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이런 저런 대형사고가 나는 것은 사회 전반적으로 법질서와 사회질서가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러한 무질서가 경제발전에도 크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보자. 현 러시아는 1991년까지 46년간 세계를 양분하여 서방과 대결하던 큰 세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선진국의 대열에도 끼지 못하고 중진국 변두리에서 헤매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경제를 주도할 수 있는 요건을 모두 가지고 있는 나라다. 1억 5천만의 인구와 무진장한 천연자원과 세계에서 손꼽는 과학과 기술 보유국이며 직접 영향권 안에 있는 니라들을 합하면 2억이 넘는 자체 시장을 갖고 있는 나라다. 대한민국의 인공위성과 미국의 과학 군사 위성들도 러시아제 로켓에 의하여 발사되고 있으며 다양한 항공기와 우수한 무기를 생산하는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러시아는 이러한 기술과 자원들이 산업화 하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중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생활수준은 대한민국 같은 소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가. 부패와 무질서 때문이다. 부패와 타성에 물들어 있던 구 소련의 관료계층이 다시 세력을 잡고 이런 저런 이권에 손을 대어 개인의 치부에만 힘쓰고 있는 것이다. 수출의 75%는 석유와 가스가 차지하고 있으며 공산품은 국내에서조차 잘 팔리지 않는다. 즉 천연자원을 팔아먹고 사는 후진국형 경제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이번엔 한국내의 사례를 찾아보자. 419혁명 뒤 들어선 민주당 정권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추구하면서 매우 합리적인 경제발전 계획을 추진하던 정권이었다. 그런데 왜 11개월 만에 무너졌는가. 몇 가지 원인을 들 수 있겠지만 주원인은 무질서 때문이었다. 부풀어 오른 기대심리에 들떠 자유와 방종을 구별 못하는 여러 시민단체와 노동계의 끊임없는 데모와 민주정권의 창출에 공헌 한 학생들의 지나친 정치관여와 민주운동의 투쟁 대상이었던 경찰의 무능화와 정권의 위치가 확립되기도 전에 신구 양파로 갈리어 권력다툼을 벌인 민주당 등등 때문에 사회질서가 완전히 무너졌던 것이다.
그러면 어찌하여 한국 경제는 이만큼이라도 발전하였는가. 비록 좋은 방법은 아니었으나 수십년동안 어느 정도 질서가 강요되었었고 정부가 높은 목표를 세워놓고 강압적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수많은 시행착오와 값비싼 비용과 사회적 갈등을 겪었던 것이다. 물론 다른 이유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당시 어떤 미래학자는 한국의 경제발전의 이유로 한글에 의한 100%에 가까운 문자 해독율과 낮은 이혼율에 의한 가정의 안정과 유교사상에 의한 어느 정도의 질서의식 등등을 꼽기도 했다.
강압적인 시대가 지나가고 민주적인 정권들이 들어서서 순리적으로 치리해나가려 했으나 노태우 정부 때에는 사회 질서를 유지하지 못했고 잘못된 투자계획으로 자원의 쏠림 현상이 생겨서 경제적 사회적 혼란이 일어났고, 김영삼 정부 하에서는 처음 얼마 동안은 실명제등 개혁에 성공했으나 일관성 없는 경제 운영과 새로 생긴 부패로 인하여 우리 경제는 선장 없는 배처럼 이리 저리 방황하다가 IMF사태를 당하여 멀쩡한 기업들마저 헐값으로 외국에 팔아넘기거나 부도처리 하게 되었었다. 그 뒤로 개혁성향의 정권들이 들어서서 이런 저런 노력을 다 해보았으나 부패와 무질서는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 침체의 영향도 있었겠으나 지난 6, 7년 동안 우리 경제는 개인 소득이 년 2만 5천불 대에서 방황하고 있다.
그러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 개혁해야 한다. 법과 질서가 존중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정치계나 관료계 뿐 아니라 온 국민의 마음을 개혁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선진국 경제를 따라갈 수 없으며 따라가 보았자 보편적 안정과 행복감에는 이룰 수 없다. 개혁 정부 10년 동안에도 하지 못한 개혁을 보수정권인 박근혜 정부가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장기적이고도 확실한 실천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가령 우리의 준법과 질서존중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5단계가 떨어져 있다고 가정해 놓고 박근혜 정권 동안에 우선 1단계만이라도 확실히 올려놓는 것이다. 경제발전 5개년 계획 10개년 계획을 세워놓고 추진하는 것처럼 법과 질서 개혁 5개년 계획 10개년계획을 세워놓고 해마다 점검해 나가면서 장기적으로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는 충격에 약하므로 급하게 추진하면 오히려 후퇴하는 수가 있고 사회적 갈등비용이 늘어나므로 1단계씩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준법과 질서 존중에 관계되는 각종 사회적 지표들을 만들어놓고 때때로 점검하고 수정하면서 천천히 확실하게 전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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