 내세우는 변화를 줬다. 이미 16강행이 확정된 벨기에는 에덴 아자르(첼시) 등 주전선수들을 대거 쉬게 하고 그동안 나서지 않던 케빈 미랄라스(27·에버턴)와 아드난 야누자이(19·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5명을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이 1.5진 라인업을 상대로 한국은 초반 분위기를 주도하며 대등한 경기를 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만 했다. 동시에 진행된 경기에서 러시아가 전반 6분 만에 선취골을 뽑아내 1-0 리드를 잡자 그 스코어가 그대로 유지되고 한국이 2골차로 승리한다면 16강에 오를 수 있다는 달콤한 시나리오가 뇌리를 스쳤다.
경기 시작 직후 수비라인이 흔들려 몇 번 조마조마한 순간을 넘긴 한국은 전반 10분 김영권이 강력한 오른발슛을 때린 것을 시작으로 점차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14분에는 손흥민이 상대 진영 왼쪽 공간에서 스루패스를 잡았으나 순간적으로 볼 처리가 지연되며 슈팅 찬스를 놓쳤고 이어진 이용의 반대쪽 크로스도 무위로 돌아갔다.
1.5진 벨기에도 만만치 않았다. 한국의 공세를 날카로운 역습으로 맞받아쳤고 25분엔 한국 골문 바로 앞에서 미랄레스의 슛이 수비수 맞고 흐르며 드리스 메르텐스 바로 앞에 떨어져 결정적인 골 찬스를 잡았으나 메르텐스의 슛이 크로스바를 훌쩍 넘어가고 말았다.
아찔한 위기를 넘긴 한국은 곧바로 30분 기성용이 대포알같은 중거리슛을 때려 벨기에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슈팅한 볼을 낮게 깔리며 골문 왼쪽으로 향했으나 골키퍼가 간신히 쳐냈다.
전반 막판 드포가 거친 태클로 퇴장당하면서 벨기에는 10명으로 뛰어야 했고 0-0으로 전반을 마쳤으나 아직 한국에 희망이 있었다.
최소한 두 골이 필요했던 홍명보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홍명보 감독은 이근호를 투입, 승부수를 던졌고 이근호는 활발한 돌파로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으나 좀처럼 확실한 찬스를 만들지는 못했다. 후반 14분에는 역습상황에서 오른쪽 터치라인을 타고 돌파를 시도하던 손흥민의 크로스가 깊이 흐르며 벨기에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이날 전반적으로 움직임이 무거웠고 전반 활기 있는 플레이를 했던 김신욱도 후반엔 존재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21분 김신욱 대신 김보경, 28분엔 손흥민 대신 지동원을 투입하며 돌파구를 노렸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오히려 32분 벨기에는 교체투입된 디보흐 오리지의 중거리슛이 골키퍼 김승규에 맞고 튀어나오자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얀 페르통언이 가볍게 밀어넣어 결승골을 뽑았다. 한국은 응수할 힘이 없었다.
한편 같은 시간 쿠리치바에서 열린 러시아와 알제리의 경기에서는 러시아가 전반 6분만에 알렉산드르 코코린(23·디나모 모스크바)의 헤딩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으나 후반 15분 이슬람 슬리마니(26·스포르팅 리스본)에게 동점골을 내주고 1-1로 비겨 알제리가 16강 티켓을 가져갔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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