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케어처럼 고달픈 팔자의 법도 드물 것이다. 소셜시큐리티와 민권법도 이처럼 끈질기고 거센 정치적 투쟁에 부딪친 적은 없었다고 백악관 참모들은 한숨을 내쉰다.
태생부터 그랬다. “수천만 무보험자에게 혜택을 확대하고 속수무책으로 감수해야했던 보험사의 횡포를 중단시키며 의료비상승을 통제한다”는 목표로 추진된 헬스케어 개혁법, 오바마케어는 입법화 이전 법안 당시부터 첨예한 양극화 이슈였다. 민주당은 “필수적인 국민복지정책의 실현”이라고 환호했고 공화당은 “큰 정부의 사회주의 음모”라고 혐오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상하양원에서 민주당만의 찬성으로 통과해 민주당 대통령의 서명으로 입법화된 오바마케어에 대한 공화당의 공격은 지난 4년간 점점 더 격렬해졌다. 공화당 주도 하원에서 50여 차례 폐지표결에 회부되었고, 지난 한해 4만여건에 달하는 적대적 TV광고에 ‘테러’ 당했다.
기구한 팔자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입법 3년 반이나 지나 우여곡절 끝에 첫 시행에 들어가자 이번엔 행정부 자체 준비부족에 의한 기계적 문제로 불만이 들끓었고 오바마 대통령 자신의 경솔했던 약속남발에 분노가 터져 나왔다.
이번 주 ‘700만명 돌파’는 이처럼 험난한 4년의 여정을 딛고 이루어낸 오바마케어의 확실한 ‘서프라이즈! 반전’이다. 오바마케어 첫해 가입자가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710만명으로 밝혀진 1일 백악관은 온통 축제분위기였다. 지난가을 웹사이트 접속불량으로 첫날 등록자가 6명에 그치면서 패닉에 빠졌던 기술팀은 샴페인을 터뜨렸고 로즈가든에선 자신에 찬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 이어졌다.
대통령은 오바마케어가 폭풍을 뚫고 살아남았음을 선언했다 : “이제 폐지 논쟁은 끝났다. 이 법은 정착했다. 역사는 국민의 기본적 경제안정을 막는 자들에게 친절하지 않을 것이다”
공화당은 꿈쩍도 안했다. 최소한 겉으로는 그랬다. 같은 날 공개된 공화당의 대선 예비주자 폴 라이언 하원예산위원장의 예산안에는 또다시 오바마 폐지조항이 포함되었고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보험료는 올라가고 기존 보험이 취소되었으며 메디케어가 삭감당하고…
대통령의 약속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성명을 발표했는가하면 미치 맥코넬 상원 공화당대표는 “금년 선거의 초대이슈는 오바마케어”라면서 오바마케어의 강력한 반대자를 공화후보로 내세워야한다고 역설했다.
계속해서 오바마케어 공격을 11월선거의 최대 무기로 삼겠다는 선전포고다. 오바마케어는 정책으로서의 성공여부와 상관없이 표밭전쟁의 정치이슈로 더 뜨겁게 요동칠 것이라는 예보다.
정말 ‘700만 목표달성’은 11월 중간선거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인가.
오바마케어는 정책과 정치, 두 가지 측면이 대비되는 이슈다.
정책면에서 보면 일단은 성공적이다. 숫자가 말해준다. 700만 뿐이 아니다.
26세까지 부모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조항에 따라 310만명이, 메디케이드 확대적용으로 440만명이, 노인들의 처방약 부담 감축으로 610만명이, 기존병력자의 가입거부 금지로 5천만~1억2,900만명이, 보험금 평생혜택 상한선 폐지로 1억500만명이…보험관련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그래서 오바마케어 반대가 높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도 이 같은 조항들에 대한 지지는 압도적이다. 80%에 가깝다. “폐지 아닌 개선”을 원하는 응답이 과반수를 넘는 이유다.
장기적 성공여부는 앞으로 몇 년 효율적 시행과 보험료 변경 폭에 달렸다. 신규가입자 중 건강한 젊은 가입자의 비율 등이 정확히 나와야 오바마케어가 의료비 통제에 효과가 있었는지, 전국민 의료보험 실현에 한발 더 가까워졌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 측면에서 오바마케어는 민주당에겐 ‘역사적 업적’이면서도 선거 때마다 외면하고 싶은 짐스러운 부담이었다. 그런데 공화당 편이었던 여론조사에 변화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주 발표된 워싱턴포스트 조사에서 몇 달 만에 처음으로 49% 대 48%, 지지가 반대를 앞질렀다. 가입도 급증하고 지지율도 올라가고…좋은 조짐이다. 민주당이 소심한 방어에서 과감한 공격으로 전략을 바꾼다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왜냐하면 헬스케어 개혁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정치싸움용 선택의 이슈가 아니라 국민건강의 기본권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바마케어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힘들어졌다. 1천만이 넘는 새 가입자도, 보험사 횡포에서 벗어난 1억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로즈가든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오바마케어에 대해 “공포를 조장하고, 깎아내리고, 대안 없이 폐지를 주장하는” 반대자들을 향해 반문했다 : “왜 국민들이 보험을 못 갖게 하려고 그처럼 열심히 노력하는가? 왜 국민들이 보험을 갖는 것에 그토록 분노하는가?”
이젠 공화당이 대답할 차례다. 효율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무조건의 폐지 주장보다는 훨씬 힘든 도전이 될 것이다. 표밭의 ‘오바마케어 전쟁’은 공화당의 진지한 대안이 나왔을 때 시작되어야 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