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새해 아침이 밝았다. 2013년 한해의 어려운 굴곡들을 넘어 또 다시 새해 첫 아침까지 왔다. 크고 작은 시련과 도전들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새해 첫 아침은 이런 희망을 리셋하며 각오를 다잡을 수 있는 축복의 기회이다. 이제 우리 모두는 새로운 시작의 출발선에 섰다.
2014년은 무엇보다 신명이 넘쳐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할 스포츠 축제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2월에는 러시아 소치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4년 전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들려온 잇단 승전보에 우리 모두가 열광하고 환호하던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금년 동계올림픽은 우리의 가슴을 다시 한 번 뛰게 만들 것이다. 피겨의 여왕 김연아와 스피드 스케이팅의 금 소식은 우리의 자긍심을 한껏 높여주게 될 것이다. 설렘과 함께 2월이 기다려진다.
하지만 이런 설렘도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인 월드컵에의 기대감에는 비할 바 아니다. 오는 6월 브라질에서 벌어지는 월드컵으로 한인사회는 크게 들썩이게 될 것이다. 특히 월드컵이 열리는 브라질은 미주지역과 시간대가 비슷해 과거 월드컵보다 한층 더 뜨거운 열기를 뿜게 될 것이다. 목이 쉬어라 외쳐 댈 ‘대~한민국’의 함성이 벌써부터 귓가에 들리는 것 같다. 스포츠를 통해 하나 됨을 확인하는 것은 커다란 감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축제가 선사하는 신명은 삶의 에너지가 된다. 그리고 이런 신명은 생업의 현장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잠시 흥분하고 감격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금년도 미국 경제는 3%대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성장률보다는 호전된 수치이다.
공식적으로는 경기침체가 끝난 지 몇 년 지났음에도 체감경기는 여전히 춥다고 하소연하는 업주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올 경제는 지난해보다 분명 더 나아질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예측이다. 그러니 지표상으로 나타난 경기회복의 온기가 일선 한인 업소들에까지 번지는 한 해가 되리라는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다.
한인들은 소수민족 이민자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하고 땀 흘려 왔다. 그 결과 주류사회도 놀라는 경제적 성장을 일궈왔다. 이런 성장을 바탕으로 자녀교육과 주류사회 진출 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룩할 수 있었다. 그만큼 경제는 이민자 커뮤니티인 한인사회를 떠받치는 중심기둥 역할을 해 왔다.
많이 성장했음에도 경제적인 성공은 대다수 한인들에게 여전히 최고의 목표가 되고 있다. 이민자로서의 불안과 함께 한국사회 전반의 가치관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인들은 행복이 물질로부터 온다는 믿음이 어느 나라보다도 강하다. 물질적 가치의 중요성을 조사한 9점 척도의 갤럽 여론조사에서 한국은 7.24를 기록해 5.45를 기록한 미국이나 6.01의 일본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이런 가치관은 이민 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한인사회가 많이 성장한 지금 우리는 삶의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하기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스포츠 이벤트가 안겨주는 신명은 경제적 성취 못지않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이런 신명은 일과성 이벤트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것을 지속적으로 맛볼 수 있도록 우리는 얼마든지 삶을 재설계할 수 있다.
금세기 들어와 발생한 미증유의 사태들은 ‘삶의 균형’과 관련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9.11테러가 그랬고 전 세계를 뒤흔든 금융위기와 뒤이은 경기침체도 마찬가지다. 경제적인 성취가 대단히 중요하기는 하지만 삶의 다른 요소들과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그것은 공허하고 취약하기까지 하다는 교훈을 이런 사태들은 던져주고 있다. 가족, 건강, 취미, 인간관계 등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건강한 삶이 가능해 진다. “일이 건강한 여가와 연결되지 않으면 사실상 인간은 일의 노예가 된다”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지적을 모두가 새겨들었으면 한다.
일에만 매달린 채 열심히 살면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은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풍족함이 곧 행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가 꿈꾸는 행복은 모든 것이 잘 균형을 이룬 ‘풍성한 삶’ 속에 숨어 있다. 2014년이 선사할 신명을 온 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삶의 균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이것을 찾아가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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