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범 (문수사 주지)
기계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우리 생활이 더 편리해지고 있으며 모든 정보가 빨라지고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운동 겸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도 자동차로 가고 반드시 가야할 일이 아닌데도 오히려 구실을 만들어 갈 때가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시간을 절약하게 하고, 편안한 의자의 승차감이며 차안에서 듣는 음악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가만히 앉아서 하는 일을 답보적인 것 같고 움직이면서 하는 일은 왠지 더 능률적으로 느껴집니다. 뭔가를 새롭고 지향적이며 더 많이 이루고 싶은 의욕이 지속적으로 활동하게 하나 봅니다. 그런가 하면 밖에서 하는 일도 있지만 사무실이나 방안에서도 일을 할 수 있는 컴퓨터시대로 바뀌었습니다.
컴퓨터는 클릭 한번만으로 사이버 세상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인지 몰라도 상관없는 일까지 집요하게 검색하고 탐구하도록 그렇게 유도해 가고 있습니다. 웹서핑을 계속하는 것도 기계문명에서 오는 편리함이며 가만히 앉아서도 신속하게 수많은 것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시대의 흐름은 기계제품으로 생활하게 하며 그로 인해 컴퓨터나 텔레비전 앞에서 자승자박을 하고 있습니다.
한 건물 안에서도 이웃과 상관없이 경우에 따라선 서로 경계하며 자신을 가두고 사는 것이 당연한 삶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밀폐된 건물은 욕망처럼 자꾸만 높아져가고 그 작은 공간 속에서 격리되어 살고 있습니다. 기계문명의 취미도 다양하게 발달되어 가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인간의 정은 메말라 가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상대적으로 기계문명을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넓은 공간을 즐기는 취미도 많이 선호되고 있습니다.
보통사람들은 가벼운 등산복 차림으로 산에 오르기도 힘이 드는데 산악인들은 자일을 메고 험준한 절벽을 타고 오릅니다. 그때마다 저런 운동은 왜 할까?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하는 저항운동일까? 아니면 매달리기 위해서 하는 버티기 운동일까? 그 모두가 다 단련하기 위해서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천 길 낭떠러지의 절벽을 타고 오르는 산악인과 우리의 인생살이가 비교됩니다. 희망을 향해 오르는 인생의 삶이나, 절벽을 타고 오르는 산악인이 힘들다고 해서 좀처럼 포기하지 않는 거와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어느 땐 올라갈 수 도 없고, 내려갈 수 도 없으며 그렇다고 그 자리에 매달려 있을 수 도 없는 상황이 생깁니다.
특히나 아래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무척 조심하며 다행히 계획대로 정상에 도달했을 때는 성취감이 대단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요, 그 정상을 영원히 차지하도록 놔두지 않으며 계속해서 밀고 올라오기 때문에 또 밀려서 내려가야 합니다.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에 관계된 지식 및 정보도 중요했지만 하고 있는 일에 긍지를 갖고 열정적으로 노력했다는 대답입니다.
그런가 하면 그 반대로 자신이 종사하고 있는 일을 폄하하면서 시대적인 상황에서 점차 뒤지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게 살다보면 목구멍이 포도청이요, 세월이 공범이며, 직업에 방관자가 됩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보람이나 자부심이 없이는 다른 사람에게도 신뢰와 존경을 받지 못합니다.
인간이 무엇인가에 종속되어 있으면 괴로운 일이고, 좋아서 하는 일이면 즐겁고 행복한 일입니다. 즉 고용인으로서 보수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사는 사람은 스스로 고용인으로 종속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고용인이라 할지라도 창조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스스로 자유인이 되어가는 삶이 될 것입니다.
저 먼 곳에 있는 목적만을 추구하다 현재를 잃고 있으며 행복은 살아가는 과정 속에 있지, 과거나 미래 속에 있지 않습니다. 삶의 과정에서 가장 귀중한 날은 오늘이요, 이 순간이며 황금보다 더 값진 것은 바로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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