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환동 / 경제부 기업금융 팀장·부국장 대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취임한 지난 1년간 일본의 위안부 부정 등 각종 역사왜곡과 함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한국을 향한 도발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위안부들을 ‘직업여성’이나 심지어 ‘창녀’로까지 비하하는가 하면 정부 대변인은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지칭해 한국민을 격분케 했다. 오늘(14일)은 밸런타인스데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안중근 의사가 1910년 사형 선고를 받은 날이다.
심지어 아베 총리는 지난 12일 일본 의회 답변에서는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한국 정부의 요구를 ‘비방 중상’으로 비유하는 등 일본 정부와 일본인들은 한국과 한국민의 감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 한일 관계는 1965년 수교 이래 최악의 상태로 악화됐고 미주 한인사회도 글렌데일에 위안부 추모 동상을 건립하고 버지니아주에서는 동해병기 표기 법안의 주의회 통과를 주도하는 등 일본에 맞서 한민족의 자긍심을 지키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미주 한인사회의 경제력과 정치력이 날로 향상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작게는 커뮤니티, 크게는 국가까지 이제는 경제력과 정치력, 국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목소리는 공허한 외침에 그친다는 냉엄한 현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우리 선조들은 변하는 세계정세에 눈과 귀를 막고 있다가 먼저 개방하고 국력과 군사력을 키운 일본에게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겼던 치욕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일본이 2차 대전 패배 후 세계 최대의 경제 강국 중 하나로 부상한 가장 큰 이유는 도요타와 소니 등으로 대표되는 대기업들의 눈부신 선전이었다. 그리고 이들 일본 기업 뒤에는 일본 소비자들의 철저한 ‘자국 상품 애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국 무역대표부의 고위 관리가 “대규모 미일 무역적자를 해소하기위해 수십 년간에 거쳐 일본의 각종 무역장벽을 무너뜨렸지만 결국 가장 큰 장벽은 일본 소비자였다”는 지적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한국의 삼성과 LG, 현대자동차의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자동차가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유독 일본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경제학자들은 일본 소비자들의 한국 상품 무시 정서를 주요 요인으로 지적한다. 또 역사학자들은 위안부와 독도를 둘러싼 한국과의 갈등,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의 긴장 관계에 대해서도 일본인의 뿌리 깊은 아시아 무시 정서를 지적한다. 세계 유일의 수퍼파워인 미국에는 한없이 비굴해지지만 아시아 국가, 특히 한국과 중국은 멸시하고 우월감을 느끼는 국민적 DNA가 뿌리 깊이 박혀 있다는 것이다.
요즘 일본에서 험한 감정이 날로 격화돼 각종 험한 기사와 출판물이 쏟아져 나오고 오사카와 도쿄 한인타운이 일본 우익단체들의 위협적인 시위와 함께 일본인 고객 감소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씁쓸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특히 놀라운 것은 이같은 배타적인 정서가 2, 3, 4세 일본계 미국인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남가주 일본인 밀집지역인 사우스베이 지역의 일본 마켓에서 근무하는 한인 등 이 지역 한인들은 “미국계 일본인이나 일본인이 한국 차를 거의 타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한다.
우리 가족은 가능하면 한국제품을 구입하고 한인 업소를 애용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자동차부터 냉장고, TV, 스마트폰, 카메라, 오디오 제품 등이 한국산이고 한인 은행과 한인 업소들을 즐겨 찾는다.
물론 기자가 매일 한국 음식만 먹고 한인 업소만 애용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을 둘러볼 때 우리 한인들도 이제는 소비 측면에서도 조금 더 애국적으로, 의식적으로 행동을 해야 할 때다. 자본주의에서 어느 기업과 상품이 살아남느냐는 최종 결정은 소비자의 몫이고 소비자들이 자신의 신념과 이해관계에 따라 소비를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한인 상권과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미주한인사회의 미래는 상상할 수 없고 경제력 없이 정치력도 있을 수 없다. 더 크게 보면 국가도 국력의 원천은 경제력이고 경제력은 치열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자국 기업들이 있어야 가능하다.
일본의 연이은 도발에 분노하고 백악관의 위안부 지키기 청원운동 등에 동참했다면 소비에서부터 애국을 실천해보자.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강과 호수도 한줄기 물줄기로부터 시작된다.
우리가 왜 한인업소와 한인상품을 애용해주고 아껴줘야 할까. 우리의 형제자매와 친인척들이 혜택을 보는 측면도 물론 있지만 결국은 우리만이 우리 기업과 우리 제품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의식 있는 소비도 애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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