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 대학 스포츠계의 구도를 뿌리째 바꿔놓을 수도 있는 잠재적 파괴력을 지닌 판결이 지난달 말 나왔다. 노스웨스턴 대학의 몇몇 전,현 풋볼선수들이 선수노조 결성 움직임을 시작했고 그 첫 단계로 대학교에서 장학금을 받고 뛰는 풋볼선수들도 대학에 고용된 근로자이니 노조결성을 허가해달라고 요구한 것이 내셔널노동관계위원회(NLRB) 시카고 지부에서 받아들여진 것이다.
노조 결성을 추진하고 나선 선수들의 주장은 자신들을 대학의 고용인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자신들이 뛰는 풋볼팀으로 인해 대학교가 엄청난 재정 수입을 올리고 있으니 그 혜택을 좀 나눠가져야겠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풋볼로 인해 대학이 벌어들이는 수입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격이니 자신들이 벌어준 수입에 걸 맞는 보상을 받기 위해 노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는 풋볼선수들을 대학의 고용인으로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NLRB 시카고 지부의 피터 성 오 디렉터는 선수들이 팀에서 뛰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그들의 장학금이 필드에서의 퍼포먼스와 직접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 ‘고용인’ 자격을 충족시킨다고 판정했고 따라서 노조 결성도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노스웨스턴 측은 즉각 “학생-스포츠인들은 대학의 고용인이 아니다. NLRB 지부 판결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NLRB 본부에 어필했다. 이 문제는 그 잠재적 여파가 대학 스포츠 전체의 미래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는 엄청난 위력을 보유해 그야말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사실 풋볼을 통해 대학들이 벌어들이는 천문학적 수입을 감안할 때 선수들이 일부나마 그 혜택을 가져가야 한다는데 공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대학이 매년 풋볼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규모는 실로 엄청나지만 현 대학체육 시스템에서 선수들은 장학금 의외의 추가로 특별한 재정적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로 인해 뛰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다른 사람이 버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대학에서 장학금이 받으며 공짜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퍼포먼스를 돈으로 환산해 대학측에 수입 배분을 요구하는 행위에 대한 거부감도 만만치 않다. 풋볼 선수이기에 앞서 학생이라는 사실을 희석시킨 채 자신들을 스스로 대학의 고용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심지어는 같은 노스웨스트 풋볼팀 내 선수들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주장이 큰 위험성을 갖고 있는 것은 이것이 단순히 풋볼선수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학에서 풋볼선수로 뛰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필요하기에 그로 인해 벌어들이는 수입에 대한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학 스포츠는 풋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육상과 테니스, 축구, 야구, 수영, 배구, 소프트볼, 체조 등 수많은 스포츠들이 있고 이들 종목의 선수들은 풋볼선수들에 전혀 뒤지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 종목들은 기본적으로 돈을 벌어드리는 스포츠가 아니다. 당장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형평성보다 더 큰 문제는 다른 종목선수들이 이번 움직임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대학들은 이들 종목 운영 예산을 풋볼과 농구에서 벌어들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 수입이 사라지거나 줄어든다면 당장 다른 종목들의 운영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이번 판결이 그대로 굳어진다면 많은 여성 스포츠를 비롯한 다수 비인기 종목들이 대학체육 무대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 대학체육 제도 하에서 선수들의 권리가 상당히 제한돼 것이 사실이다. 이들이 권익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무조건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권리를 위해 동료 학생들이 희생될 가능성을 외면한다면 그 것은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보기 어렵다. 선수와 대학, 그리고 전국대학체육협회(NCAA)가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현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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