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숏트랙대표팀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사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대교체의 맥이 끊긴데다가 대회 직전 악재도 있었다.
남자 숏트랙대표팀은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서 ‘노메달’에 머물렀다.
첫 경기였던 남자 1500m부터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 준결승에서 신다운(21·서울시청)이 넘어져 탈락했다. 박세영(21·단국대)도 준결승에서 동반 탈락했다. 이한빈(26·성남시청)이 홀로 결승에 올랐으나 6위에 그쳤다.
남자 1000m에서는 이한빈이 결승에 오르지 못했고, 혼자 결승 무대를 밟은 신다운은 4위에 머물렀다.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에서는 이호석(28·고양시청)이 넘어지는 바람에 결승 무대를 밟지 못했다.
21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벌어진 남자 500m에서도 이한빈과 박세영이 모두 준준결승에서 탈락했다.
숏트랙이 올림픽 시범종목으로 치러진 1988년 캘거리동계올림픽부터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까지 한국 남자 숏트랙이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한 개도 따내지 못한 것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대회가 유일했다.
확고한 에이스의 부재가 아쉬웠다. 숏트랙에서는 에이스의 존재가 크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 숏트랙이 올림픽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둘 때에는 확실한 에이스가 존재했다.
숏트랙대표팀 관계자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확고한 에이스나 잘하는 선수 한두 명이 끌고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여자 숏트랙대표팀에 심석희(17·세화여고)라는 에이스가 있었던 반면 남자대표팀에는 이런 인물이 없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대표팀에 우선 선발된 신다운에게 기대가 쏠렸으나 에이스 역할을 해주지는 못했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른 빅토르 안(29·안현수) 이후 이정수(25·고양시청)가 에이스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정수는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2관왕에 올랐다.
순조롭게 세대교체가 되는 듯 보였으나 이번 올림픽에서 맥이 끊겼다. 부상 여파로 에이스 재목들이 대표선발전에서 고배를 마신 탓이다.
밴쿠버올림픽 이후 ‘짬짜미 파문’에 휘말리면서 6개월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던 이정수는 2011년 대표팀에 복귀했으나 지난해 4월 소치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는 부상 여파로 고배를 마셨다.
에이스 역할을 맡을만한 기량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곽윤기(25·서울시청) 또한 발목 부상의 여파로 소치올림픽 대표팀 승선에 실패했다.
에이스 계보가 끊겨버린 것이다.
숏트랙 대표선발전은 매년 딱 한 번 열린다.
공교롭게 대표선발전을 앞두고 불의의 부상을 당한다면 기회를 잃어버린다. 대표선발전이 한 차례만 진행돼 정말로 잘하는 선수를 뽑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표팀 관계자는 "에이스 바통이 빅토르 안에서 이정수에게로 넘어왔는데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후 맥이 끊겼다. 아쉬울 뿐이다"고 전했다.
소치올림픽 직전 만난 노진규(22·한국체대)의 부상도 악재였다.
노진규는 지난 1월 중순 훈련 도중 넘어져 왼 팔꿈치와 어깨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골절 수술을 받으려고 검사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9월 발견된 종양이 악성으로 변했다는 진단을 받아 현재 암투병 중이다.
대표선발전에서 개인 종목 출전권을 얻지 못했지만 노진규는 5000m 계주에서는 에이스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불의의 부상으로 빠졌고, 한국은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에서 이호석(28·고양시청)이 넘어지는 바람에 결승 무대를 밟지 못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노진규가 계주에서는 에이스 역할을 해줄 선수였는데 안타까울 뿐이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이정수나 곽윤기, 노진규 등 에이스 역할을 해줄만한 선수들이 빠졌다. 현재 전력으로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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