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시장 관전 포인트
▶ 침체기에‘급매성 싹쓸이’투자기관들 얼마나 처분에 나설지 따라 흐름 좌우, 집값·금리 올라‘구입능력 악화’도 영향
지난해 주택시장은 상반기와 하반기가 마치 자로 재어 갈라놓은 듯이 전혀 반대양상을 보였다. 상반기 내내 활황장세가 연출된 반면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급격한 침체현상을 겪었다. 올해 주택시장에 대한 예측이 그래서 더욱 힘든 이유다. 일단 정부는 주택시장이 자생 능력을 갖췄다는 판단에 수혈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너무 성급한 움직임으로 자칫 역풍이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올해 신규 가구 수가 증가하고 지난해 하반기에 관망세로 돌아선 주택수요가 다시 돌아온다면 올 한해 주택시장 회복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월스트릿 저널 부동산판이 짚은 올해 주택시장의 관전 포인트를 정리해 본다.
◇활황 시나리오
지난해 상반기 집값 급등의 원인은 매물 부족이었다. 장기간에 걸친 주택시장 침체로 매물이 말라 있던 중 초저금리가 오르기 전 집을 사려는 수요가 몰려 주택가격을 끌어 올렸다. 올해도 주택가격이 상승하려면 지난해처럼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되겠는데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전국적으로 매물량이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갑자기 줄어든 수요와 연말 비수기로 접어들면서 주택매물은 다시 감소세로 접어들며 현재 대부분 지역에서 매물량이 다시 감소한 상태다. 계절적으로 주택구입 수요가 다시 돌아오는 봄철까지 매물공급이 늘지 않으면 지난해 초와 같은 구입 광풍과 함께 집값 추가 상승도 기대해 볼만하다.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낸 가구 수가 올해 수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가 회복됨에 따라 부모 집에서 독립하는 자녀세대가 늘어날 전망이다. 대부분 주택임대 수요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 중 일부가 주택구입 수요로 전환되더라도 주택시장 전망에는 긍정적인 요소다. 만약 집값과 모기지 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대출 은행들이 스스로 대출기준 완화에 나서게 돼 주택구입 수요가 감소하는 것을 막는 효과도 기대된다.
◇침체 시나리오
지난해 회복세를 위협하는 역풍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복병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동안 회복세를 이끌어 온 연방 정부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며 주택시장 살리기에 ‘올인’한 연방 정부가 올해부터 주택시장에서 손을 뗄 모양새다. 따라서 지난해 공식 인정된 주택시장 회복세가 과연 연방 정부 지원 아래 이뤄진 ‘신기루’였는지 여부가 정부의 지원이 끊기는 올해 판가름 나겠다.
지난 수년간 주택시장 수요를 지탱해온 부동산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따라서도 올해 주택시장의 명암이 엇갈릴 수 있다. 숏세일, 차압매물 등 저가대 매물을 대거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전환을 추진해온 투자기관들의 수익에 대한 이렇다 할 평가가 아직까지 없다.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다시 매매용 매물로 쏟아져 나올 수 있는데 가격이 관건이다. 투자기관들이 사들인 주택매물을 지난해 주택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다시 주택시장에 풀 경우 실수요 구입자들이 이를 소화낼 수 있을 지가 불투명하다.
◇주택 재고가 늘어날까?
올해 주택가격의 향방은 주택 재고 물량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주택가격 급등의 주범이 매물부족이었던 것처럼 올해도 주택 재고 물량 변동에 따라 집값이 움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주택 매물량이 바닥을 찍고 서서히 반등세로 돌아선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연말을 거치면서 주택 매물량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데다 차압 또는 숏세일 매물 등 급매물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급격한 감소세다.
지난해 집값 상승으로 올해 집을 내놓는 셀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주택착공이 최근 급증했지만 주택시장 활황기의 3분의 1수준에 그쳐 아직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올해 주택가격 상승폭은 지난해의 절반인 약 6%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만약 주택 재고가 늘지 않을 경우 지난해 초와 같은 집값 급등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택건설 업체의 행보
지난해 주택 격이 급등한 반면 신규 주택착공 실적은 예상 밖으로 저조했다. 집값이 급등이 주춤해진 최근에서야 주택건설 업체들의 착공 움직임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인건비와 자재비는 물론 건축 부지 값이 급등한 반면 주택가격은 건축비용을 보상해 줄 만큼 충분히 오르지 못한 것이 주택건축 업체들이 선뜻 착공에 나서지 못했던 이유로 볼 수 있다.
일부 중소형 건설 업체들은 여전히 신용경색을 겪고 있어 자금마련에 어려움이 큰 것도 주택착공이 예전 같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최근 경제회복 소식과 함께 주택착공이 늘고 있지만 신규주택의 판매가격이 관건이다. 판매를 늘리기 위해 신규주택 가격을 낮출 것이냐 아니면 비용회수를 위해 가격 인상을 결정한 것이냐 이에 따라 올해 신규주택 판매실적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투자기관 주택처분 올해가 관건
주택시장 침체기간 쏟아져 나온 급매성 매물을 거의 휩쓸다시피 하며 사들인 대형 투자기관의 행보도 올해 주목할 사항이다. 수십 만채에 달하는 숏세일 매물과 차압 매물을 매입해 주택가격 추가 폭락을 막았던 투자기관들의 주택매입 활동은 집값이 급등한 지난해 거의 종지부를 찍었다.
기관들이 사들인 주택은 대부분 임대용으로 전환되고 있지만 아직도 임대 처분되지 않는 주택이 상당수인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 기관은 이미 매입해 보유중인 주택을 다시 높은 가격에 내놓아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문제는 투자기관들이 대거 매입해 현재 보유중인 주택을 임대매나 매각 때까지 보유할 여력이 있느냐이다. 고공행진을 거듭해 온 주택 임대료는 이미 상승세가 주춤해졌고 주택임대 시장의 공실률도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다.
수십만채에 달하는 주택이 적절한 임대료에 시장에서 소화될 수 있는 가가 첫 번째 관심 사항인데 만약 제때 임대가 되지 않을 경우 재산세를 비롯하야 기관들의 주택 관리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해진다.
임대처분이 원활치 않아 다시 매매용으로 주택시장에 나온다고 해도 쉽지 않은 문제다. 집값 상승과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주택구매 여력이 악화 추세여서 투자기관들과 일반 구입자간의 주택가격에 대한 눈높이 맞추기가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중요한 관건이다.
◇주택구입 능력 악화 분수령
지난해 치솟은 주택가격으로 주택구입 능력은 이미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중 주택구입 능력은 2008년 11월 이후 약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택구입 능력은 올해 역시 개선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보다 소폭이지만 올해도 주택가격 상승이 예상되고 모기지 금리 역시 올라 주택 구입비용이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기 때문이다.
주택구입 능력이 예상 밖의 빠른 속도로 떨어질 때가 문제다. 올해 가구소득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만약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거나 모기지 금리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 주택구입 능력이 추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미 큰 폭으로 하락한 주택구입 능력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질 경우 주택구입 심리가 크게 위축돼 주택 거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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