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미만 미 유권자들의 삶은 한 가지 사실을 공유한다. 오바마가 취임하기 전까지 그들의 대통령은 부시와 클린턴뿐이었다는 것”이라고 최근 CNN은 지적했다. 1989년 1월부터 20년 동안 백악관은 아버지 부시가 4년, 빌 클린턴이 8년, 아들 부시가 8년 동안 차지해 왔다. 그런데 다시 부시 혹은 클린턴 대통령을 맞게 될 수도 있다면서 CNN은 “과거를 향한 전진인가, 또 다른 부시나 클린턴을 백악관에?”라는 화두를 던졌다.
2016년 대선을 앞둔 젭 부시의 행보가 달라졌다. 그동안 출마관련 언급을 거부해왔던 그가 1월말부터 말문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출마여부는 금년 말까지 미루겠다”며 일정을 밝혔고 “온통 비관적인 전국의 사기를 진작시키면서 즐겁게 출마할 낙관적 후보가 필요하다”며 캠페인의 주제까지 내비쳤다.
24일엔 롱아일랜드 기업인들의 오찬에서 연설한 후 ‘부시’라는 이름에 대한 부담감도 인정했고, 3월엔 공화당 최대 큰손인 카지노 억만장자 쉘던 아델슨이 주관하는 공화당 유대인연합 행사의 VIP 만찬연설을 맡아 라스베가스로 날아가며, 5월엔 뉴욕에서 중도우파 기부가들과 지성인들이 대거 참석하는 만찬에서 연설도 하고 상도 받을 예정이다. 사이사이 중간선거 공화후보들을 위한 지원유세에 나선다 - 이만하면 전형적이고 적극적인 예비후보의 워밍업이다.
부시의 행보 변화는 공화당의 2016년 선두주자로 각광받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의 추락 시기와 일치한다. 민주당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다리를 고의로 폐쇄해 교통체증을 일으켰다는 ‘브릿지게이트’에 휩쓸린 크리스티의 정치부음을 쓰기는 너무 이르다. 그러나 현재 그의 캠페인은 산소호흡기에 매달린 상태이며 공화 기득권층의 시선은 상당히 냉담하다.
선두주자의 위기에 판세가 일순 긴장했지만 분석가들이 생각하는 최대 수혜자는 따로 있었다. 젭 부시다.
힐러리 클린턴의 ‘대관식’을 기다리는 듯한 민주당과는 대조적으로 2016년 공화당 대선 필드는 수많은 후보들의 무한경쟁 각축장이 될 것이다. 다양한 배경의 뉴페이스들이 각개약진을 벌이겠지만 10여명 후보들은 당내에서 크게 두 그룹에 속해있다. 공화당 전통적 주류와 큰손 기부가들의 기득권층 그룹과 과격한 당 운동가들이 주도하는 극우보수 그룹이다.
지난 대선에서 미트 롬니의 후보지명에 성공했던 기득권층은 최근 2016년 후보로 점찍은 크리스티가 추락하자 대안찾기에 나섰고 가장 적합한 대안으로 떠오른 1순위가 젭 부시였다.
대선의 최대 경합주인 플로리다에서 2선 주지사를 역임한 부시는 기득권층이 선호하는 검증된 후보다. 집안 덕에 지명도가 높고 인맥이 넓어 자금동원력도 탄탄하다. 멕시코 출신 아내, 이라크계 며느리 등 다문화가정의 가장이며 이민개혁 지지파여서 공화대선의 가장 큰 약점인 이민표밭에서의 경쟁력도 든든하다. 주지사 시절 행정경력에 대한 평가도 세금인하, 교육개혁 등 상당히 긍정적이다. 나이도 2016년 63세로, 69세가 될 힐러리 보다 젊다.
이미 공화지도부에선 묻고 있다고 한다 : “클린턴을 이기려면 부시가 있어야겠지?” 공화당 표밭의 호감도 높은 편이다. 어제 나온 뉴욕타임스 여론조사에서 젭 부시의 ‘출마를 원한다’는 응답자는 41%로 집계되었다. 선두권 5명 후보 중 1위다.
부정적 측면 역시 뚜렷하다. ‘부시’라는 이름에 대한 피로증후군 내지 거부감이다. 그 자신도 알고 있다. 지난달 “그만하면 부시 일가는 충분히 했다”면서 둘째 아들 젭의 대선출마를 반대한 어머니 바바라 부시여사의 언급에 대해 24일 질문한 기자들에게 그는 “내가 만약 출마한다면 그게 바로 극복해야할 문제다. 그런데 그건 힐러리도 마찬가지다”라고 대답했다.
민주국가 미국에서 “부시왕조의 족벌정치를 꾀하느냐”는 비판도 높지만 미국의 ‘정치적 왕조(Political Dynasty)’는 부시가문이 처음은 아니다. 브루킹스연구소 스티븐 헤스에 의하면 부시일가는 ‘미국의 정치적 왕조’ 순위 6위에 랭크되어 있다. 1위 케네디, 2위 록펠러, 3위 루즈벨트…순이다. 상원의원 할아버지, 대통령 아버지, 대통령 형을 둔 젭 부시가 설사 2016년에 대통령에 당선된다 해도 부시가문은 4위에 머물 것이라고 헤스는 설명한다.
힐러리의 경우는 좀 다르다. 당선된다 해도 클린턴가문은 아직 랭킹차트에 오르지도 못하는 위치다. 그들 부부의 성공은 ‘왕조’보다는 ‘아메리칸 드림 실현’에 속한다. 그러나 힐러리가 민주당 후보가 되어 만약 클린턴 대 부시의 대결이 된다면 ‘클린턴 피로증후군’이 ‘부시 피로증후군’을 어느 정도 상쇄해 젭이 덕을 볼 수는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의 경선 승리도 장담하기 힘들지만 가문의 명성이 차기 대선에서 자산이 될지 부담이 될지도 지금은 알 길이 없다.
아직 대선은 2년 반이나 남았다. 그러나 물밑 캠페인은 이미 시작되었다. 유권자들의 지지열기를 가늠하여 자금을 확보하고 조직을 정비하려면 시간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2016년은 생각보다 그리 멀지도 않은 듯 하고 백악관을 향한 꿈은 곳곳에서 무르익어가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