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타리카 2연승 16강 확정$축구 종가 잉글랜드 탈락
코스타리카의 캡틴 브라이언 루이스가 전반 44분 파워풀한 헤딩슛으로 선제결승골을 뽑아낸 뒤 환호하고 있다.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 북중미의 소국 코스타리카가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에 이어 월드컵 4회 우승에 빛나는 ‘아주리군단’ 이탈리아마저 침몰시키며 2연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축구종가’ 잉글랜드는 16강 탈락이 결정됐다.
20일 브라질 헤시페에서 벌어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D조 2차전 경기에서 코스타리카는 전반 44분 터진 주장 브라이언 루이스의 강력한 헤딩 결승골로 이탈리아를 1-0으로 제압했다.
지난 14일 1차전에서 우루과이를 3-1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던 코스타리카는 2연속 이변으로 이번 대회 최고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이탈리아, 우루과이, 잉글랜드 등 역대 월드컵 챔피언들만 골라 같은 D조에 묶인 코스타리카는 대회 전 ‘고래 싸움에 낀 새우’ 또는 ‘동네북’ 신세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코스타리카는 ‘고래 싸움에 낀 새우’가 아니라 ‘고래 잡는 무서운 새우’였다. 합쳐 월드컵을 6회나 제패했던 우루과이와 이탈리아가 차례로 나가 떨어졌고 잉글랜드는 코스타리아카와 맞서보기도 전에 탈락이 확정됐다. 이탈리아와 우루과이 중 한 팀도 조별리그를 마친 뒤 보따리를 싸야 하는 처지다.
이날 경기는 ‘티코’(Tico-코스타리카 인들을 지칭하는 애칭)들의 반란이 돌풍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 경기였다. 비록 1차전에서 우루과이를 잡는 이변을 일으켰다고 해도 이날 전까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단 4승을 올리는데 그친 코스타리카와 역대 월드컵에서 우승을 4차례나 한 이탈리아의 대결은 누가 봐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다윗의 승리였다. 단순히 스코어에서만 이긴 것이 아니라 내용에서도 이탈리아를 압도해 우루과이전 승리가 행운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후방에 수비수 5명이 일자로 늘어선 5-3-2 포메이션으로 나선 코스타리카는 수비라인을 앞으로 바짝 끌어올려 오프사이드 트랩을 파놓고 5명의 수비라인이 마치 한 명인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뒷공간을 노리는 이탈리아 공격진을 계속해서 함정에 빠뜨렸다.
잉글랜드와의 1차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렸던 이탈리아의 원톱 스트라이커 마리오 발로텔리는 전반 두어 차례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찬스를 만들었으나 후반엔 거의 볼을 만져보지도 못하는 구경꾼 신세로 전락했고 다른 이탈리아 포워드들도 계속해서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리며 제대로 된 공격의 흐름을 타지 못했다. 이탈리아는 이날 롱 패스와 측면공격에만 의존하는 단조로운 플레이로 이렇다 할 찬스도 만들지 못했다.
물론 코스타리카는 수비적인 플레이를 한 것도 아니었다. 5백 수비라인의 좌우 풀백들은 수시로 공격에 가담하면서 이탈리아를 위협했다. 잇달아 예리한 패스워크로 이탈리아 수비진을 위협한 코스타리카의 플레이로 약체로 치부됐던 팀이라곤 믿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코스타리카는 이날 전반 43분 역습 상황에서 스트라이커 조엘 캠블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수비수 2명 사이로 돌파해 들어가다 수비수에 밀려 넘어졌으나 칠레 주심이 명백한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아 또 다른 오심의 희생양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날 코스타리카는 그런 어려움도 극복할 만한 저력의 팀이었다. 불과 1분 뒤인 전반 44분 왼쪽 측면에서 주니어 디아스가 그림같은 크로스를 올렸고 반대쪽 골포스트 쪽으로 쇄도해 들어간 주장 루이스가 파워풀한 헤딩슛으로 이탈리아의 골문을 열었다. 볼을 크로스바 안쪽에 맞고 골라인 안쪽에 떨어진 뒤 튀어나왔으나 이번 대회부터 적용된 골라인 테크날로지 덕에 즉각 골 판정이 내려졌다.
이탈리아는 후반 들어 수비형 미드필더 티아고 모타를 빼고 스트라이커 안토니오 카사노를 투입하며 공세를 강화했으나 마테오 다미안의 중거리슛과 안드레아 피를로의 프리킥 등이 모두 골키퍼에 막힌 뒤엔 코스타리카의 수비라인을 전혀 뚫지 못한 채 헛심만 쓰다 경기를 마쳤다.
오히려 코스타리카는 이탈리아의 공세를 틈타 수시로 예리한 역습으로 수차례 추가골 기회를 만들어냈고 후반 종료직전 추가시간엔 랜들 브레네스의 위협적인 중거리포가 골문 오른쪽 상단코너를 살짝 빗겨가 아쉬움을 남겼으나 승리를 지키는 데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이로써 D조는 오는 24일 이탈리아와 우루과이가 16강 티켓을 놓고 운명의 한판승부를 펼치게 됐고 같은 시간 이미 16강이 확정된 코스타리카는 탈락이 확정된 잉글랜드와 느긋하게 경기를 하게 됐다. 코스타리카는 이 경기에서 대패하지 않는 한 져도 조 1위로 16강에 오른 확률이 높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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