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대학’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 “대학 나와봤자 취업 안되고 빚더미” 불만 고조, 행정직원 과다 등 방만 운영 개선… 재정 공개, 미래 지향 전공·온라인 강좌·자격시험 늘려야
등록금은 오르고 취업을 되지 않는 일종의 대학 버블현상이 나타나면서 대학 교육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대학이 웃음거리가 되는 시대가 됐다. 풍자 웹사이트인 ‘어니언’(onion)은 최근 “30세 대졸자가 대학 교육을 받지 않는 사람보다 11달러 더 번다”고 비꼬는 기사를 내보냈다. 대학 학비에 학자금 융자, 그리고 대학 4년 동안 포기해야 했던 돈벌이까지 합친다면 고졸 학력자보다 좋을 게 없다는 내용이다. 매년 치솟는 등록금과 이로 인한 학자금 부채만 늘어나면서 대학 진학의 필요성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까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학 등록금 인상은 대학들의 지나친 관료주의적 자세와 방만한 운영에 따른 결과물이라면서 대학 시스템의 전반적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월스트릿 저널은 대학의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대학 교육은 지난 수십여년간 학생들의 부채를 양산한 채 학위만 남발하는 일종의 버블현상을 보이고 있다. 부채는 늘고 대졸자들의 직업전망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아 생겨난 말이다. 대학이 예전의 대학은 교육비 투자만큼 졸업 후 멋진 인생을 보장해 주는 좋은 투자처였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가 못하다. 졸업을 한다고 해서 취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또 많은 졸업생들이 대학 학위가 필요치 않는 직장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예전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렇게 추락을 계속하는 미국의 대학교육을 뜯어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교육 시스템 개혁과 온라인 교육의 활성화 등을 꼽고 있다.
고등교육의 버블현상은 ‘GI 빌’이 시작됐던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GI 빌’은 부유층의 특권처럼 인식됐던 대학을 중산층에게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당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대학으로 쏟아져 들어오게 되자 의회는 펠그랜트와 학자금 융자 등을 만들어 이들에게 재정을 지원했다.
재정지원이 시작되자 대학들은 등록금 등 학비를 인상하면서 학생들에게 지원되는 연방 지원금을 빨아들였다. 미시간 대학 경제학과 마크 페리 교수는 모든 공사립 대학에서 1978년부터 2011년 사이에 인상된 학비는 연율로 7.45%에 달한다. 이와 비교해 의료비용은 5.8% 올랐고 버블현상에도 불구하고 주택은 4.3%의 낮은 상승률에 머물렀다. 반면 가정 당 수입은 연율 3.8%를 유지하는 소비자 물가지수에 간신히 미칠 정도로 미약한 증가세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의 가정은 수입과 등록금의 차액을 부채로 해결하고 있다.
평균 2만9,400달러의 학생 부채는 별로 큰 의미가 없는 듯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립대학이나 타주에서 대학을 다니는 많은 학생들은 10만달러 이상의 학자금 부채를 떠안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더군다나 최근 갤럽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졸자 10명 중 4명이 대학 학위가 필요 없는 직장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대학 교육의 필요성에 의문이 일기도 한다.
▲등록금 인상으로 학생수 줄어
이로 인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미래가 보장되지 못하는 대학 입학 신청을 꺼리고 있어 대학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 월스트릿 저널 보도에 따르면 사립대학들의 학생 등록률이 점차 감소추세에 있고 사립대학의 4분의 1 이상이 10% 이상 학생 수 감소현상을 보이고 있다.
켄터키의 미드웨이 칼리지는 교직원 54명 중 10명을 감원했고 오하이오의 이텐버그 대학 역시 140명 풀타임 교직원 중 30명에 가까운 인원을 줄였다. 또 600명 규모의 매서추세츠 파인 매너 칼리지의 기술시설에는 고작 300명만 기숙하고 있다.
하버포드, 모어하우스, 웨슬리 같은 유명 대학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신용평가 그룹인 무디스는 이들 유명 대학들의 신용등급을 낮추고 있다. 알바니, 브룩클린, 토머스 제퍼슨 법대도 최근 학비 대비 운영비의 불균등을 이유로 신용등급이 하락됐다.
▲미래 지향적 전공 선택 많아져
의회 민주당 지도부는 학자금 상환비율이 높은 대학은 연방 지원금을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해 올해 안에 의회에 상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고등교육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학의 선택은 가치와 미래 지향적 전공 등으로 바뀌고 있다. 학생들은 인문학보다는 엔지니어링 등 취업이 용의한 전공을 택하는 경향이 많아졌고 비용이 싼 커뮤니티 칼리지를 택하거나 아예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기도 한다.
이같은 경향이 보편화되면서 대학들은 당면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
2011년 테네시 시와니의 사우스 대학은 등록금을 10% 줄였다. 하지만 등록 학생 수는 더 늘어났고 학교는 더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등록금 인하로 학생들의 시선을 끈 것이다.
2014~2015학년도 오하이오 애슐랜드 대학은 등록금을 37%(1만달러 이상) 줄였고 입학 신청서가 크게 떨어진 조지 메이슨 법대, 펜스테이트, 셀튼 홀, 아이오와 대학들도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하고 있다.
전국 대학 운영자협회가 지난해 봄 발표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많은 대학들이 재정지원을 늘려가는 방법으로 사실상 학생이나 부모들의 학비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2013년 가을 평균 대학 신입생 학자금 인하율(무상 지원 또는 장학금 포함 금액을 학자금에서 제한 비율)은 무려 45%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학자금 부담을 줄여 더 많은 학생을 유치하고 전액 등록금을 내야 하는 학부모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조치다.
▲대학 운영비 삭감해야
그러나 등록금 인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미국 고등교육은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대학들은 운영경비를 우선 대폭 삭감해야 한다. 지난 수십여년간 대학들은 학생들의 학자금 융자에 의존하는 우골탑에 올라타고 있는 형국이다. 비싼 등록금으로 궁전 같은 호화로운 건물을 짓는 가하면 교수들의 수업 부담을 대폭 줄이고 행정 직원을 과도하게 채용하는 등 방만경영을 일삼아 왔다.
지난 2010년 자유주의 싱크 탱크인 ‘골드워터’ 연구소에 따르면 고등교육비 인상의 대부분은 행정 부풀리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적됐다. 대학 행정직원은 교수진보다 두 배나 많이 늘어났다. 미시간대학의 경우 행정직원이 교수진보다 53%가 더 많았고 이같은 비율은 다른 대학들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대학들은 재정적 부담이 늘어나게 되자 정 교수보다는 값이 싸고 베니핏을 주지 않아도 되는 강사로 채우기에 급급했다. 이런 경향은 행정직으로도 확대되어 왔다.
▲대학 재정 투명성 보장
또 다른 개혁은 공사립을 막론하고 재정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대학 재정은 악명 높을 정도로 복잡하다.
수년 전 오리건 주립대학은 웹사이트를 통해 매일 대학 경비 지출처를 명시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오리건의 고등교육 시스템이 어떻게 경비를 사용하는지를 볼 수 있다. 여행, 강의, 체육 등과 같은 모든 경비가 올라와 있다. 이것이 바로 세금을 내는 국민들이 공립대학, 특히 공공기금을 사용하는 사림대학에 요구하는 재정의 투명성이다.
▲온라인 강좌, 자격증 확대해야
온라인 강좌 같은 새로운 교육 시스템 도입도 경비를 절약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강사들이 여러 대학 학생들에게 동시에 온라인을 통해 강의를 할 수 있고 또 우수한 교수의 강의를 여러 대학생들이 들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온라인 강좌는 여러 우수 대학들에서도 시험 운영되고 있다. 조지아텍은 7,000달러에 온라인 컴퓨터 사이언스 석사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한두 과목을 온라인으로 수강하는 것이 아니라 과목 전체를 듣고 일반 학위와 동일한 석사학위를 제공한다. 매서추세츠 공과대학 역시 다양한 과목들을 온라인으로 강의하고 있다. 강의는 누구나 수강할 수 있고 수료증을 받을 수 있지만 학위 과정은 아니다.
또 다른 해결책은 이미 실시되고 있기는 하지만 다양한 자격증 시대를 열어가는 것이다. 대학 학위는 종종 읽고 쓰고 다른 사람과 협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하는 것과 같이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고용주들은 요즘 대졸자들에게 그다지 만족해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요즘은 대학 수업 평가 등과 같은 고등교육 시스템 내에서 일종의 자격시험이 주목 받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온라인 스쿨 또는 커뮤니티 칼리지와 공동으로 직원들에게 근무와 관련된 분야를 수강하면 자격증을 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는 대학 교육보다는 필요한 부분에 대한 기술이나 능력만 개발해 주는 상황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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