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 71%·돼기고기 42%에 유제품·야채값도 껑충
▶ 가품·한파 인한 생산량 감소와 우크라사태 원인, 올 식품가격 2.5~3.5% 인상 전망 ‘가계에 주름살’
장바구니 경기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최근 식료품 가격이 치솟아 시장으로 향하는 서민들은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월스트릿 저널은 최근 커피에서부터 고기, 야채까지 미국의 식품가격이 올라가면서 소비자의 목줄을 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방 정부 농무부 관계자들은 올해 식품가격은 3.5%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3년 동안 측정한 연간 인상률 중에서 가장 큰폭 상승이다. 식품가격 인상은 미국 일부 지역과 농축산물 생산지역에 계속되는 가뭄과 캔사스 등 중부의 한파로 인한 밀 생산량 감소,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연방 노동통계청은 2월 식품가격은 육류와 가금류, 어류, 유제품 및 계란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전달에 비해 0.4%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1년 9월 이후 가장 큰 폭 증가치다.
국제 식품가격은 아직 인상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밀과 쌀 같은 주요 곡물공급이 줄어들면 국제 식량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예의 주시하고 있다.
▲주요 식량가격 인상
미국의 경우 식품가격의 인상은 육류와 유가공제품이 주도하고 있다. 축산업이 발달한 텍사스, 캘리포니아와 같은 목축 주요 주에서 수년간 가뭄이 계속되면서 농가 사육 두수가 줄어든 데다가 아시아 국가들의 우유 수입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가격 인상은 육류뿐 아니다. 과일과 야채, 설탕, 음료까지 인상에 가세하고 있다. 또 커피가격 마저도 올해 70% 이상 급등했고 돼지고기 값은 전염병 우려로 42% 뛰었다. 코코아는 신흥시장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12% 올랐다.
세계 식품의 상당량을 공급하는 브라질도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브라질은 커피와 설탕, 오렌지의 주요 공급처다. 가뭄으로 작황이 좋지 않으면서 커피 값이 크게 올랐다. 또 동남아시아의 가뭄으로 팜오일과 같은 식용류 가격도 뛰었다.
3명의 자녀를 둔 위스콘신의 테리 웨닌거는 식품 값 상승으로 고급 육류와 당분 함량 스낵을 더 이상 구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이 올랐다”면서 “우유 값이 이렇게 오를지는 몰랐다. 닭고기 가격은 미쳤다. 소고기를 파운드당 5달러에 산다니 말이 되느냐”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나 미국의 식품가격이 올랐다고 하지만 예년에 비해 그다지 오른 것은 아니다. 2008년 식품가격은 5.5%가 뛰었고 2011년에도 3.7%나 올랐다. 이에 비하면 큰 폭 상승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예상대로 올 봄 미국 농가들이 옥수수와 콩을 대단위로 심고 올 여름 기후만 좋아 진다면 식품가격 인상은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옥수수나 콩은 소나 닭의 사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사료가격이 내려갈 뿐더러 식용 곡물가 역시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식품 인상 소비자 물가 앞서
지난 2월 연방 농무부는 올해 식품 소매가격이 2.5~3.5%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의 1.4%보다 큰 폭 상승이다.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식품가격은 평균 2.8% 올랐다. 이는 소비자 물가 2.4% 상승을 앞선 수치다. 월스트릿 저널이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체 소비자 물가는 1.9% 인상될 것을 예상됐다.
식량 원가 인상은 식품 제조사와 식당, 소매점 등에 모두 부담을 주게 된다. 가격이 인상되면 가공이나 운영에 따른 경비부담을 계산해야 하며 소비자 유치를 위한 경쟁업체 간의 가격경쟁이 불가피해지고 이에 따른 기업 이윤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과거의 예를 보면, 가격이 인상되면 식품 생산업체는 재료를 비싸지 않은 것으로 대체하거나 포장 크기를 줄여 판매하는 등의 방법으로 손실을 충당했다. 또 소매점과 식당은 궁여지책으로 가격을 올려야 했다.
미국 내 400여개 이상의 햄버거 샵을 운영하는 ‘화이트 캐슬 매니지먼트’는 올해 들어 2월까지 소고기 비용이 12%나 올랐다면서 올 8월까지는 지난해보다 약 27%가량 더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화이트 캐슬의 대변인은 그렇다고 가격을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며 견딜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현재 가격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형 체인점은 다양한 방법으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울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체인점들은 경비절약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대변인은 덧붙였다.
전 세계 150개 식당 체인점을 가진 ‘팻버거’는 육류가 인상에 따라 4월부터 햄버거 가격을 5%가량 인상한다고 밝혔다. 앤디 위더혼 경영자는 “일단 올해 가격을 인상하고 공급이 충분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중순에는 가격을 다시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브라질 가뭄이 원인
가격 인상의 주요 원인은 2012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가뭄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전문가들은 가뭄으로 인해 목초지가 줄어들고 또 사료가격도 치솟으면서 축산 농가들이 소나 돼지, 닭 사육 두수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방 가뭄조사원에 따르면 미국 농업생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캘리포니아의 경우 경작면적의 95% 이상이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물 공급에 차질이 생겨 농작물 작황이 나빠지고 또 목축생산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야채가격도 지난해 4.7%가 뛰어올랐고 올해는 3%가 더 인상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 지난해 2% 올랐던 과일가격도 올해 3.5%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의 가뭄 역시 아라비카 커피의 가격 폭등을 주도했다. 지난해 아라비카 커피의 생산량은 7년 내 가장 낮아 3월13일 기준으로 파운드당 2.050로 최근 2년 사이 최고가를 기록했다.
매달 국제 식량가격지수를 발표하는 유엔 식량농업기구(UN FAO)의 자료들을 검토해 보면 과거 2년 동안 국제 식량가격의 평균치는 전년 대비 계속 하락세를 유지할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이는 농가들이 밀과 설탕 및 기타 식량생산을 늘려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월 발표된 식량가격지수는 208.01로 1월에 비해 5.2포인트나 상승해 2012년 중반 이후 가장 큰 폭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같이 식량가격이 인상되면 특히 생활고에 시달리는 저소득 국가의 신흥시장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된다.
2008년 식량가격이 폭등하자 중미 아이티에서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지역, 남아시아 국가들 곳곳에서 폭동이 발생했다. 3년 후인 2011년 불어왔던 ‘아랍의 봄’ 물결 역시 배경에는 식량가격 인상이 깔려 있다. 결국 대규모 시위가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전개되면서 튀니지와 이집트의 정권을 바꿔 놓는 결과를 가져 왔다.
지난 2월 국제 식량가격의 인상은 일부 경제학자조차도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식량가격이 인상되면 최빈국들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의 존 배피스 수석 경제학자는 “솔직히 말해서 1월까지만 해도 식량공급 시장이 대부분 안정세를 찾고 있다고 생각했고 또 그렇게 느껴졌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기후조건이 더 심각해질 것인지, 만일 더 악화된다면 가격은 더욱 올라가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김정섭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