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풀리는 융자시장
▶ FHA 융자 아닌 일반 융자에서도 `낮은 다운페이먼트’ 승인 부쩍 늘어, 크레딧 기준·상환능력 검증은 철저
주택 융자시장이 서서히 풀리고 있다. 모기지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택구입 대금의 약 20%에 해당하는 다운페이먼트를 요구하던 융자 업계에서 비율을 완화하는 추세다. 주택 시장 침체 후에도 ‘연방주택국’(FHA)은 3.5% 다운페이먼트 융자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최근에는 일반 융자 중에서도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약 5~10%로 매우 낮은 융자 발급이 늘고 있다. 지난해에 비교해 또 달라진 올해 주택 융자시장 관련된 5가지 추세를 질의응답 형태로 알아본다.
■낮은 다운페이먼트 융자 부활하나?
주택시장 붕괴를 불러온 것으로 지적되는 ‘로’(Low) 다운페이먼트 융자가 최근 다시 나타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서브 프라임 사태 이후에도 ‘연방 주택국’(FHA) 등은 3.5% 다운페이먼트 융자를 지속적으로 실시했기 때문에 낮은 다운페이먼트 융자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FHA 융자가 아닌 일반 컨벤셔널 융자 중에서도 다운페이먼트 비율 5~10%로 매우 낮은 융자 발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금융 시장조사 기관 블랙 나이트 파이낸셜 서비스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10% 미만인 모기지 대출은 주택시장 침체 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폭의 증가를 보였다.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20% 미만일 경우 모기지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최근 주택시장 회복세와 함께 모기지 보험 업체가 보험 가입에 필요한 다운페이먼트 비율 규정을 완화하면서 낮은 다운페이먼트 융자 발급이 수월해졌다.
최근 FHA 융자 수수료가 일제히 큰 폭으로 인상된 것도 로우 다운페이먼트로 비FHA 융자를 발급해 주는 은행이 늘고 있는 이유다. 모기지 보험 가입이 가능한 경우 5% 다운페이먼트만 마련되면 융자를 발급하는 은행이 늘고 있어 일부 경우 FHA 융자 때보다 비용이 저렴해 저소득층 주택 구입자들의 관심이 높다.
융자액이 높아 정부 보증기관의 보증을 받을 수 없는 이른바 ‘점보 융자’에 적용되는 다운페이먼트 비율 규정도 낮아지는 추세다. 월스트릿 저널에 따르면 수년 전만 해도 최소 25%를 넘어야 했던 점보 융자 다운페이먼트 비율을 최근 10~15%까지 공격적으로 낮추는 은행이 늘고 있다.
■ ‘노 머니 다운페이먼트’ 융자 아직도 있나?
일반 융자의 경우 노 머니 다운페이먼트 프로그램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 특히 올해 초부터 시행된 ‘적격 모기지 대출 규정’에 따라 주택 금융시장의 혼란을 초래한 노 머니 다운페이먼트가 엄격히 규제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보기 힘들 전망이다반면 참전군인 등 군 관계자들에 발급되는 VA 융자, 시골 등에 주택을 구입할 때 발급되는 USDA 융자 등은 여전히 노 머니 다운페이먼트 융자를 발급해 주고 있다. 규모가 가장 큰 네이비 페더럴 크레딧 유니온도 군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노 머니 다운페이먼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노 머니 다운페이먼트가 가능한 정부기관 보증 융자 대상이 아니더라도 방법은 있다. 각 지방자치 단체별로 시행중인 다운페이먼트 보조 프로그램이나 은행이 실시하는 프로그램 등을 통해 다운페이먼트 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친지로부터 지원받은 금액도 대출이 아닌 것만 증명되면 다운페이먼트 자금으로 인정해 주는 은행이 많다.
■낮은 다운페이먼트가 성행하면 주택시장 위협받지 않나?
최근 낮은 다운페이먼트 융자가 증가하면서 주택 금융시장을 다시 위협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낮은 다운페이먼트, 심지어 다운페이먼트가 전혀 없어도 주택융자를 받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페이먼트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순식간에 낮은 다운페이먼트 주택들이 차압되는 사태를 겪은 바 있다.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낮으면 부채 비율이 높아 위험성이 높은 대출로 여겨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낮다고 해서 반드시 모기지 연체로 직결되지 않는다. 대출자의 상환 능력이 입증되고 장기 저리로 이자율을 고정시키면 연체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주택시장이 붕괴됐던 것은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낮은 융자가 많았던 것보다 변동금리가 적용된 융자가 많았고 은행들이 고위험 모기지 대출을 파생 상품화해 투자자들에게 재매각했던 것이 주원인이다. 변동금리 초기에는 시작단계의 매우 낮은 이자율 또는 원리금 상환 없이 이자만 상환하도록 하는 융자가 무분별하게 발급됐다. 막상 변동금리 적용 시기에 이르러서는 모기지 페이먼트가 큰 폭으로 조정돼 모기지 연체자가 무차별적으로 늘어났던 것이 서브 프라임의 주원인이다.
다행히 낮은 다운페이먼트 비율의 융자가 늘고 있지만 정부는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철저히 검증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대출은행 업계에서도 자체적으로 변동금리 융자를 줄이고 고위험 모기지 담보부 증권 발급을 자제하는 ‘자정 작용’ 현상이 일고 있어 바람직하다.
■신용기준 풀리기는 하나?
가장 최근 들어 대출 은행업계에서 크레딧 점수 기준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융자 업계에서는 크레딧 점수 기준이 여전히 높아 원활한 주택 대출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크레딧이 완벽해야 대출이 가능했던 추세에서 조금 ‘덜’ 완벽해도 대출이 가능해진 수준이다.
골드만삭스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발급된 주택 구입 대출 중 약 28% 이상이 크레딧 점수 약 780점 이상 보유자에게 발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10여년 전 비율인 약 12%에 비해 크레딧 점수 기준이 상당히 까다로워졌음을 알 수 있다.
크레딧 기준이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은 대출 은행들의 과민반응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새 모기지 대출 규정에 따라 정부 보증기관에 매각한 모기지 대출에서 체납이 발생할 경우 은행이 연체 모기지를 다시 매입해야 한다. 재매입에 대한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은행들이 정부 제시 기준보다 오히려 더 엄격한 규정으로 대출자의 신용을 심사하는 관행이 여전하다.
일부 은행들은 서서히 신용 기준을 완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릿 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FHA 융자를 받은 대출자 중 크레딧 점수가 650점 미만인 대출자는 약 20%로 지난해 8월(약 15%)보다 증가했다. 한편 소득이 일정치 않은 자영업자 등은 모기지 대출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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