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택가치 상승 `훈풍’ 분다
▶ 지난해 주택자산 가치 10조달러, 자동차·가전 등 고가품 매상 늘어
지난해 소비자들의 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경제가 살아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소비자 지출 증가를 이끌어낸 것은 다름 아닌 집값 상승이다. 지난해 주택가격 급등으로 주택가치가 올라가면서 소비자들의 씀씀이도 커진 것이다. 소매경기가 살아나면 한동안 멈췄던 공장이 돌아가고 결국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는 경제회복 선순환이 이뤄진다. 주택가격 상승이 전망되는 올해도 소비자 지출이 꾸준히 증가해 경제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택자산 가치 10조달러
지난해 주택가격 급등으로 ‘주택자산 가치’(home equity)가 크게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주택자산 가치는 주택을 처분했을 때 모기지 대출금을 상환하고 남는 현금으로 소비자 지출에 직접 사용될 수 있는 ‘실탄’에 비유될 수 있다.
어바인 소재 차압매물 시장조사기관인 리얼티 트랙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택가치가 모기지 대출금의 1.5배를 넘어선 주택이 전체 주택 중 약 18%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비율이 약 16%로 집계된 지난해 3분기 미국 주택자산 가치는 약 9조7,000억달러로 지난해 2분기보다 약 4.5% 증가한 바 있는데 4분기 주택자산 가치는 이보다 더 늘어나 10조달러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주택자산 가치는 주택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든 2006년부터 천문학적인 손실을 기록해 왔다. 그러다가 불과 2년 전 주택시장이 바닥을 찍으면서 2년 만에 다시 약 3조달러의 주택 가치가 회복된 것으로 파악된다. 무디스 이코노미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주택자산 가치 상승수준이 경제 활성화에 직접 기여하는 시점에 이르렀다”고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진단했다.
■ 지난해 말 소비자 지출 급증
집값 상승에 힘입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비자 지출도 크게 늘어나 경제회복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가전제품 등 고가대 물품이 불티나게 팔리며 꽁꽁 얼었던 소비자 심리가 완연하게 풀리고 있음을 나타냈다. 소매지출을 분석하는 매스터카드 어드바이저사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휴가철 기간에 소매지출은 전년 대비 약 3.5%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판매물품으로는 자동차, 보석류 등 고가품에서부터 아동복, 가전제품 등 일상생활 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2012년 연말 소매지출이 전년 대비 약 0.7% 증가하며 지지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 크게 대비되는 발표로 소비자 심리가 크게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소비자 지출 급증에 힘입어 전반적인 경제성장 지수를 대변하는 ‘국내총생산’(GDP)도 큰 폭 상승했다. 연방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GDP는 2011년 4분기 이후 최고 수준인 약 4.1%를 기록하면서 경제회복 전망에 청신호가 됐다.
■집값 1달러 상승 소비 지출 3센트 증가 효과
잔디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주택가치가 1달러 오를 때마다 개인 소비지출은 3센트 증가 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지난해 3분기 주택자산 가치가 약 9조7,000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약 125억달러의 개인 소비지출 효과가 발생한 셈이다. 개인 소비가 미국 경제의 약 70%를 차지하기 때문에 주택가격 상승으로 미국 경제에 발생하는 효과가 매우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대런 블롬퀴스트 리얼티 트랙 부대표는 “주택가치가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의 자신감이 회복된 점이 경제 전망에 매우 긍정적이다”며 “하지만 과거처럼 무분별한 소비지출이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6년 전후로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주택을 마치 ‘현금 자동인출기’처럼 여기고 무분별한 주택담보 대출이 성행했다.
■깡통주택 감소 향후 소비지출 전망 밝아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깡통주택’ 비율이 현저히 감소하고 있어 향후 소비자 지출 전망도 매우 밝은 편이다. 깡통주택은 시세가 낮아 집을 팔아도 모기지 대출금을 갚을 수 없는 주택으로 숏세일나 차압위기에 빠질 우려가 높은 주택이다. 그러나 최근 1년 사이 깡통주택 비율이 큰 폭으로 떨어져 주택시세가 크게 회복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리얼티 트랙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주택시세가 모기지 대출금의 75%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깡통주택은 약 930만채로 전체 주택 중 약 19%를 차지했다. 불과 1년 전만해도 깡통주택 숫자는 주택 4채 중 1채로 1,000만채를 훌쩍 넘으며 주택시장을 크게 위협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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