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목사(북부 보스턴 한인교회)
지난 일요일 오후 아내와 함께 Revere, MA 에 있는 극장에서 ‘변호인’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미국에 있는 극장에서 한국말로 나오는 영화를 보려니 기분이 이상했다. 관람자는 모두 한인들로 삼십 여명이 영화를 보았는데 극장 측에 미안했다. 좀 더 많은 한인들이 영화를 보면 한국영화가 자주 상영될 수 있지 않을까? ‘변호인’ 영화가 한국에서 천백만 명이 관람했다고 해서 기대가 컸다. 기대만큼 감동적이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슴이 뭉클했던 장면은 구치소에 갇혀있는 아들을 만날 수 없어 애를 태우던 국밥집 아줌마가 송우석 변호사를 붙잡고 애절하게 도움을 요청할 때이다. 법적으로 가족이 피의자를 만날 수 있는데도 면회가 허락되지 않음을 보고 송 변호사는 분노한다. 그 아줌마와 같이 구치소에서 부당하게 고문당한 아줌마의 아들을 보고 난 후에 그는 사건의 변호를 맡기로 결심한다. 송우석 변호사가 자기 아들을 변호하겠다고 말했을 때 국밥집 아줌마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생각해 보면 종류만 다를 뿐 도움이 필요 없는 사람은 없다. 한 아기가 태어나서 자라 성인이 되고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끊임없이 도움이 필요하다. 세상을 떠난 후에는 장례를 치러야 하니 이때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이 도움이 필요하고 또한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크게 희생하지 않고서도 말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서로 연결만 될 수 있다면 이 세상의 많은 문제와 어려움은 쉽게 해결될 것이다.
지난 주 또 다른 흥미로운 영화가 개봉되었다. 김태윤 감독이 만든 ‘또 하나의 약속’이라는 영화다. 이 영화는 삼성반도체 회사에서 근무 중 백혈병에 걸려 죽은 황유미씨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었다. 고인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딸이 죽은 후에 딸에게 그녀의 죽음을 온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겠다고 약속한다. 대기업과 관련된 시나리오를 보고 선뜻 투자하겠다는 회사는 없었다. 그런데 국내외 1만 명의 개미투자자들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보태 제작비가 마련됐다.
제작비를 보탠 사람들은 다양했다. 세계 여행을 위해 약 5년 동안 모은 자금을 건넨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민 가기 전 대한민국에 선물을 주겠다면서 투자한 사람도 있다. 돈이 없다며 갓김치나 가방을 보낸 사람도 있어서 제작진은 이 물품을 팔아 총 제작비 15억을 모았다. 김감독은 “자본을 전부 확보하고 촬영에 들어간 게 아니라 작업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여러 도움 덕분에 고비를 넘기며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영화의 주인공인 배우 박철민은 제작 과정도 기적이라고 말했다. 종교를 갖고 있지 않다는 영화감독 김태윤은 누군가가 돕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고 고백한다. 도움이 절실할 때마다 생각지도 않았던 손길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도움을 제공하는 사람은 대단치 않은 도움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도움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이런 일이 어디 영화 제작을 할 때뿐이겠는가?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자주 경험하고 있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나는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던가? 지금도 많은 사랑의 손길을 만난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고 줄 수 있을까? 눈에 보이는 도움은 별로 준 것 같지 않다. 병든 이를 찾아갔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가족을 위로하고 설교를 통하여 소망을 전했다고나 할까? 요즈음은 거동이 불편하여 예배에 참석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곰곰이 생각 중이다. 이분들이 세상 떠날 때까지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요한복음 14장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내가 아버지께 구하겠고, 그분은 너희와 영원히 함께 있을 다른 보혜사를 보내 주실 것이다” (16절).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한 말씀이다. 보혜사는 변호인, 상담자, 위로자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보혜사는 성령을 가리키는데 어떤 역할을 하든 다른 사람을 돕는 분이라는 말이다. 예수 대신 성령이 와서 제자들을 도울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예수께서는 자기가 떠난 후에 제자들에게 돕는 자가 필요한 줄을 아셨다.
러시아에서 열리고 있는 동계 올림픽에 참석한 캐나다의 모굴 대표 알렉스 빌로도는 금메달이 확정되자 관중석으로 달려가 형 프레데릭을 껴안았다. 알렉스의 형은 뇌성마비를 앓고 있어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기가 훈련에 매진하도록 격려하는 동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뇌성마비 형도 동생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오늘 하루 동안 나의 대수롭지 않은 말 한마디와 작은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여간 궁금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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