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성 여행시대’ 앞두고 인체에 영향 주목
▶ 무중력 상태선 체액 멋대로 흐르고 뼈 밀도 감소, 머리 부풀고 안구 축소…심리장애 유발 가능성도, 대처법 계속 개발 불구‘뜻밖의 후유증’안심 못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장기체류한 후 돌아온 우주인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들것에 실려 옮겨지고 있다.
인류의 ‘우주경영 시대’가 가시화되고 있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한 이후 우주는 닿을 수 없는 ‘상상의 공간’에서 인간의 발길을 기다리는 ‘새로운 변방’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1998년부터 시작된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작업을 마무리 지으며 광대한 우주 한켠에 조그마한 교두보를 구축한 인간은 이제 ‘뉴 프런티어’의 내밀한 안쪽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우주개척의 선봉에 선 미항공우주국(NASA)은 2030년 중반 지구의 이웃 행성인 화성을 향해 장거리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리며 ‘우주 오디세이’의 첫 장을 열게 된다.
화성까지의 ‘편도여행’에 걸리는 시간은 150일에서 300일 사이로 우주선의 속도 및 지구와 화성의 접근 정도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인다.
지구와 화성이 가장 가까이 접근했을 때 두 행성 사이의 최단거리는 5,500만킬로미터. 평범한 지구인에게는 이게 도대체 얼마나 먼 거리인지 도통 실감이 나지 않는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가 38만4,400킬로미터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어렴풋게하게나마 감을 잡을 수 있다.
‘우주 오디세이’에 대비해 NASA는 2000년대 개막 이후 장기 우주체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데 주력해 왔다.
성공적인 화성탐사를 위해선 장기간 무중력 상태에 노출된 우주인의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미리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NASA는 국제우주정거장에 우주인을 일정기간 상주케 한 후 신체변화를 체크했다.
2010년과 2011년에 걸쳐 6개월간 ISS에 머물렀던 NASA 소속 우주인 스캇 J. 켈리는 2015년 봄 다시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날아가 1년간 그곳에서 생활하게 된다.
예정대로 1년을 채울 경우 그는 NASA 조종사들 가운데 최장기 우주체류 기록을 보유화게 되지만 여전히 세계기록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제까지 대기권 밖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지구인은 1994년부터 1995년 사이 러시아 미르(Mir) 우주정거장에서 438일 동안 ‘거주’한 바레리 포리아코프 박사다.
포리아코프 박사는 아무래도 ‘우주체질’이었던 듯하다. 무중력 상태를 1년 넘게 겪었으면서도 그는 신체에 전혀 이상이 없는 멀쩡한 상태로 지구로 귀환했다.
과학자들은 무중력상태를 몰랐던 인간의 몸은 우주생활에 적합지 않은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포리아코프 박사의 경우는 예외적인 게이스이지만 우주에서 장기체류할 경우 머리가 부풀고 안구가 작아지며 뼈가 약해지는 등 무중력상태로 인한 영향을 받게 된다.
인체는 60%가 물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중력이 없는 곳에서는 체액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 않는다. 중력의 법칙이 작동하지 않기 문에 몸이 둥둥 떠다니듯 체액도 제멋대로 가슴과 머리 쪽으로 움직인다.
체액이 진행방향을 잃어버리고 머리로 올라가면 뇌가 압박을 받게 되고 안구는 축소된다.
네 차례 우주비행을 한 켈리가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할 때마다 몇 분간 거꾸로 매달려 있다 원위치로 돌아왔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우주공간에 장기간 머물면 안구가 축소된다는 사실은 NASA 우주인이자 전문의 면허 소지자였던 마이클 바렛 박사에 의해 확인됐다.
2009년 ISS에서 6개월을 지낸 바렛 박사는 어느 날 자신의 시력이 원시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ISS에 함께 체류중이던 6명의 우주인 가운데 캐나다 출신의 의사 로버트 더스크 역시 같은 증상을 겪고 있었다.
이들은 NASA가 올려 보낸 특수 고해상 카메라로 서로의 눈을 정밀 촬영해 휴스턴으로 전송했고, 안구가 축소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지구 귀환 직후 바렛 박사는 “시력변화로 임무를 수행하는데 문제는 없었지만, 이같은 변화가 보다 심각한 건강 이상의 징조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었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장기적인 건강 이상이 발생하지나 않을까 못내 걱정스러웠다는 얘기다.
실제로 안구가 축소된 우주인들의 몸에서는 혈관계 질환의 지표(marker)로 간주되는 아미노산 호모시스테인이 다량으로 검출됐다.
NASA는 우주선을 팽이처럼 빠른 속도로 계속 회전시켜 자체적인 중력상태를 만들어낼 수 있고, 이를 통해 안구 축소와 두부팽창, 뼈밀도 감소 등의 현상을 단 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주선을 고속 회전시키는 것은 대형 사고를 불러올 잠재적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우주공간에서 생활하면 뼈 밀도가 떨어진다. 10년 전 NASA의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1개월을 지낼 때마다 뼈 밀도가 1~2%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도 무중력상태에 장기 노출된데 따른 결과다. 무중력상태에서 인간의 몸은 체중을 지탱할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체중을 받쳐주는 뼈 조직의 해체가 지구에 있을 때에 비해 가속화된다. 한 마디로 뼈가 약해진다.
하지만 중력상태에서 걸을 때처럼 뼈대에 체중을 실어주면 뼈 밀도를 강화할 수 있다고 결론지은 NASA 과학자들은 우주인들이 트레드밀을 할 수 있도록 몸을 고정시켜 주는 간단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여기에 보태 효과가 크게 개선된 골다공증 치료약까지 등장하면서 뼈 밀도 감소현상은 우려사안 목록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미해결 과제는 아직도 많다.
NASA가 계획하는 화성탐사는 최소 3년이 소요되는 담대한 프로젝트다. 4~6명으로 구성된 탐험대가 3년간 지구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우주공간에서 생활해야 한다.
NASA의 우주본부가 있는 휴스턴의 관제팀과의 교신은 가능하지만 화성과의 거리 때문에 실시간 대화는 할 수가 없다. 양측의 교신에 최소 몇 분간의 소통지연이 발생하게 된다.
행여 NASA의 긴급 회신이 필요한 상황이라도 벌어지게 되면 우주인들은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다.
우주 방사선 등 아직 그 부작용과 대처방법을 완전히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불안요인들이 산적한 것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과학자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외부와 완전히 고립된 채 오랜 시간을 지내다보면 심리적 장애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2010년과 2011년에 실시된 모의 화성 미션에서 러시아의 우주인 6명은 17개월간 밀폐된 모형 우주선에서 생활했다.
이들은 서로 코드가 잘 맞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가운데 네 명이 심리적 장애를 일으켰고 나머지 승무원들도 급속히 활기를 잃었다.
인간은 끝없는 도전을 통해 물리적, 정신적 영역을 확장해 왔다. 물론 그 과정에 숱한 시행착오와 후유증이 따르게 마련이다. 우주라는 새로운 프런티어가 활짝 열리면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후유증이 복병처럼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 것이 분명하다.
인간의 산업재해 명단에 ‘우주병’이 포함될 날도 멀지 않았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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