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얼린의 명기 Stradivarius
▶ 17~18세기 제작 천상의 음색 8명의 바이얼리니스트 한자리, 김지연. 마틴 샬리퍼 등 출연 26-29일 LA챔버 주최 연주회
세계 최고의 명기로 불리는‘스트라디바리우스’는 이탈리아 크레모나의 장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 1644~1737)가 만든 현악기들을 말한다. 또 다른 장인 아마티의 제자였던 그는 여러 실험을 거쳐 폭이 좁고 길이가 긴,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표준형 바이얼린을 제작했다. 그는 바이얼린뿐 아니라 하프, 기타, 비올라, 첼로 등 모두 1,100여점을 만들었는데 현재 남아 있는 것은 바이얼린 540여대, 비올라 12대, 첼로 50여대 등 650여점으로 알려진다.
스트라디바리의 악기는 모양과 색채가 아름다우며, 음색이 매우 풍부하고 화려하기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1698년에서 1725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을 최상품으로 여기고 가격도 그만큼 더 비싸다. 대당 수백만달러를 호가하는 이 바이얼린을 연주자들은 자신의 몸보다 더 귀하게 여기며 특별대우를 하고 있으며, 가끔 스트라디를 잃어버리거나 도난당하는 사건이 뉴스에 등장하는 이유도 바로 그 희귀성과 고가 때문이다.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소리가 그토록 아름다운 이유는 무엇일까? 수많은 학자들과 악기 제작자들이 명기의 비밀을 파헤쳤는데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은 1645년부터 1715년까지 지속된‘소빙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처럼 전해진다. 당시 유난히 추운 날씨에 성장한 나무들이라 나이테가 촘촘하고 나뭇결의 밀도가 높아서 그렇게 균일하고 풍요로운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그 설이 맞다고 느끼는 것은 스트라디바리우스 외에도 그에 필적하는 명기 과르네리 델 제수를 비롯해 테스토레, 토노니, 과다니니, 갈리아노, 고프릴러 등 수십만달러에 거래되는 명기들이 모두 17~18세기 제작된 악기들이고 현대 첨단과학으로도 그런 음색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름답다는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얼린의 연주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물론 세계무대에 오르는 정상급 바이얼리니스트들은 대개 이런 악기를 구입했거나 후원자(재단)의 도움으로 대여해 사용하고 있으므로 우리가 음반을 통해 듣는 바이얼린 독주는 스트라디 아니면 과르네리의 연주일 확률이 크다.
그런데 ‘진짜’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얼린 8대와 세계적인 바이얼리니스트 8명이 출연, 그 현란한 팔색조의 음색을 한 무대에서 들려주는 전무후무한 이벤트가 오는 26~29일 LA에서 열린다. 로스앤젤레스 챔버오케스트라(LACO)가 개최하는 ‘스트라드 페스트 LA’(Strad Fest LA).
연주자들 중에는 한국인 김지연(Chee-Yun)도 포함돼 있으며 LA 필하모닉 악장인 마틴 샬리퍼(Martin Chalifour), LACO 악장 마거릿 뱃저(Margaret Batjer), 라호야 음악제 음악감독 초-량 린(Cho-Liang Lin), 콜번스쿨 교수 엘리자베스 핏케언(Elizabeth Pitcairn), 퀸트 오중주단의 필립 퀸트(Philippe Quint), 리버사이드 출신의 12세 신동 레이 우시쿠보(Ray Ushikubo), 중국의 신예 바이얼리니스트 시앙 유(Xiang Yu) 등이 출연한다.
김지연은 8세 때 한국일보 콩쿠르에 입상하면서 음악계에 데뷔한 천재 연주자로, ‘흠잡을 데 없는 테크닉, 눈부신 음색, 강렬한 예술성으로 청중을 매혹시키는 연주자’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13세에 줄리어드에 입학했고 15세 때인 1984년 뉴욕필하모니 오디션 우승,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뉴욕 필과 협연했으며 1985년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 우승, 1989년 영 콘서트 아티스트 1위, 1990년 에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상 등 수많은 수상경력과 필라델피아, 런던 필하모닉 등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했으며 1993년 백악관 초청공연을 갖기도 했다.
이 페스티벌에 등장하는 악기들을 보면 현존하는 가장 초기의 스트라디바리우스인 ‘세르데트’(Serdet·1666), ‘루비’(Ruby·1708), ‘크라이슬러’(Kreisler·1711), ‘레오노라 잭슨’(Leonora Jackson·1714), ‘티치아노’(Titian·1715), ‘밀스타인’(Milstein·1716), ‘비치백’(Beechback·1720), ‘레드 멘델스존’(Red Mendelssohn·1720) 등 대부분 스트라디의 전성기에 만들어진 바이얼린들이다.
스트라디바리우스에는 소유 혹은 사용했던 사람의 이름이나 악기의 색깔, 특징에 따라 별칭이 붙여져 있는데, 예를 들면 초-량 린이 소유한 ‘티치아노’는 오렌지레드 빛깔이 마치 르네상스 화가 티치아노의 작품을 연상케 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엘리자베스 핏케언이 소유한 ‘레드 멘델스존’은 1999년 오스카 수상영화 ‘레드 바이얼린’의 모델이 됐던, 제작 직후 200년 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1930년대 베를린에서 발견된 붉은 핏빛의 스트라디바리우스를 가리킨다.
이처럼 대단한 족보와 사연과 경력들을 가진 수퍼스타 명기 8대(총 시가 4,000만달러)가 한 자리에 출동하는 것은 마치 그레이스 켈리, 엘리자베스 테일러, 잉그릿 버그만, 오드리 헵번, 마릴린 먼로, 비비안 리, 소피아 로렌, 캐더린 헵번 등 세월이 지나도 빛과 명성을 잃지 않는 여배우들이 한데 모이는 것과 같다고 주최 측은 흥분하고 있다.
‘스트라드 페스트 LA’의 4개 연주회의 내용과 일정, 장소는 다음과 가다. 일반인이 갈 수 있는 콘서트는 27일과 28일 2회뿐이다. 29일도 갈 수는 있지만 티켓 값을 참조하시길.
▲3월26일(헌팅턴 라이브러리): 스트라드 페스트 개막공연으로 초대받은 사람만 갈 수 있는 프라이빗 이벤트.
▲3월27일 오후 7시(지퍼 홀): 4대의 스트라디바리우스(루비, 비치백, 밀스타인, 티치아노)와 4명의 연주자들(김지연, 마거릿 뱃저, 초-량 린, 필립 퀸트)이 LACO와 함께 텔레만의 ‘4대의 바이얼린을 위한 협주곡’을 들려준다. 이 외에도 소프라노 엘리사 존스턴과 베이스 스티브 펜스가 출연하는 바흐 칸타타 연주가 있다. 티켓 65달러 이상.
▲3월28일 오후 7시30분(브로드 스테이지): ‘스트라디바리우스 피들 페스트’라는 제목으로 5명(김지연, 마거릿 뱃저, 초-량 린, 필립 퀸트, 시앙 유)의 연주자들이 솔로, 듀오, 트리오, 쿼텟을 곡예하듯 연주하며 경쟁하는 무대다. LACO 음악감독인 제프리 카헤인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텔레만, 브람스, 생상, 사라사테, 라벨, 피아졸라, 크라이슬러, 프랑크, 바르톡의 화려한 바이얼린 음색을 각기 다른 스트라디바리우스로 감상할 수 있다. 티켓 45달러 이상.
▲3월29일 오후 5시30분(캘리포니아 클럽): LACO의 기금모금을 위한 갈라 이브닝 콘서트로 8대의 스트라디와 모든 연주자들이 총출연한다. 디너와 음악회가 끝난 후에는 연주자, 스트라디 전문가 및 현악기 제작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악기를 가까이서 경험해 볼 수 있는 시간도 주어진다. 티켓 750달러.
(213)622-7001 www.laco.org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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