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신이 변호사란 직업에 회의를 느끼게 하는 사건들이 종종 일어난다. 20년전 O.J. 심슨이 자기 전부인과 그의 애인을 처참하게 살해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은 것이 한 예다. 헌법에 보장된 대로 물론 어떤 범죄 혐의자든지 무죄를 항변(not guilty)하고 정부쪽 즉 검찰이 배심원 재판에서 증거를 제시하여 범죄 사실을 이차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이 입증하게 할 권리가 있다. 그렇지만 심슨 재판에서 수수료 비싼 일류 변호사들이 최종적으로는 배심원들 중 7인의 흑인들에게 호소력이 있는 백인 형사의 흑인 비하 언동을 부각시킴으로써 무죄 평결을 도출한 것은 살인자가 처벌을 피하게 만든 것이다. 피살자들 유족들이 OJ 심슨의 형사재판 이후에 민사 소송으로 심슨의 살인 행위에 대한 배상으로 3,500만불 이상의 승소를 한 것만 보아도 그 점이 분명하다. 그러나 대학 때부터 유명 풋볼선수와 배우로서 엄청나게 벌어놓은 돈이 변호사비 등으로 탕진되었기에 유가족들은 표현하기 힘든 슬픔에 대해 억울한 감정마저 곁들인 느낌일 것이다.
그 무렵부터 나는 내 자신의 변호사 성과가 별 볼일이 없는 상태라는 것을 설명하면서 “OJ 심슨이 애당초 나같은 사람에게 오지도 않겠지만 왔다하더라도 내 양심으로는 무죄를 항변할 수 없어 거절할 것입니다”라는 농담을 하곤 했다. 물론 변호사 직업이 아무리 흉악한 사람이라도 효과적으로 대표하여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지만 나로서는 실제로 살인했거나 성폭행한 혐의자를 고객으로 담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사람을 재치있게 변호하여 무죄 방면으로 풀어냈는데 그가 또 다른 사람을 죽이게 된다면 새 범죄에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는 그 죄책감을 어찌 견디느냐를 상상하게 되니까 나는 아무래도 유능한 변호사 재목이 아닌 모양이다. 한걸음 더 나가 조니 카크란이나 그의 동료들처럼 OJ 심슨 같은 사람을 감옥에 안보내야 유능한 변호사라는 명성이 뒤따른다면 나는 무능한 게 좋다.
변호사직에 대한 나의 졸견을 늘어놓은 이유는 최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1975년에 아칸소 주에서 12세 소녀를 성폭행했다는 41세의 남성을 효과적으로 대표했다는 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회고했다는 기사를 읽은 때문이다. 2016년 민주당 대통령 예선에 출마만 하면 ‘따 놓은 당상’ ‘순풍 앞에 선 돛단배’라는 말처럼 틀림 없이 후보가 되고 미국 유권자들 과반수인 여성이 그를 최초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할 가능성이 상당한 상황에서 반 힐러리 세력들이 그같은 기사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듯하다.
에스콰이어란 잡지의 기자가 1980년대 중반에 힐러리 여사를 인터뷰한 것이 기사화는 안되었어도 녹음으로 남아 있는 바 그 내용이 힐러리 정적들에게 힐러리가 여성과 아동권리 보호자로서의 자신의 경력을 내세워온 것에 흠집을 낼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모양이다.
힐러리가 신혼 초였던 27세의 변호사 시절 법원 명령으로 토마스 테일러라는 미성년 강간 혐의자를 대표하게 된다. 그런데 강간 혐의자들을 대표하는 변호사들이 주로 쓰는 무기는 피해자들이 성관계에 동의했다는 것을 시사하기 위해 과거의 다른 사람들과의 성관계들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힐러리도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에서 12세의 피해자가 과거에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만졌다는 등의 거짓 고발을 했으니까 그의 정신상태를 감정하게 해야 한다는 요청을 하는 등 유죄 판결을 받으면 30년 형기를 받아야 되는 테일러를 위해 진력을 다한 모양이다. 그러나 경찰이 피와 정액이 묻어있는 테일러의 팬츠를 분실하는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힐러리가 법정에서 그 12세 소녀의 신빙성을 공격하는 장면은 벌어지지는 않았다. 그 대신 테일러가 부당하게 미성년 여자를 만졌다는 죄목에 유죄를 자인하여 1년 형기만 살고 나왔다.
그런데 힐러리는 “물론 그는 그 여자 아이를 강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에게 거짓말 탐지기 시험을 하게 했던 바 그가 무사히 통과했다. 거짓말 탐지기에 대한 나의 믿음을 영원히 분쇄시킨 것이다.”라고 웃으면서 회고했다는 보도이다. 즉 테일러가 강간범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를 대표했다는 결론이 가능하니까 여권과 아동보호권 주창자로서의 그의 이미지는 영향을 받게 될 것인가가 정계 관측자들에게 예리한 관심사로 등장하게 될런지도 모른다. 이래저래 2016년의 이전투구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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